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Story] 백창주 씨제스컬처 대표

경제·사회 입력 2015-07-02 18:31:50 송주희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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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세살때 매니지먼트사 입사… 15년간 매니저로 뛰며 청춘 바쳐

최민식·이정재 등 스타연예인 '전속 계약서' 없이 신뢰만으로 영입

지난해 공연 제작사 설립… 처녀작 뮤지컬 '데스노트' 국내 선보여

'업계의 암묵적 휴일' 월요일 공연 등 기존 틀 과감히 깨고 흥행몰이


검은색 점퍼는 '그'의 공식 유니폼이다. '대표'라는 직함에 어울리는(?) 잘빠진 정장에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안락한 사무실과 멋진 옷보다는 다이내믹한 현장과 활동하기 좋은 점퍼가 편한 건 어쩔 수가 없다.

자기 자신보다는 아티스트를 돋보이게 하는 연예인 매니저로 십수년간 일하며 자연스레 몸에 밴 습관이다. 가수 JYJ와 거미, 배우 최민식·설경구·이정재 등 정상급 연예인이 소속된 씨제스엔터테인먼트의 수장 백창주(사진). 그는 "이름 앞에 붙는 호칭이 하나 더 늘어났을 뿐 나는 변함없이 매니저"라며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매니저 한 우물서 나온 '아티스트 먼저'=아티스트 처지를 먼저 생각하는 백 대표의 '버릇'은 15년 가까이 그가 업으로 삼아온 매니저로서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지극히 평범하고 튀지 않는 아이"였다는 그는 학창시절부터 막연히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 정도까지 판(?)이 커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어린 마음에 연예인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컸던 것 같아요(웃음). 이렇게 대표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갖게 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도 못했었죠." 지인의 소개로 얼떨결에 발을 내디딘 첫 직장은 그렇게 백 대표의 '한 우물'이 됐다. 스물세 살의 나이에 당시 신승훈·엄정화·코요테 등 인기 연예인이 소속된 대규모 매니지먼트사 매니저로 일을 시작했다.

잔심부름과 운전(로드매니저)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다 보니 15년의 시간은 훌쩍 흘러갔다. "운 좋게 꿈꿔왔던 일에 몸 담았는데 어쩌다 보니 청춘을 이 업계에 바친 게 됐네요." 연예인과 의리로 동고동락하던 현장에서의 경험 때문이었을까. 씨제스엔터는 연예인과 '전속 계약서 없는 회사'로 유명하다. 회사와 연예인 둘 간의 신뢰로 영입이 이뤄진다. 불공정 계약이라며 심심치 않게 소속사와 연예인 간 법정 다툼까지 이뤄지는 엔터 업계의 현실에 비춰볼 때 참 특이한 회사다.

'회사 입장에서는 너무 리스크가 큰 방식이 아니냐'는 질문에 백 대표는 덤덤하게 답했다. "계약이 종료되는 것 자체가 회사에는 회초리입니다. 뭐든 회사가 잘못했기 때문에 아티스트가 계약관계를 유지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일 테니까요."

◇씨제스엔터, 또 다른 도전에 나서다=백 대표에게는 최근 직함 하나가 더 생겼다. 바로 공연제작사 씨제스컬처 대표. 씨제스컬처는 씨제스엔터가 지난해 12월 자회사 형태로 설립한 공연제작사다.

소속 배우들이 출연하는 뮤지컬에 공동제작으로 참여하는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독자적인 작품 개발·제작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대형 뮤지컬 제작사들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왜 하필 공연이었을까. 백 대표는 "매니지먼트사의 외연 확장을 위해서는 공연이 됐든, 영화·드라마가 됐든 제작으로 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티스트가 다양한 활동을 하며 경력이 쌓일수록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의 장르나 작품관이 생기게 마련"이라며 "외부에서 들어오는 작품을 기다리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여건이 된다면 자체 제작에 나서는 시스템이 회사나 아티스트 모두에게 효율적인 방향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씨제스컬처는 첫 뮤지컬로 일본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데스노트'를 지난달 20일 국내에 선보였다. 막강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아이돌 그룹 JYJ의 김준수와 뮤지컬 배우 홍광호가 투톱 원 캐스트로 나서며 표는 오픈 회차마다 매진행렬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인기 속에 오는 8월9일까지였던 공연일정은 같은 달 15일까지로 5회 연장됐다.

