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자칩은 짜다 ? NO !… 사고의 전환이 만든 '달콤한 성공'

경제·사회 입력 2015-10-16 17:30:02 조상인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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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칩은 왜 짠맛만 있는거지?"

갑자칩 시장에서는 만년 꼴찌인 해태제과의 신정훈 대표는 신제품 개발을 앞두고 '맛 지도' 작성을 지시했다. 브랜드 별로 스낵을 분류하지 않고 재료와 맛으로 과자를 나눠본 것이다.

소맥 스낵, 옥수수 스낵, 감자칩으로 과자군을 가른 다음 짠맛, 단맛, 해물맛 식으로 분류했다. 1조원 규모 스낵 시장이 한 눈에 보였다.

유독 짠맛 뿐인 감자칩을 주목했다. '감자칩은 당연히 짠맛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뒤집은 것에서 달콤한 감자칩의 역사가 시작됐다.

출시 3개월 만에 매출 50억원 돌파, 1년 만에 6,000만 봉지가 판매돼 제과업계의 판도를 바꿔놓은 허니버터칩. 1,500원짜리 과자 한 봉지가 중고거래시장에서 10배인 1만5,000원에 팔렸다.

과자를 사기 위해 대형마트와 편의점 수십 군데를 돌았다는 경험담부터 '허니버터칩 획득'을 자축하는 인증샷이 SNS를 달궜다.

허니버터칩의 개발부터 성공까지 함께 한 신정훈 해태제과 대표가 인터뷰도 고사하던 그간의 침묵을 깨고 책을 통해 사연을 털어놓았다. 궁금증도 해소하고 성공노하우도 공유하겠다는 의도다.

과자 출시 후 항간에는 허니버터칩 품귀현상은 찾는 사람을 애타게 하려는 치밀한 전략이 숨어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실은 이랬다. 천신만고 끝에 '달콤한 꿀과 고소한 버터로 만든 감자칩'에 대한 출시계획이 완성됐다.

보통 감자칩은 시원한 맥주에 곁들이기 좋은 여름 직전 5월에 출시되니, 신 대표는 마케팅 전문가인 브랜드 매니저의 반응을 기다렸다. 하지만 6월이 다 되도록 소식이 없었다.

저자도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브랜드 매니저들이 생각하는 우선순위에서 밀린 탓" 이었다.

허니버터칩은 처음 시도하는 맛이다 보니 기준점이 없었고 브랜드 매니저들은 어떻게 해서든 리스크가 큰 허니버터칩 출시를 미루려고 했던 것이다.

기존의 성과, 과거의 전력을 뛰어넘을 때 비로소 세상에 없던 성공을 쟁취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일시적 유행인 '패드(pad)'일 줄 알았던 허니버터칩 열풍은 '패션(fashion)'으로서 지속성을 가진 유행이 됐다.

스낵 업계에서는 '아류'임을 감수하고 허니 혹은 버터가 들어간 신종 과자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고소허니팝콘, 허니버터아몬드, 허니크림치즈라떼, 허니버터오징어 식의 유사 조합이 등장했다.

먹거리를 넘어 화장품이나 상호명에까지 파급력을 미치는 '메가트렌드'가 됐다.

이제 신 대표는 다음단계로 진입했다. '허니통통'을 비롯한 허니시리즈를 내놓았고, 달콤한 맛을 과일에서 찾은 허니시리즈 제3그룹도 준비 중이다.

"히트의 상태를 성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상태를 유지하고, 지속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진짜 성공은 '그리고' 이후에 온다."

경영인의 성공담을 다뤘지만 책은 무겁지 않다. 과자처럼 바삭바삭 쉽게 읽힌다.

허니버터칩을 둘러싼 사연과 사건의 논픽션을 바탕으로 하되 직원들의 이름을 가명으로 내세워 소설적 재미를 더해 구성했기 때문이다. 1만3,800원.

조상인기자 ccs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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