[반기성의 날씨와 경제] 기후변화 빠진 국가계획, 국민 생명 위협

경제 입력 2023-09-13 19:17:44 정훈규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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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우리나라 정부에서 국가계획을 세울 때 기후변화를 반영하지 않고 지난 자료만 이용해서 작성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기후변화 시대에 전혀 맞지 않는 대책이 세워지게 되는데요. 오늘은 국가계획에는 반드시 미래의 기후변화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최근 빈번해진 재난을 보면 기후변화 속도가 빨라졌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지난 7월 집중호우 때 오송 궁평리 지하차도 참사도 기후변화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고요?


[반기성 센터장]

지난 7월 15일 충청북도 청주시 오송읍의 궁평2지하차도가 폭우로 인해 침수되어 14명이 사망했는데요. 침수 당시 지하차도 안에는 차량 17대가 고립됐고 그 중에는 승객과 운전자를 합쳐 9명이 탑승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시내버스도 1대도 포함되는 등 최소 23명이 사고를 당했지요.

당시 충북 청주에는 7월 13일부터 15일까지 500mm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는데요.

궁평2지하차도에서 550여m 떨어진 철골 가교 끝의 제방 둑이 터졌고 인근 미호강이 범람하면서 충청북도 추산 6만 톤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단 2~3분 만에 지하차도로 들어차면서 터널 구간이 완전히 침수되었었지요.

궁평차도는 홍수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어 있었는데요. 단 조건이 ‘100년에 한 번 올 정도로 많은 비가 내리면’ 침수가 될 수 있는 구역이었지요.

환경부 홍수위험지도 정보시스템에서도 궁평리 일대는 홍수위험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데요. 미호강 인근은 ‘100년 빈도’의 비가 내렸을 때, 총 10.67㎢가 침수될 수 있는 구역으로 분석했지요.

이 중 궁평 제2지하차도가 있는 영역은 대부분 100년 빈도 비에 2~5m 침수될 수 있는 구역으로 2015년 평가됐고요.

그런데 정부에서 홍수를 예측할 때 말하는 빈도 개념은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산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다보니 100년 빈도 극한 강수량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사고는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거지요.


[앵커]

그렇다면 정부의 모든 계획이 다 과거 자료로 세워져 있다는 것은 어떻게 밝혀지게 된건가요?


[반기성 센터장]

감사원이 지난 달 23일 공개한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 1(물·식량 분야)’ 감사 보고서를 통해 물과 식량을 대응하기 위한 계획이 매우 미흡했다고 밝혔는데요.

감사원은 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 등을 실지감사했다고 합니다.

먼저 환경부가 전망한 물 부족량이 실제로는 2배 이상 웃돌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는데요. 환경부가 미래 기후변화를 고려한 중장기 위험 예측 없이 과거 하천 유량을 토대로 전망했다는 겁니다.

감사원이 한국수자원공사·농수산대학교 등 전문기관의 예측 모델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내놓은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반영한 결과 2031∼2100년 물 부족량은 연간 5억8000만∼6억2600만㎥로 나타났는데 환경부는 연간 물 부족량이 연간 2억5600만㎥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는 것이지요.

감사원 분석결과 환경부 추산이 미래 기후변화에 따른 강수량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과거 52년 동안의 하천 흐름 양상 등을 분석해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또한 상습가뭄재해지구 지정을 맡고 있는 행안부와 농촌용수개발사업지구를 선정하는 농식품부도 기후변화에 따른 미래 가뭄 위험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과거 가뭄 피해 이력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면서 잘못된 계획으로 국가물부족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고 질책했지요. 감사원 시뮬레이션에선 농업용수 부족이 우려되는 지역이 112곳으로 나타났는데, 현실에선 이 중 96곳이 재해지구로 지정되지 않을 정도로 탁상행정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고요. 또 산업용수부족도 많은 지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앵커]

이런 문제들이 환경부나 국토부만 아니라 농수산식품부도 미래 식량부족에 대비하는 계획에 문제가 있었다고요?


[반기성 센터장]

네, 감사원은 해외 수입에 의존 중인 식량의 미래 수입 규모가 현재 대비 최대 5분의 2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며 식량안보 위기 문제도 제기했는데요.

농산물 수급 및 어획량 예측도 수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감사원은 농식품부에 대해 “기후변화가 식량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예측이 미비했다”는 지적을 하면서 단기적 곡물 가격 위기에 대응할 뿐, 기후변화에 따른 곡물 수급 위기 대응 시나리오는 준비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는데요.

감사원은 국내 쌀 생산량은 2020년 10에이커당 457㎏에서 2060년 10에이커당 366㎏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고 해요.

이 외에도 도시계획을 수립할 때 지금은 도시계획의 ‘효율’에 치중해 작성하는데 안전을 예측할 때는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전문가들은 개발계획을 ‘기후위기 적응’의 관점에서 다시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개발계획에 ‘기후변화’를 고려하는 제도는 이미 마련돼 있습니다.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작년 9월부터 운영되는 ‘기후변화영향평가’ 제도가 그것인데요.

기후변화영향평가는 ‘대규모 개발사업’을 할 때 그 사업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과 기후변화로 개발사업이 받는 영향을 모두 평가해 온실가스 감축, 기후위기 적응을 유도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영향평가’ 제도를 바라보는 관점이 심각한 정도인데요. 정부는 환경영향평가를 ‘킬러 규제’로 보고 있는 것이지요. 사실 기후변화영향평가는 기후위기 적응 관점에서 문제시될 수 있는 사업에 대책을 넣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 강력한 정책수단이거든요.

따라서 정부는 기후변화영향평가를 새로운 규제라고 생각하지 말고 기후위기 시대에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제도를 확대해나가야만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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