어린 시절 일찌감치 데스노트를 완독했다는 백 대표는 씨제스컬처의 처녀작에 만족감을 표했다. "원작에 열광하는 팬들 입장에서는 부족한 부분도 분명 많을 겁니다. 하지만 일본 공연을 보며 머릿속으로 구상했던 것들이 대부분 국내 무대에 잘 표현됐고 배우들의 노래도 충분히 감동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저는 기대했던 만큼 작품이 잘 나왔다고 봅니다."

◇'원래'라는 틀에 묶기 싫어…새로운 시도=사실 백 대표는 씨제스컬처 설립 전까지 뮤지컬에 큰 관심이 없었다. 소속 가수 김준수의 출연작을 챙겨봤을 뿐 전문적인 지식이나 관심으로 대했던 장르는 아니었다. 이제 갓 업계에 진입해 하나둘 배워가는 신입생이어서였을까. 씨제스컬처는 데스노트 개막 전부터 파격적인 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데스노트는 '공연 업계 휴일'인 월요일에 공연을 편성하고 '대목'인 일요일 2회 공연을 과감하게 없앴다. 티켓이 이미 매진된 상황에서도 작품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전시만?열기도 했다. 기존 뮤지컬 시장에서는 익숙지 않았던 이들 아이디어는 모두 백 대표의 머리에서 나왔다.

이번 데스노트를 국내 무대에 올리면서 백 대표가 가장 '지양'했던 단어는 '원래'다. '이 업계에서는 원래 이래저래 해왔는데' '원래는 이렇게 하는 건데'같이 기존 틀에 갇혀 자기 검열을 하는 것이 싫었다. 시장 질서를 깨고 상도의를 무너뜨리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그저 오래전부터 그래 왔다는 것을 이유 삼아 그 룰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는 게 백 대표의 생각이다.

"우리만의 무엇인가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남의 것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고, 특별한 이유 없이 '남들은 그렇게 한다'는 식의 사고가 이해가 안 되는 거예요. 제가 잘 모르기 때문에 이 업계에서 그동안 '당연한 것'이었던 모든 것들이 의문의 대상이 되는 거죠." 데스노트의 월요 공연도 이 같은 생각에서 비롯됐다. "데스노트는 원 캐스트 작품이다 보니 배우 관리가 중요해요. 그런데 뮤지컬 배우들이 2회 공연이 있는 일요일에는 쉰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저는 일요일에 배우들에게 휴식을 주고 싶었고, 그래서 공연계의 휴일이라는 월요일에 공연을 편성하게 된 겁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씨제스컬처'라는 새 판을 깔았고 첫 신호탄인 작품도 무대에 올랐다. '잘빠진' 답변을 기대하며 '새 회사의 목표와 포부'를 물었건만 백 대표는 역시나 '소박한 바람'으로 답을 대신했다. "당장은 몇 년 내 어떤 규모로 회사를 키우겠다는 거창한 포부는 없습니다. 일단은 새 밭에 씨를 뿌리는 마음으로 한 편 한 편에 집중하면서 소속 연예인이 다방면으로 활동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그거면 된 거 아닌가요?"

He is…




△1977년 전남 광주 △2000년 아이스타시네마 이사 △2006년 여리인터내셔널 이사 △2009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대표 △2014년~ 씨제스프로덕션·씨제스컬처 대표 △2015년~ 씨제스모델에디션 대표



"당분간 1년에 한편만 제작… 장기적으로 연극도 올릴 것"


목표에 쫓겨 억지로 작품 만들지 않아
원작 작품 위주로 역량 키우기에 매진

송주희 기자




씨제스컬처는 올해 뮤지컬 '데스노트'를 시작으로 매년 한 편 정도는 꾸준히 작품을 올릴 계획이다. 데스노트처럼 원작이 있는 작품 위주로 역량을 키우는 게 당분간의 목표다. 백창주 대표는 "당장 다른 뮤지컬 제작사처럼 1년에 서너 편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당분간은 1년에 한 작품에만 집중하며 경험도, 노하우도 쌓는 것이 회사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없으면 안 올린다는 마음일지언정 부족한 작품을 '1년에 한 편'이라는 목표에 쫓겨 억지로 제작하지 않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씨제스컬처의 작품=김준수 출연작'이라는 대중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부분.

이에 대해 백 대표는 "대중에게 익숙한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크게 고민하지는 않는다"며 "꼭 특정 아티스트를 작품에 출연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누구와 함께하느냐보다는 어떤 작품을 올리느냐가 중요하다"며 "매년 한 편의 작품에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 배우가 돋보일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는 데 방점을 찍겠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연극 작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백 대표는 "지금은 여러 작품을 보며 배우·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며 "서두르기보다는 시기나 작품 등 여건이 맞아떨어질 때 새롭게 도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송주희기자 ss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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