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국형 복지국가의 길은…

경제·사회 입력 2015-10-23 17:34:44 박성규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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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그리스 비교 통해 성공적 복지모델 해법 모색

복지 크기보다 구성이 중요

오랜기간 끈기있게 논의할 '공론의 장'부터 마련한 뒤

비용 부담에 대한 합의 필요


"성장 자체로 복지마저 해결할 수 있었던 시대, '한강의 기적'으로 유명한 압축성장의 시대는 끝난 지 이미 오래다. 2만불을 넘어선 지금, 우리에게는 '앙시앙레짐(구체제)'을 넘어설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복지국가의 대표격인 스웨덴에서 사회학 공부를 한 안상훈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제 우리 사회에도 제대로 된 복지전략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한다.

'복지 정치의 두 얼굴'은 안상훈 교수를 포함한 서울대 사회대 교수 다섯 명이 상아탑에만 안주할 수 없다는 우국의 심정으로 한국형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한 해법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들은 우리보다 앞서 간 성공적 자본주의 국가들은 모두 복지국가로의 전환을 이뤘다며 새로운 국가발전전략의 화두는 단연 복지국가라고 단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2년 대선정국을 통해 복지정치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했지만, 정쟁으로 제대로 된 복지정책을 마련하고 있지 못하다는 게 저자들의 생각이다.

단순히 복지만 강조한다고 제대로 된 복지국가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복지국가의 성공 모델인 스웨덴과 실패 모델인 그리스를 비교한다.

스웨덴의 경우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개인의 책임을 강조한 복지 정책을 펼쳤지만, 사회적 합의에 따라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 프로그램들은 오히려 더 강화했다. 성공적인 제도 정착으로 스웨덴은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스웨덴식의 복지 정책을 지속해 나갈 수 있었다.

반면 그리스의 경우 좌파인 사회당과 우파인 신민당이 자기 정당을 지지하는 이익단체를 위주로 복지를 늘리면서도 세금은 제대로 걷지 않는 불공정한 복지정치가 이어졌다. 양당의 선거경쟁은 복지확대 경쟁을 촉발시켰고,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새로운 연금이 속속 추가돼 국가연금이 무려 13개까지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대부분의 복지가 주로 공무원 등 정규직을 중심으로 한 노동시장 기득권에 집중됐다는 데 있다. 재분배를 위한 복지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상태에서 복지 편중 현상이 나타나면서 복지 확대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의 불평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안상훈 교수는 "그리스의 실패와 스웨덴의 성공을 보면 좋은 복지전략은 따로 있는 게 분명하다"며 "많은 사람들이 복지의 크기만 얘기한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현금복지보다 서비스 복지를 확대해 고용을 늘림으로써 복지가 경제와 선순환하게끔 설계됐는지, 복지수준에 맞는 국민부담이 공정하게 이뤄지는지 등 좋은 복지국가 만들기의 핵심적인 화두들은 모두 크기가 아닌 구성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형 복지국가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전략은 무엇일까. 저자들은 보편 복지와 선별 복지의 조화, 공정한 부담에 관한 국민적 합의, 현금 복지와 사회서비스 복지의 균형, 사회적 경제를 통한 민관의 새로운 역할분담을 꼽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급한 일은 한국형 복지국가를 끈기 있게 논의할 공론의 장을 마련해 장기적이고 사회적인 대타협 방식으로 복지국가의 문제를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저자들은 조언한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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