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풍요 속 빈곤…유커 귀환에도 웃지 못한 면세점

산업·IT 입력 2023-10-19 19:30:52 이호진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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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하늘길이 다시 열리면서 국내외 관광객들로 공항이 다시 북적이고 있습니다.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은 지난 7월부터 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이 새로운 사업자로 선정돼 운영을 시작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예상과 달리 공항·시내면세점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받아들지 못하며 고전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오늘은 관련 내용 산업 2부 이호진 기자와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이호진 기자,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리오프닝 이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늘어나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한국 관광객도 늘어난다면 출국장 면세점 사업자에게는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을 할 것 같은데, 현재 정확히 어떤 상황인 건가요?


[기자]

네. 말씀하신 것처럼 우선 국내를 찾는 해외 관광객의 수가 크게 늘었습니다.


한국관광공사 방한 외래관광객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을 찾은 해외 관광객 수는 443만 796명으로 작년 81만 172명과 비교하면 무려 5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한국 관광객 수도 늘었지만 면세점의 외국인과 내국인 매출 비중이 8:2에서 9:1 정도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외국인 관광객의 급격한 증가세는 면세업계에 분명 긍정적인 신호로 풀이됩니다.


국내 면세점 이용객 수도 크게 늘었습니다.


한국면세점협회는 지난 8월 내국인과 외국인을 합산한 국내 면세점 이용객이 206만 3,989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면세점 이용객의 증가에는 중국 정부의 방한 단체여행 제한 해제의 영향이 주효하게 작용했는데, 이는 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99% 증가한 수칩니다.


일반적으로 면세점 방문객이 증가할수록 매출이 신장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올해 상반기 면세업계의 매출은 반대로 일제히 하향세를 나타냈습니다.


지난 8월 전체 면세 매출은 1조1,366억원을 기록해 작년 동월 대비 27.6% 하락했으며 구체적으로는 현대면세점의 매출이 47.1%, 롯데는 38.6%, 신라와 신세계는 각각 33.6%와 15.9% 감소했습니다.


[앵커]

면세점 이용객이 늘었음에도 매출이 하락했다는 것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어떤 요인이 업계 전반의 매출 감소를 야기했을까요?


[기자]

네. 우선 가장 큰 원인은 다이공 송객수수료 인하입니다.


다이공은 중국 보따리상을 이르는 말로, 다이공은 코로나19 시기 면세점 매출 상승의 일등공신으로 활약했습니다.


하지만 다이공 의존도가 높아지며 다이공에게 지불하는 송객 수수료가 경쟁적으로 높아졌고, 40~50%라는 비정상적인 수준으로까지 인상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면세업계는 영업이익을 깎아 먹는 과도한 출혈 경쟁을 멈추기 위해 송객 수수료를 20~30% 수준으로 인하했고, 낮아진 송객수수료에 다이공이 발길을 끊자 매출이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겁니다.


송객수수료가 줄며 매출이 감소한 대신 영업이익은 증가했는데요.


롯데면세점은 올해 상반기 매출은 38.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41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하기도 했습니다.


면세업계는 다이공에게 의존하는 과도한 매출 경쟁 대신 유커 공략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택하며 리오프닝 시즌을 맞이하고 있지만 문제는 유커의 지갑이 이전처럼 쉽게 열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다이공의 인당 객단가가 높은 만큼 다이공이 차지하던 매출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유커들이 사드 사태 이전만큼 유입돼야 하지만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며 생각만큼 관광객 유입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유커의 객단가마저 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더해 중국 관광객들의 세대 교체로 인한 소비 패턴 변화도 공항 면세점 불황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싼커’로 불리는 중국 MZ세대 개별관광객들은 이전 유커들처럼 공항면세점에서 싹쓸이 쇼핑을 즐기기보단 성수동 등 ‘핫플’을 찾고 올리브영 등 로드샵 쇼핑을 즐기는 경향이 두드러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CJ올리브영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배 뛰었습니다.


[앵커]

면세업계가 엔데믹에도 예상 외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인데요.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당장은 면세업계에서도 현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대안이 없는 터라 한동안은 현재와 비슷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면세업계에서는 다시 송객수수료를 올리면서까지 다이공에 의존하기보단 송객수수료의 법제화를 희망하는 분위기가 포착됩니다. 송객수수료가 법제상 일정 수준으로 고정된다면 기업 간 경쟁이 과열되는 것을 막고 반대로 다이공을 설득하는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경기 불확실성이 확실하게 해소되지 않은 것 또한 근시일 내 다이나믹한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게 하는 요인입니다.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4.9% 상승하며 반등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부동산 시장의 먹구름이 걷히는 모양새는 아니라 확실한 회복 국면이라고 판단하기도 이르기 때문입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역시 코로나19 이후 중국 유커의 소비패턴 변화가 확실하고 이러한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며 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응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중국 유커 유입과 중소․소상공인 대응 전략’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이후 중국 방한 관광객 중 MZ세대의 비율이 68.4%까지 늘었으며 앞으로도 MZ세대 관광객 비율이 늘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한 향후 방한 여행 의향이 있는 중국 소비자 중 65%가 자유여행을 선호한다고 응답했으며, 쇼핑을 원하는 소비자 비율(88%)보다 현지음식(91%), 야경(91%) 등 체험형 여행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네. 현재 면세업계의 상황과 향후 전망에 대해 이호진 기자와 짚어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자]

네. 감사합니다. /hojinlee9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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