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Life] 어윤경 제31대 성균관장

경제·사회 입력 2015-09-02 20:45:17 이재유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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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된 성균관·유림 화합 위해 234개 향교·500여 서원·유도회

한자리 모이는 유림대회 정례화

中·日서도 배우러 오는 韓유학 고급 문화상품으로 육성 필요

학생없는 성균관 선현혼 사라져 양현재에 학생거주 허용해야


조선왕조 600여년을 이끈 통치이념인 유교에 지역 234개 향교와 500여개 서원을 대표하는 성균관. 하지만 최근 수년간 악재가 이어졌다. 지난 2013년에는 10여년간 유림을 이끌어온 성균관장이 공금횡령 등으로 구속되며 큰 충격을 줬다. 또 지난해 재야 출신인 서정기 관장이 취임했지만 11월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12월에는 서울 명륜동 유림회관 임대보증금을 불법 전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최근에는 성균관재단이 천안유림문화연수원을 설립하며 지원받은 국고보조금도 문제가 돼 전액 국고로 환수됐다.

그 가운데 결국 서 관장이 의식을 찾지 못하며 지난달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어윤경(78·사진) 신임 성균관장이 당선돼 8월31일 취임했다. 일단 1년 반의 임기가 남았지만 한번 더 연임(3년)도 가능한 그에게 앞으로 어떻게 성균관을 이끌어 갈지를 물어봤다.

"분열된 성균관과 유림을 잘 조정해 화합의 길로 이끌어갈 것입니다. 나아가 전국 234개 향교와 500여개 서원, 유도회가 한자리에 모이는 유림대회를 정례화해 반세기 이상 침묵해온 유림의 단합된 목소리와 추진력을 보여줄 것입니다."

취임을 앞둔 지난달 28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에서 만난 어 관장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자신 있게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했다. 성균관에서 중앙상무위원과 부관장·유교박물관건립추진위원장 등을 역임해 성균관장이라는 자리가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는 그다.

"어려운 시기에 성균관장을 맡아 부담이 크지만 지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이 없습니다. 성균관 내부의 이해관계가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지도 않고 그럴 일도 없어요. 모두 가려는 방향은 같지만 진행에 있어 방법론이나 견해차인 거지요. 솥 다리가 3개면 기우는 법이 없습니다. 성균관도 재단·유도회와 함께 각각 독자적인 기능을 하면서 서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밀어주면 그만입니다."

어 관장은 어느 정도 내부적으로 안정되면 유교가 가장 강점을 보일 수 있는 청소년 인성교육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 무렵 아이들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며 '동몽선습' 첫 구절인 '하늘과 땅 사이 모든 무리 중에 오직 사람만이 가장 귀하니, 사람이 귀하다고 하는 것은 바로 다섯 가지 인륜이 있기 때문이다(天地之間 萬物之衆 惟人最貴 所貴乎人者 以其有五倫也)'를 읊는다.

"유교(유학)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학문입니다. 우리 세대만 해도 취학 전에 천자문을 떼고 동몽선습을 배웠어요. 나중에 배운 건 다 잊어도 이 두 권의 내용은 평생 잊지 않습니다. 책에서 강조하는 오륜 중 군신유의(君臣有義)는 오늘날 조직에서의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관계인데 의가 살아 있다면 부당한 명령이나 하극상이 있을 수 없지요. 오륜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도록 하는 방법론인 겁니다."

하지만 화려한 화면과 빠른 전개의 멀티미디어에 익숙해진 청소년층에게 어떻게 이런 좋은 뜻을 전달할 수 있을까. 더구나 유교가 고루하고 보수적인 이미지로 덧씌워진 요즘이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식의 책과 사설이 유행한 것도 이미 꽤 지난 얘기인데 지금까지도 그런 이미지를 확 바꿀 만한 움직임이나 전환점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일제 강점기 식민사관의 누적된 폐해로만 보기에는 너무 오랜 기간 침체된 느낌이랄까.

