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거대한 수도서 이렇게 생겨났다?

경제·사회 입력 2015-07-31 18:06:53 박성규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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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에 등장한 동사무소
1920년 여름 콜레라 유행 막으려 부촌 중심 위생업무 본게 출발점
총독부도 설치 장려하면서 정착

1960년대 첫선 서민 아파트는 주거용 최소 평수 파악서 시작
신자유주의 도시계획의 미래는…
'서울 궁금증' 문답으로 풀어내


"동사무소가 일제강점기에 생겼는데 이게 콜레라 때문이라고요?".(김종배)

"1920년 여름 콜레라가 유행합니다. 부촌을 중심으로 몇몇 가문들이 모여서 '우리가 알아서 통제하겠다. 경찰 들어오지 마라' 하면서 바리케이드를 쳤습니다. 삼청동쪽에서 처음으로 여러 개의 동이 모여 사무소를 열고 사무소에서 위생 관련 업무를 보기 시작합니다. 그게 동사무소의 시초라고 봅니다."(임동근)

'메트로폴리스의 서울의 탄생'은 동사무소의 출현부터 신자유주의 도시계획의 집행까지 서울을 만들어온 통치술의 변화를 추적하는 책이다.

책은 그런 독특한 통치술, 독특한 선택들을 하나 하나 역사적으로 되짚어보며 그 효과와 부작용들에 대해 객관적으로 살펴본다.

시사평론가인 김종배의 질문에 지리학자인 임동근이 답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 덕분에 독자들은 그간 몰랐던 사실들을 쉽게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저자의 논지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제시대 돈 많은 일부 귀족들에 의해 생긴 동사무소가 스스로 위생 관리를 하면서 조선총독부는 동사무소 설치를 제도화 한다.

처음에 귀족들의 집단행동을 막으려고 했던 총독부가 동사무소로 인해 저비용으로 위생 관리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동사무소 설치를 장려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이 때문에 우리나라 도시 행정 서비스가 세계적으로 굉장히 좋은 편에 속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아파트 공화국'이 된 배경과 토목·건설 산업의 전망은.

저자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한 질문에 대해서도 문답을 통해 쉽게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1960년대 마포아파트가 지어지면서 아파트 담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의 핵심은 최소 주택이었다. 주택을 공급할 때 사람들이 견딜 수 있는 가장 작은 아파트가 몇 평이냐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와우아파트의 붕괴 사고와 더불어 서민 아파트는 기억 속으로 사라진다. 1970년대 중반 민간 건설사들이 하나, 둘 국내 아파트 건설 시장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최대한 빨리 많은 주택을 짓기 원했던 정부가 세금 혜택 등 파격적인 조건들을 내걸며 민간 건설업체들을 아파트 시장으로 유인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파트의 역사 설명에 그치지 않고 토목·건설 산업에 대한 전망도 내놓는다. 전망은 이렇다. 1970년대부터 토목, 건설 산업의 주기적 동선을 살펴보면, 중동특수를 거쳐 신도시로, 또 고속도로를 거쳐 다시 재건축으로 향하는 등 국외와 국내를 오가며 공급 물량을 유지했다.

현재 국내에서 막힌 이 흐름을 조금이라도 더 건전하게 이어갈 외부 현장을 찾지 못한다면 토목의 힘이 대운하 같은 엉뚱한 방향으로 쏠릴 수 있다고 말한다. 과거로부터 현재로 순차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저자는 정부 차원의 도시계획이 포기되고 본격적인 민간 도시 개발의 시대가 열린 2000년대를 지나치지 않는다. 이 시기 부동산 개발이 금융화 기법을 통해 진행되고 돈 많은 개발업자를 위해 규제를 완화시키는 등 본격적인 신자유주의 도시계획이 도입된다.

저자는 특히 자본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모집하고, 사업 종료 후에는 일정 기간에 발생한 수익을 지분율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나눠 주는 방식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주택시장에 적용한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강조한다. 1만8,000원.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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