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다 고환을 잘라냈습니다"

경제·사회 입력 2015-08-25 17:08:29 김정균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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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씨는 자전거 마니아다. MTB(산악자전거), 로드 사이클, 미니벨로, 스트라이다 등 모든 종류의 자전거를 즐긴다. 출퇴근 때는 물론 장을 보러 갈 때도 자전거를 이용한다. 그런 K씨에게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졌다.

지난 17일 오후 8시30분. K씨는 슈퍼마켓에 가려고 스트라이다 자전거에 올랐다. 그가 사는 동네에는 자전거 도로가 없다. 인도 역시 자전거 통행이 힘들어 차도를 이용해야 한다. 차도로 진입한 그는 시속 10km의 속도로 페달을 밟던 중 중앙선을 침범해 돌진한 남자 고등학생의 자전거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두 사람 다 넘어지긴 했지만 서로 몸 상태가 어떤지 물어보고 보냈을 정도로 사고는 경미했다. K씨는 아랫배에 살짝 통증을 느끼긴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상대방을 보내고 충격을 진정하기 위해 앉아 있는데 점점 통증이 심해졌다. 식은땀과 헛구역질이 났다. 아랫배와 고환까지 부어올랐다. 뭔가 크게 잘못됐다고 직감한 K씨는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결과는 참담했다. 고환 파열. 의사는 바로 응급수술을 하자고 했다. 오른쪽 고환을 3분의 2나 자른 뒤 접합하는 수술이었다. 의사는 “생식 기능엔 이상이 없지만 불임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스트라이다는 삼각형 모양의 자전거다. 안장이 60도 각도로 치솟아 있는 프레임에 바짝 붙어 있는 탓에 사고가 나면 남성 생식기가 충격을 받기 쉽다. K씨는 기자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조그만 충격에 고환이 파열될 정도라면 스타일을 위해 라이더의 안전을 포기한 자전거가 스트라이다인 셈”이라며 “남성 라이더에게 스트라이다는 몹시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전거 수입사 측은 ‘자전거에 결함이 없으면 소비자 과실이라고 이야기하더라”라고 덧붙였다. K씨는 “사고를 낸 학생을 찾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했다.

자전거를 타다가 생식기를 다친 이는 K씨뿐만이 아니다. 일반 자전거를 탈 때도 생식기 부위 부상을 입을 수 있다. C씨의 경우 2011년 자전거도로에서 화를 입었다. 목줄을 차지 않은 애완견이 갑자기 도로로 뛰어들어 사고를 당했다. C씨는 왼쪽 고환이 파열돼 고환복구술을 받아야 했다. A씨는 지난달 자전거 안장에서 미끄러져 요도가 파열되는 큰 사고를 당해 2주 동안이나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그는 3개월간이나 요도에 도뇨관(소변줄)을 꼽고 지내야 한다.

한 비뇨기과 전문의는 “고환 타박상의 경우 증세가 가벼우면 냉습포 등의 치료로 손쉽게 치료할 수 있지만 고환 크기가 커지고 심한 통증이나 헛구역질을 동반하면 고환이 손상됐을 가능성이 높아 수술을 할 수도 있다”면서 “손상 정도가 심하면 고환을 적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환은 외부 충격에 극도로 민감한 장기이므로 자전거를 탈 때 고환이 충격을 받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김정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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