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범법 사이, 마구잡이 그라피티에 상인들 몸살

산업·IT 입력 2018-05-03 16:57:00 수정 2018-05-03 18:55:03 유민호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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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길거리 벽화를 뜻하는 그라피티. 이태원이나 홍대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던 그라피티가 최근 서울 을지로에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예술로 바라보기엔 정도가 과하다는 건데요. 가게 셔터, 간판 등에 마구잡이로 칠해진 그라피티에 상인들 불만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유민호 기자가 현장을 찾았습니다.

[기자]
인적이 드문 을지로 청계공구상가 골목. 한 남성이 가게 간판에 무언가 칠하기 시작합니다.
잠시 후, 자리를 옮긴 남성이 래커 스프레이로 보이는 물체를 꺼내 듭니다.
래커 칠을 끝낸 남성은 다 쓴 스프레이를 담장 밖으로 내던집니다. 옆에 또 다른 남성은 휴대전화로 이를 촬영하기도 합니다.

“영상 속 남성들이 서 있던 자리입니다. 이렇게 보시면 아무 의미 없는 그라피티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건물 바깥뿐만 아니라 안쪽 화장실 문, 사무실 입구까지 큼지막한 문구가 칠해졌습니다. 최근 한 달 사이 서울 을지로 청계공구상가 주위로 이 같은 그라피티가 곳곳에 생겨났습니다.

공구상가 상인들은 불만을 토로합니다.

[인터뷰] 함진영 / 인근 상인
“이렇게 아무 예술성도 없고 지워지지도 않는 낙서 수준의 (그라피티)를 가지고…. 지워지지도 않기 때문에 마치 여기가 이렇게 낙서를 해도 된다는 식으로 되다 보면 상인들이 피해가 많을 거라고…. 셔터 문 같은 경우에는 새롭게 교체를 해야 되고요.”

길거리 벽화를 말하는 그라피티는 을지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이태원과 홍대 거리에서도 그라피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예술로 바라보기엔 정도가 지나치다는 겁니다. 공공 시설물뿐만 아니라 간판, 셔터 등 사유 시설에도 그라피티가 칠해지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남의 건물 벽면과 공공 시설물 등에 허가 없이 낙서할 경우 정도에 따라 재물손괴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 2015년 경기 김포에서 상점 유리창과 벽 등에 그라피티를 한 혐의로 미대생 등 3명이 입건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논란에 무조건 규제만 해선 안 된다고 조언합니다. 그라피티가 저항 문화에서 생겨난 만큼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진휘연 /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교수
“지역에서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그라피티 할 수 있게) 열어줄 수 있는 곳을 개방해주는 게 선행이 되면 좋을 것 같고. (그라피티가) 더 발전될 수 있는 기회가…. 서양은 유명 작가를 모셔다가 건물 안에 빌트인처럼 작품을 넣는 경우가 있어요.”

예술과 범법의 경계에 선 그라피티. 민폐 논란이 더 커지기 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유민호기자 you@sedaily.com
[영상취재 김경진 / 영상편집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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