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시장 2030년 100조 전망…제2 '위고비' 개발에 뛰어든 제약업계

산업·IT 입력 2024-03-06 14:59:09 수정 2024-03-07 11:27:20 황혜윤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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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장기화로 나타난 비만율↑…“전체 성인 43% 과체중”

지나치게 마른 몸 추구하는 10대 문화가 ‘식욕억제제’ 대리처방 문제로

삭센다·위고비·큐시미아 등 비만치료제, 팬데믹 이후 선풍적 인기

제약바이오업계, 여전히 비만치료제 시장 초집중

[사진=게티이미지]

[서울경제TV=황혜윤 인턴기자] 지난해 9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HM)를 제치고 유럽 증시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섰다. 노보노디스크의 주가를 견인한 제품은 바로 비만주사제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로, 2023년 313억4,300만 크로네(약 45억5,000만 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하면서 전년대비 407% 성장했다. 특히 최근 비만치료제와 당뇨치료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 두 치료제는 모두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유사체 성분을 사용하기에 두 시장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기도 한다. 이에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2030년 100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경쟁이 치열한 비만치료제 시장이 다시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전망 속에 국내 제약사들도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비만치료제 시장 성장 동력: 코로나부터 10대 추구미(美), 식생활 변화까지

과거부터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지속돼 왔기에 비만치료제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존재했다. 그러나 왜 팬데믹 시기를 거친 뒤 비만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일까?

그 이유는 첫째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장기화에서 비롯된 비만율 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1일(미국 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 의학 학술지 란셋(The Lancet)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성인 8억7,900만 명, 어린이·청소년 1억5,900만 명이 비만 증세를 겪었다고 발표했다. 또 세계 비만 인구는 2022년과 1990년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어린이·청소년 비만 인구도 4배 급증했다. 특히 성인의 경우 전체 인구의 43%가 과체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팬데믹을 거치며 비만 유병률이 증가했다.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10년부터 10년간 약 31~35.5%를 맴돌던 19세 이상 국내 인구 비만유병률이 2020년엔 38.4%로, 2021년엔 37.2%로 눈에 띄게 증가하기도 했다.

비만치료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 또 다른 이유로 ‘국내 10대 사이에서의 비만 치료제 유행’을 들 수 있다. 최근 일부 10대 사이에서 지나치게 마른 몸을 추구하는 문화가 나타났다. 이에 지나치게 마른 몸인 ‘뼈말라’가 되고자 하는 ‘프로아나(Pro-Ana)’라는 단어가 유행하기도 했다. 프로아나는 ‘찬성’을 뜻하는 Pro-와 ‘거식증(Anorexia)’의 Ana의 합성어로, 이를 줄여 ‘프아’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처럼 최근 10대들이 지나치게 마른 몸을 추구하면서 정상 체중임에도 비만치료제의 일종인 식욕억제제를 섭취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식습관 변화’는 비만치료제의 꾸준한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과거보다 고지방, 고단백, 고칼로리 음식 섭취가 증가하게 되면서 국내 비만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젊은 층 사이에서 마라탕, 탕후루와 같은 음식들이 크게 유행하면서 소아비만에 대한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사회적 변화가 불러온 비만치료제 전성기의 시작