"보수냐 진보냐를 규정하는 것은 저마다의 입장차가 큽니다. 1200년 즈음 주자가 집대성한 성리학은 기존 훈고학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혁신적인 학문이었습니다. 이 성리학이 조선에 와서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에 이르면 전 세계에서 독보적인 학문 수준이 되지요. 조선왕조는 세계사에서 유례없이 600여년간 유지된 왕조입니다. 건국이념인 성리학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면 가능했을까요. 조선왕조 600여년의 문화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임진왜란·병자호란 등 치욕스러운 사건이 있었지만 일본을 대하며 아랫자리에 선 적이 없습니다."

나아가 그는 유교의 종주국인 중국이나 일본 모두 한국으로 유학을 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이 주로 공산품을 수출하지만 문화적인 것도 제대로 정리하면 고급 상품이 아주 많아요. 중국은 문화혁명 이래 공자 사상을 배척했지만 G2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며 체제를 뒷받침할 사상으로 다시 유교를 찾고 있습니다. 매년 이맘때 성균관에서 열리는 석전대제에도 중국인들이 단체로 몰려와 의식 자체를 배워갑니다."

2008년 숭례문 방화사건 이래 문화재 출입을 엄격히 제한한 정부 조치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특히 성균관 내 옛 기숙사인 양현재에서 학생들을 몰아낸 것은 반드시 고쳐져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왕조 600년?모든 관리는 이곳 성균관에서 나왔습니다. 여말선초 생육신 중 한 분인 추강 남효은이 쓴 '귀신론'에도 나왔듯이 후손들이 제사를 지내며 조상을 생각하는 순간 그 혼이 존재합니다. 마찬가지로 많은 유생이 양현재 40칸 방에 가득 모여 열심히 공부하고 토론할 때 대성전에 모신 선현의 혼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옛 유생들의 학교이자 기숙사였던 성균관을 이렇게 비워두는 것은 우리 모두 큰 죄를 짓는 겁니다."

He is…




△1937년 서울 △1956년 덕수상고 졸업 △연희대 상학과 수료 △연세대 경영대학원 수료 △조지워싱턴대 행정대학원 수료 △1982년 서천장학회 설립(회장) △1985년 한국종합철재 대표이사 회장 △1995~1998년 서울시의회 의원 △1999~2008년 강동문화원 원장 △2012년 부관장 △2013년 유교박물관건립추진위원장



성균관, 성북동에 유교박물관 건립 추진


1만평 부지에 지상 2층 규모… 전통문화 창달 이바지 기대

이재유 기자


본문

성균관은 지난 2013년부터 서울 성북동에 연면적 4,200평 규모의 유교박물관 단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청소년수련원과 유림회관을 포함해 전체 1만여평 부지에 지상 2층, 지하 2층으로 지어질 계획이다.

성균관유교박물관건립추진위원장이었던 어윤경 성균관장은 "성균관장이 구속되는 어려움 속에 뭔가 돌파구를 찾았는데 마침 좋은 박물관 부지가 공매로 싸게 나왔다"며 "성균관 부관장 9명과 고 박남호 유도회장이 보증금 1억9,000만원을 모아 3만8,760㎡(1만1,725평)를 낙찰받았다. 정말 천우신조의 기회였다"고 설명했다.

건립추진위가 구성됐고 2014년 3월 성균관 정기총회에서 특별사업 승인을 받아 잔금까지 치렀다. 여기에 운도 겹쳤다. 총 8억2,000만원 상당인 이 대지의 일부가 성북구로 수용되며 5,220㎡(1,580평)에 대해 5억1,600만 원의 보상금을 받은 것. 구입 가격보다 다섯 배 가까이 높은 가격이다.

이준용 성균관 총무부장은 "유교박물관과 청소년수련원·유림회관이 들어서면 사회 윤리도덕 순화와 유교 현대화, 청소년 인성교육, 전통 유교문화 창달에 이바지할 것"이라며 "실추된 성균관의 명예를 회복하고 유림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건설비. 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박물관 건립비용이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어 관장은 낙관적이다. "솔직히 1~2년 내 가능해질 문제가 아니라서 구체적인 계획을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집 지을 땅이 있는데 건물 짓는 게 문제겠습니까."

이재유기자 0301@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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