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 마켓] MSCI 진입 다시 추진한다는데…

증권 입력 2015-06-17 17:50:09 박준석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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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외환시장서만 원화거래
자유로운 자본 유출입 막고 외국인 투자가 환위험 노출
투자가 등록이후 ID 부여… "선진시장 관행 어긋나" 지적
이번엔 제도 바뀔지 촉각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7일 열린 간부회의에서 국내 주식시장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 의지를 밝힘에 따라 한국 증시의 '숙원사업' 성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주도해 국내 증시의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추진한다면 그동안 MSCI 측이 편입 조건으로 요구했던 외환거래 제약, 외국인투자가 등록제 등의 제도개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MSCI 지수는 MSCI 자회사인 'MSCI바라(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Barra)'가 작성해 발표하는 모델 포트폴리오 지수다.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가 발표하는 FTSE 지수와 함께 세계 양대 주식투자 지표로 꼽힌다. MSCI 지수는 크게 미국·유럽 등 선진국 중심의 선진지수(World Index), 아시아·중남미 등의 신흥국 지수(Emerging Markets Index)로 나뉘며 한국은 신흥국 지수에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MSCI 지수를 잣대로 투자하는 전 세계 기관투자가 자금이 최대 7조~8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임 위원장은 이날 "현재 MSCI 신흥국 지수에 있는 우리 주식시장이 MSCI 선진지수에 편입되면 보다 안정적으로 해외 투자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며 "선진지수에 포함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필요한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MSCI 측과의 소통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앞서 금융위는 임 위원장 명의로 이달 초 MSCI 측에 "MSCI 선진시장 지수 편입과 관련해 외국인 투자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한국이 MSCI 선진시장 지수 편입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MSCI 선진지수 편입 후보군에 올라선 후 6년 연속 선진시장 지수 승격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해부터는 MSCI의 검토 대상(Watch List)에서도 아예 제외됐다. MSCI는 통상 편입 후보들을 검토 대상에 올리고 이듬해에 편입 여부를 심사해 결정한다.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의 선진지수 승격이 매번 고배를 마신 것은 MSCI가 요구한 외환거래, 외국인투자가 등록제도 등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MSCI는 외국인투자가들이 국내 증시에 투자할 때 원화를 역외에서 매매할 수 없어 제약이 많다고 지적해왔다. 실제 외환관리법에 따르면 원화 거래는 서울 외환시장에서만 가능하다. 역외 원화 거래를 허용할 경우 원화에 대한 투기적 공격 위험이 높아져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고 나아가 외환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외환 거래를 엄격히 제한하는 것이다. 하지만 MSCI는 이 법이 글로벌 자본의 자유로운 시장 유출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런던에 있는 기관투자가가 국내 증시에 투자하려면 전날 달러 환율을 토대로 주문을 낼 수밖에 없다"며 "국가 간 시차로 인해 매매주문이 다음날 체결되기 때문에 외국인투자가들이 환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환위험으로 인해 포트폴리오 종목 구성에서 오차가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MSCI는 외국인투자가 등록제도(ID제도)도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외국인투자가가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려면 금융감독원에 투자등록을 해야 하며 등록 이후 투자자별 고유번호(ID)가 부여된다. 정부는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외국인의 지분 소유 현황을 파악하고 투기자본의 유출입 등을 관리 감독하기 위해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MSCI는 이 같은 '꼬리표'가 선진시장의 관행에 어긋난다며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ID를 부여 받은 외국인투자가들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장외거래를 할 수 없다"며 "외국인들끼리 장외에서 거래를 할 수 있으면 증권사 위탁수수료 등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만 국내 증시제도는 이를 아예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한국거래소를 주축으로 금융투자업계가 정부에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해왔지만 담당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등은 대외 안정성 등을 이유로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날 이례적으로 임 위원장이 직접 MSCI 선진지수 편입 의지를 피력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변화에도 불구하고 선진지수 편입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외환 변동성으로 인해 외환위기까지 겪은 '트라우마'가 있어 소관 부서인 기획재정부가 외환거래 자유화를 허용할지 의문"이라며 "아울러 MSCI 측이 표면적으로 제도개선 등을 선결과제로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 선진지수 편입의 가장 큰 걸림돌은 북한 문제 등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분석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준석기자 pj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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