비만 유병률 증가는 비만치료제의 수요가 급증으로 이어졌다. 특히 2022년 팬데믹 시기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위고비’가 비만치료제 시장 전성기의 서막을 열었다. 비만율 증가로 다이어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거워진 가운데 일론 머스크와 킴 카다시안이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사용함이 알려지면서 비만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이에 위고비를 개발한 노보노디스크는 엄청난 주가 상승을 누릴 수 있었고, 2023년 94%의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 당뇨병 신약으로 출시됐던 미국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도 체중 감량 효과가 알려지면서 비만치료제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에 마운자로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10배 이상 증가한 51억6,310만 달러(약 6조7,00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 일라이릴리는 당뇨치료제 마운자로와 같은 성분(티르제파티드)이나 적응증을 달리한 비만치료제 젭바운드를 출시하기도 했는데, 이 또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로 비만치료제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실 팬데믹 이전부터 비만치료제는 꾸준히 많은 관심을 받아 왔으나 10대들의 추구 미, 식습관 변화 그리고 무엇보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비만치료제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1,757억 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비만치료제 전성기 신화에는 세계 최초로 GLP-1 유사체로 허가받은 비만치료제 ‘삭센다(리라글루티드)’가 대표적이다. 삭센다는 2018년 국내에 발매된 이후 품귀현상까지 겪으며 큰 인기를 끌었는데, 이 인기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국내 삭센다 매출은 2019년 426억 원에서 지난해 668억 원으로 증가하며 엄청난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삭센다 다음으로 인기가 있는 ‘큐시미아(펜터민·토피라메이트)’도 팬데믹 이후 더 큰 인기를 누렸다. 2019년 발매된 큐시미아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355억 원으로, 2021년 262억 원에서 2년 만에 35.4% 매출 증가의 호황을 맞았다.

이외에도 최근 국내 10대 사이에서 비만치료제 중 하나인 식욕억제제 ‘펜타민’이 유행하기도 했다. 일명 나비약이라고도 불리는 펜타민은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해 식욕을 억제하는 비만치료제다. 중추신경계에 직접 작용해 오·남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어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되기에 병원에서 처방받아야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다. 그러나 최근 마른 몸을 추구하는 일부 10대 사이에서 펜타민이 유행하면서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뒤 복용하지 않고 SNS를 통해 판매하거나 구입하는 행위가 나타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피부과의 다이어트 보조제 광고.

업계에서 바라보는 비만치료제 시장 전망과 치료제 개발 노력

과거부터 꾸준히 인기를 얻다가 팬데믹 이후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 비만치료제 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업계에서는 비만치료제 시장이 당뇨치료제 시장과 서로 성장을 견인하며 더 커져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당뇨치료제도 비만치료제와 같은 GLP-1 유사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앞선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도 GLP-1 계열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의 적응증만 달리한 치료제다.

최근에는 젊은 나이의 비만·당뇨 환자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등 비만·당뇨 발병률이 높아지면서 두 질환의 치료제 수요가 모두 급증하고 있다. 두 치료제는 모두 GLP-1 유사체를 성분으로 사용하기에 함께 개발하게 되면서 비만·당뇨치료제 시장이 함께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권희재 동아제약 커뮤니케이션실 PR팀 책임은 “GLP-1은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쓰였지만, 이후 체중 감소 효과가 입증되면서 비만치료제로 널리 쓰이고 있다”며 “비만 환자와 당뇨병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에 비만과 당뇨병 치료제 시장은 같이 커져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실제로 비만 치료제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해 2030년에는 시장 규모가 100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업계에서는 비만치료제 시장이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바라보고 있기에 국내 제약사들은 비만치료제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동아에스티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는 비만치료제 DA-1726를 개발 중이다. 동아에스티는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DA-1726의 글로벌 임상 1상을 승인받기도 했다. 특히 동아에스티 측은 “DA-1726은 비만과 MASH, 그리고 당뇨에 대한 약효가 확인된 물질”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에서도 비만치료제 개발을 위해 나서고 있다. 한미약품은 비만 프로젝트 H.O.P(Hanmi Obesity Pipeline)를 진행해 비만 치료제로 개발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와 비만 치료용 ‘삼중작용제(LA-GLP·GIP·GCG)’ 등 5종의 후보물질을 포함한 한미 비만 파이프라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 1월에는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국내 성인 비만 환자 대상 임상 3상 시험을 위한 첫 환자를 등록해 임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팬데믹이 쏘아 올린 비만 치료제의 인기가 식습관 변화와 추구미 등 우리 사회에서 나타난 변화들과 맞물리면서 시들지 않고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외 비만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비만이 전 세계적인 문제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비만은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비만 환자들의 치료제 복용은 오랜 기간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비만치료제 시장 전망은 앞으로 더 밝다는 예측이다. /mohyey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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