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어쩔 수 없이 빚 못갚는 채무자에 새로운 인생 살 기회줘라"

경제·사회 입력 2015-08-28 17:31:54 수정 2015-08-28 19:43:11 박성규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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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땡처리 등 금융시스템 내서 벌어지는 야만적 실상 눈치 못채

빚 독촉에 인권침해 받으며 고통

"금융사 인격없는 돈벌이에 혈안… 가장 큰 자산인 사람 잃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추산하는 채무 취약 계층이 350만명에 달하고, 매일 40여명이 자살하는 끔찍한 나라, 대한민국. 사회적으로 가장 큰 손실은 사람을 잃는 것입니다."금융으로 병든 살림살이를 치유하는 '희망살림'의 상임 이사이자 '빚 권하는 사회 빚 못 갚을 권리'의 저자인 제윤경씨는 빚 속에 파묻혀 있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중국발 금융쇼크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올해 가계부채가 2분기(4∼6월) 역대 최대 규모의 증가세를 보이며 1,130조 원을 넘어섰다.' 언론에서 연일 보도하는 가계부채 규모는 보도될 때마다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다. 그러나 이러한 빚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받고 있는지를 들여다 보는 내용은 많지 않다.

책은 우리 사회에서 개개인이 짊어지고 있는 채무자들의 문제를 철저히 그들의 입장에서 함께 풀어가고자 한다. 빚으로 휘청거리는 한국경제의 해법을 찾기보다는 빚 속에 있는 사람들에 집중한다.

저자는 우리 사회는 거의 모두가 빚을 진 사회라고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의 10명 중 6~7명이 채무를 짊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빚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개인주의적 입장으로 공감보다는 배척을 한다고 주장한다. 내가 힘겹게 갚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도 이유 불문하고 갚아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계부채에 대해 '관리 가능하다'고 말을 하지만, 저자는 정부의 말에 의구심을 던진다.

"'관리 가능하다'는 말이 사람들이 빚으로 고통받지 않고, 극단의 선택을 하지 않으며 빚 독촉 때문에 인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관리일까. 아니면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이 망하지 않게 하는 관리일까."저자는 정부의 '관리 가능하다'는 말이 후자에 국한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한국 사회의 금융이 품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 빚진 자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빚 갚기에도 벅찬 사람들은 금융 시스템 안에서 벌어지는 야만적인 실상을 눈치 채지 못한다.

특히 채권이 땡처리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금융사들은 연체된 채권을 오래 보유하지 않고 3개월 이상 연체되면 대부업체 등에 헐값에 팔아버린다."

채권 땡처리로 인해 10년 이상 빚을 갚지 못해 추심에 시달리는 채무자들은 때에 따라 대부업체들이 바뀌어가며 빚 독촉을 받아야 한다. 대부업체가 바뀔 때마 추심 강도가 강해지기도 한다.

금융사의 부실을 손쉽게 처리함으로써 부실대출의 실태를 감추고, 채무자는 여러 채권자에게 시달리도록 하는 채권 땡처리 사업이 우리나라에서는 일상적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책 제목을 '빚 안 갚을 권리'가 아니라 '빚 못 갚을 권리'로 지은 것도 이 때문이다.

빚은 당연히 갚아야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못 갚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저자가 시민들의 후원으로 부실채권을 사들여 소각하는 '롤링주빌리' 운동을 시작한 이유다. 그는 말한다.

"금융사들이 인격 없는 돈벌이에 혈안이 돼 있는 동안 우리 사회는 가장 큰 자산인 사람을 잃고 있다. 우리는 그 누구라도 그런 끔찍한 환경에 방치돼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다. 그것이 바로 제가 이 책을 쓰고 많은 사람들과 주빌리 은행을 만드는 이유"라고. 1만5,000원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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