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럼 2015] "中 이해하려면 '오만' 버리고 상인정신 본받아야"

경제·사회 입력 2015-05-31 18:04:18 유주희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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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성(66·사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중국을 황소에, 우리나라를 어미 개구리에 비유했다. 황소가 얼마나 큰지도 모른 채 흉내를 내기 위해 배를 부풀리다가 결국 배가 터진, 이솝우화 속의 개구리다.

'서울포럼 2015'를 마치고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의 안중근기념관에서 만난 조 교수는 "자신의 틀 안에서 황소를 상상했던 어미 개구리처럼 중국을 바라봐선 안 된다"며 "우리 기준에서 평가하기에는 중국은 스케일이 너무 다른 나라"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그런 면에서 이번 서울포럼은 어미 개구리 같은 우리의 좁은 시각을 깨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지난달 2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15에 이틀 내내 참석해 방청객들에게 중국을 현재를 전달하고 포럼에 참석한 80여명에 달하는 중국 기업인들과 한중 경제의 미래를 논의한 바 있다. 그는 경영학 전문가이기도 하지만 중국 난카이대 석좌교수, 광화관리학원 초빙교수에 이어 현재 베이징 청쿵상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중국통이기도 하다.

조 교수는 "이번 서울포럼에서 대학생 등 젊은 방청객들이 많았는데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고 스케일이 훨씬 큰 성공 사례를 발표하는 중국 기업인들을 보고 세상에서 진행되고 있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를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은 실제 중국과 한참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똑같은 기저귀를 팔아도 한국과 중국은 규모부터 차이가 크다. 한국에서 매년 태어나는 신생아 수는 약 40만명이지만 중국은 매년 1,800만명이 태어난다.

그는 "그동안 한국인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좋게 말하면 자부심이 컸고 나쁘게 말하면 조금 오만했다"며 "중국이 우리와 같은 경쟁선상에 서 있다고 생각하지를 않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에만 해도 중국의 경제발전상은 놀라웠고 특히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나 샤오미처럼 세계를 놀라게 하는 기업·기업인도 등장했다.

지난 25년간 한중 양국을 180번 이상 오갔다는 조 교수는 지금도 중국에서 놀라는 일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중국 톈진공항 근처 식당에서도 놀랐다고 한다. 허허벌판에 세워진 8층 건물의 전체가 식당이었던 사실 때문이기도 했지만 300여명의 요리사가 근무하는 기업형 식당을 운영하는 이가 3명의 농부들이라는 점은 더욱 놀라웠다. 인근 땅값이 오르면서 생긴 자산을 묻어두거나 탕진하는 대신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이 과연 중국인답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럼 한국은 과연 어떻게 이런 나라, 사람들과 함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조 교수는 가장 유력한 파트너를 전략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경제주체를 세분화했다. 미국을 압도하는 규모와 잠재력을 가진 '슈퍼A', 미국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A레벨, A보다 작지만 한국·일본·유럽 각국 등 여러 나라를 상대하는 규모의 B레벨, 한 나라 정도와 협력하는 수준의 C레벨 등이다.

조 교수는 "C레벨의 기업은 정말 진지하게 한국 같은 나라와 비즈니스를 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조언했다.

또 '상인정신'을 타고난 그들의 사업수완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 조 교수의 이야기다.

예를 들어 한중 양국의 대학이 과학기술·인력 분야의 교류와 공동투자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한국 대학 관계자들은 순수한 기술과 인력 교류에만 신경을 썼다. 반면 중국 측은 이 같은 협력을 통해 확보한 외국인투자가로서의 지위를 활용해 한국의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 조 교수가 소개한 실제 사례다.

그는 "과학기술 교류라는 지향점도 물론 훌륭하지만 중국인들은 돈을 추구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데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몇 수 앞을 내다보는 태도가 배어 있다"고 덧붙였다. 인사말 하나만 해도 중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궁시파차이(恭喜發財·돈 많이 버세요)'처럼 재물과 관련된 인사말이 흔히 쓰인다.

이 밖에도 조 교수는 한국인들이 중국에 얽매이지 않는 담대한 사고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사실상 중국의 경제적 식민지로 전략할 우려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이럴 때야말로 오히려 한국이 중국·미국을 제패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발상의 전환을 주문했다.

로마나 영국이 그랬듯이 군대나 자금력으로 다른 나라를 삼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조 교수는 우선 "한국인들이 더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해외에서 꼭 화려한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한국어나 태권도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으로도 전 세계에서 영향력을 넓이고 때로는 현지사회의 리더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사례가 많아질수록 한국이 더욱 품격 있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중국만 바라보지 말고 우리의 의지대로 행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이호재기자

유주희기자 ginger@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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