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럼 2015] "생각만으로 TV 켜고 車 운전… '브레인넷' 시대 열린다"

경제·사회 입력 2015-05-29 18:35:07 정리=이종혁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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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쿠 교수
美·유럽서 인간 뇌 지도 만드는 프로젝트 진행
의식 디지털화로 육체 속박 벗어나 화성 갈수도

김상헌 대표
인공지능 기능과 비슷한 '로보소프트웨어' 부상
금융·엔터테인먼트 등서 전통적 방식 뒤집힐 것


서울포럼이 열린 지난 27일, 서울 신라호텔에는 만남 자체로도 화제를 모을 만한 회동이 하나 있었다.

바로 이번 포럼 기간에 가장 큰 인기를 모은 세계적 물리학자·미래학자인 미치오 카쿠 뉴욕시립대 석좌교수와 한국 최대 인터넷 포털인 네이버의 김상헌 대표가 자리를 함께한 것이다.

대화의 시작은 '길(way)'이었다. 김 대표는 카쿠 교수의 이름인 미치오(道雄) 안에 길 도(道) 자가 들어 있지 않느냐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두 사람의 대담은 이내 미래 정보기술(IT)의 길로 이어졌고 인간의 의식이 나아가게 될 길까지 뻗어나갔다.

대담을 통해 카쿠 교수와 김 대표는 IT 업계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끝에 인간 의식의 디지털화가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를 위해 아직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는 데 동의했다. 대담을 정리했다.

△김상헌 대표=IT 업계에서는 현재 수많은 혁신적 변화들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업계 생태계뿐만 아니라 인류의 일상을 뿌리부터 바꿔놓을 변화들이죠. 여러 저작을 통해 IT, 그리고 문명의 미래 모습을 그려내온 미래학자로서 IT가 만들어갈 우리의 미래를 제시해주시겠습니까.

△미치오 카쿠 교수=영화 '해리포터'를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모든 인류가 마법사(magician)가 되는 것입니다. 마음만으로 집안의 기기들을 조종하고 차를 운전하는 일이 일상화된다는 얘기죠. 인터넷을 이용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로봇을 움직이는 일도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현재 스마트 기기를 통해 이런 일들이 가능한 수준까지 와 있지만 더 발전하면 완전히 정신만으로 사물을 움직일 수 있는 시대가 온다고 봅니다. 내가 늘 말해온 '브레인넷(brainnet)' 시대가 열리는 것입니다. 가히 '차세대 진화(next of evolution)'라 부를 만합니다.

△김 대표=카쿠 교수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차세대 진화의 초기 단계에 들어서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 수많은 콘텐츠들이 디지털화되지 않았나요. 모바일금융도 본격적으로 꽃피고 있습니다. 차세대 진화가 진행되면서 금융·엔터테인먼트 등 많은 산업에서 전통적 방식을 뒤집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IT의 발전이 우리 자신에게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온라인상에 우리의 추억과 정보들이 기록되고 있는 게 대표적이죠. 사람들의 수많은 데이터가 인터넷에, 메모리에 저장되는 시대입니다. 어쩌면 육체는 유한하지만 온라인에서의 수명은 무한해졌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카쿠 교수=맞는 말이에요. 우리는 온라인 데이터를 이용해 마치 홀로그램처럼 개인을 재창조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봅니다. 더 나아가 인간 의식을 통째로 디지털화하거나 디지털화된 의식을 창조하는 일도 이미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게 현실화되면 인간이 육체의 속박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만드는 일도 가능해진다는 얘기죠. 예를 들어 지금은 우리가 달까지 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전파를 이용해 의식만 보낸다면 1초면 됩니다. 화성까지는 아마 20분이면 도달할 것입니다. 아직은 완전히 상상(speculation)에 불과한 단계지만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의식의 디지털화를 위한 기초 단계로 수십억 달러를 들여 인간 뇌의 지도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선 덜 복잡한 생쥐 두뇌의 지도가 완성됐고 유럽에서는 다음 단계로 토끼의 뇌 지도를 만들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이 대목에서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현재로서는 너무 앞서 나간 이야기일 수 있다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육체의 속박을 벗어난 인간 의식이라든가, 인간처럼 의식을 갖춘 인공지능의 존재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같은 공상과학소설에 등장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김 대표=의식의 디지털화는 아직은 꿈 같지만 매우 멋진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IT 업계에 종사하는 일원으로서 어떻게, 언제쯤 이를 실현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카쿠 교수=집안의 가전 기기를 인터넷에 연결하거나 자율주행하는 자동차 같은 '커넥트홈'은 금세기 말이면 일상화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의식의 디지털화가 곧장 일어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상식과 자아인식(self-awareness)이라는 두 가지 난관 때문이죠. 현재는 아무리 정밀한 로봇도 결국 미리 짜여진 프로그램대로 움직이는 기계일 뿐입니다. 우선 인간의 뇌에 대한 지도를 완성해 두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한 뒤에야 자아인식과 상식을 갖춘 '디지털화된 의식'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김 대표=구글·IBM 같은 세계?IT 기업들도 인공지능에 대해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드러나는 성과는 없는 듯합니다. 완전한 인공지능은 까마득한 미래에 실현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무궁무진한 인터넷 데이터를 이용한 현실적 대안도 존재합니다. 인공지능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비슷한 기능을 할 수 있는 가상의 전문가들이죠. 예를 들면 한국 IT 업계에서는 '로보소프트웨어(robo-software) 엔지니어'라는 개념이 최근 부상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 가득한 전문적 지식을 검색해 소프트웨어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가상의 엔지니어라 할 수 있습니다.

△카쿠 교수=미국의 IT 기업들도 유사한 서비스를 속속 개발하고 있습니다. 로보의사(robo-doc)라든가 로보변호사(robo-lawyer)가 조만간 상업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빅데이터가 해결해주는 것이죠. 물론 그런 직업들이 대체되거나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우리가 재판을 받거나 병원에 간다면 여전히 변호사와 의사는 필요합니다(웃음).

김 대표와 카쿠 교수는 IT의 미래에 이어 "나는 왜 존재하는가"와 같은 철학적 물음에 대한 대화도 나눴다. 의식의 디지털화를 얘기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갈라져나온 물음이다. 카쿠 교수는 "존재의 근원에 대한 성찰은 다른 동물과 달리 과거와 현재, 미래를 나누어 생각할 수 있는 인간만이 가진 정신적 특징"이라며 "인공지능의 핵심도 바로 컴퓨터가 '자신'을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리=이종혁기자 2juzs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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