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2기 인터넷은행 흥행실패 이유는

금융 입력 2019-01-23 18:11:00 수정 2019-01-23 21:13:27 정훈규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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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금융당국은 최대 2곳까지 2기 인터넷전문은행을 인가할 방침이었는데, 보신 것처럼 기대를 모았던 기업들은 영 관심이 없는 분위기입니다.
인가 설명회부터 김이 빠지면서, 2기 인터넷은행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는데요.
흥행이 저조한 이유는 뭔지 금융증권부 정훈규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Q. 정 기자, 지난 2015년 1기 인터넷은행 인가 때는 기업들의 관심이 뜨거웠는데, 이번엔 반응이 차갑습니다.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쉽게 말해서 기업들은 지금 은행권에 새로 끼어들 만한 자리고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장 유력한 사업자 후보로 꼽혔던 네이버도 이런 이유를 대며 발을 뺐는데요.
네이버는 “인터넷은행 사업에 진출한 IT기업도 있는 현시점에서 굳이 추가로 진출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1기 인터넷은행이 영업을 하고 있고, 시중은행까지 모바일뱅킹을 갖춘 상황에서 후발주자로 참여하는 부담과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Q. 당국은 인터넷 은행이 추가로 나타나기 원하는데 업계는 시큰둥하는 상황이네요. 왜 이렇게 엇박자가 나는 겁니까?
[기자]
네, 인터넷 은행을 놓고 당국과 업계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습니다.
금융위가 지난해 말 내놓은 신규 인가 추진 계획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경쟁도 평가 결과 은행업 영역 중 상대적으로 경쟁도가 낮은 가계대출 시장 중심의 업무범위 특성이 있는 인터넷은행의 신규 진입이 필요하다.”
딱 듣기에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앵커]
가계대출은 경쟁이 덜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당국이 하지 말라고 규제를 높여온 것 아닙니까
[기자]
네, 말씀하신 대로 가계대출 영업을 억제하고 있는 금융위가 이런 말을 하니, 정말 하라는 건지 신뢰할 수가 없는 겁니다.
여기에 중금리 대출 등 서민금융 지원을 심사 기준으로 내세우니, 수익성에 의구심이 드는 게 당연한데요.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설명회 흥행 여부에 대해서 “흥행은 신경 안쓴다”면서 “똑똑한 기업 2곳만 참여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공식적인 발언은 아니지만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나온 얘깁니다.
금융권은 당국이 하면 민간 기업들이 어련히 알아서 따라주는 관치 성향이 강한데요.
기업들에게 보여줄 당근책 하나 없으면서, 이번에도 금융위가 하면 네이버 같은 IT기업도 금융사들처럼 따라 줄 거라 안일하게 여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Q. 네, 말씀하신 대로 당국을 따르는 은행들은 이번 설명회에 참여를 했다죠?
[기자]
네, 하지만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모습, 그 이상의 의미를 두기는 어렵습니다.
1기 인터넷은행인 카카오 뱅크와 케이뱅크에는 각각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주주로 참여했는데요.
카카오와 케이뱅크 설립 준비과정에는 두 은행 직원들도 참여했습니다.
당시 취재 과정에서 테스크포스에 참여했던 은행 실무자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요.
이 관계자는 “기존 은행에 다니는 입장에서 인터넷은행이 잘되길 바랄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참여는 하지만 신규 사업으로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진 않단 얘깁니다.
기존 은행의 참여는 결국 네이버처럼 거대한 네트워크를 보유한 기업과 인터넷은행을 매개로 사업 확장 기회를 얻기 위한 것인데요.
네이버와 손잡을 기회가 사라진 마당에 기존 은행들이 주도적으로 인터넷은행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앵커]
Q. 정기자, 당국이나 기존 은행권은 네이버가 인터넷은행 시장에 들어오길 바라고 있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네이버가 국내에서는 인터넷은행을 할 생각이 없다면서 해외에서는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공식적으로는 해외쪽이 시장이 크고 규제가 별로 없다는 유리한 환경이 거론되는데요.
하지만 네이버가 국내에서 인터넷은행을 포기한 배경에는 정권마다 규제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등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작용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카카오, KT 등 산업자본이 참여한 1기 인터넷은행들은 여당의 맹공격을 받았는데요.
집권 여당은 박근혜 정부 때 산업자본의 은행업 참여를 제한하는 은행법을 무시하면서 인터넷 은행 인가를 내줬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카카오와 KT 입장에서는 인터넷 은행 입장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밀어줘서 시작한 인터넷은행업이 문재인 정부에서는 미운 오리새끼가 된겁니다.
은행 산업 혁신을 위해 정부가 기획해서 시작한 것인데, 정권이 바뀌니 반대로 산업자본이 은행을 가지려 정부를 꼬신 모양새가 된 겁니다.
본업이 있는 IT나 유통 기업들은 괜히 금융에 손대면 안 되겠다는 학습효과를 얻은 셈인데요.
특히 댓글 조작 사건으로 몸살을 앓은 네이버인 만큼 정치권에 트집잡힐 수 있는 빌미를 만들고 싶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훈규기자 cargo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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