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 전 여순사건' 재현…육필로 쓴 첫 시집 '여순 동백의 노래'

전국 입력 2022-07-02 10:08:39 수정 2022-07-02 15:57:17 신홍관 기자 0개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10여년간 현장 답사로 시간·공간적 배경 서사·서정화

우동식 시인 출간…"진정한 해결 새 이정표 남길 작품"

우동식 시인의 작품 '여순 동백의 노래' 책 표지.

[여수=신홍관 기자] "서국민학교 5학년 서**씨 / 등교를 하니 / 교실 바닥에 핏물이 흥건히 고여 있었다고 한다 / 이웃에게, 친구에게, 모르는 사람에게 / 손가락 총질을 당한 자국들이 / 군홧발에 / 짓이겨진 동백꽃 문양이었다"


우동식 시인이 최근 발간한 <여순 동백의 노래> 중 ‘손가락 총’의 한 구절이다.


<여순 동백의 노래> 시집은 여순10·19사건을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중심으로 서사 및 서정·서경화로 엮은 작품이다. 여순사건의 주요 현장을 직접 10여년간에 걸쳐 답사하고, 그것도 모자라 그들의 증언을 참고해 피해자적 관점에서 치유와 화해의 시선을 육필로 담아내 당시 상황을 생생히 재현한 것이 특징이다.


여순10·19사건의 발단 전개 절정 결말과 그 이후까지 시집 한 권에 1부~4부까지 64편의 시로 담아냈다. 실천문학사가 출판했다.


순천대학교 여순연구소장을 지낸 최현주 교수는 "앞으로 이뤄나가야 할 여순10·19 의 진정한 해결을 위한 마중물이자 방향제시의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라며 "처음으로 여순사건10·19란 역사적 실체의 처음과 끝을 시집 전편 제재와 구성의 얼개로 삼았다는 점에서 새 이정표를 남기게 됐다"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또한 "10·19의 서사를 서정 방식으로 창작한 값진 성과물이면서 전통의 서정시학 측면에선 매우 낯설면서도 새로운 충격이고, 그의 모더니즘 시가 추구하는 미학적 자의식, 혹은 자기반영의 시 쓰기에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음을 증명한다"면서 "10여년간 역사 자료를 찾아 현장을 수십번 찾았고, 피해자적 관점에서 치유와 화해 상생의 시선으로 썼다"고 해설했다.
 

이동순 영남대 명예교수는 표사에서 "읽는 내내 놀랍고 가슴 떨리며 지독한 통분을 다스리기 어려웠다. 왜 우리는 이토록 찢기고 일그러진 역사, 진실이 은폐되고 가려진 역사, 피눈물로 흥건한 슬픔의 역사를 이대로 방치하고 있는가. 어느 용감한 시인이 나타나 이 모든 내력과 사연을 속 시원히 말끔하게 정리해 줄 수는 없었던가"라고 역사에 반문했다.
 

윤한룡 실천문학사 대표는 "당시 거사의 진실을 세상에 제대로 밝히는 동시에 가해자 피해자 양측 다 시절을 잘못 만난 질곡의 현대사의 피해자이기에 피아간 화해와 상생을 모색하는 치유의 시집이기도 하다"고 하고 "시인 염원처럼 전라선의 종점인 남해바다 여수역에서 열차를 타고 순천역으로 진격해간 14연대의 분단세력에 대한 항쟁처럼 통일의 기세가 천안역-서울역-평양역-신의주역으로 내달려 분단이 종식돼 억울하게 희생된 피아 원혼들이 화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동식 시인.

우동식 시인은 이 시집 '봉기군의 항변' 편에서 독자들에게 당시 상황을 다시 회상케 한다.

"1948년 10월19일 밤 여수 신월리 하늘엔 14연대의 깃발이 함성을 내질렀다. 제주4·3항쟁을 진입하라는 부당한 명령 앞에 울 밑 맨드라미는 붉은 벼슬을 세웠고 넘너리 바다는 심하게 너울을 쳤다. 구절초 꽃봉우리가 몽글몽글 가슴을 찢고 울분을 토했지만 수평선을 넘어간 메아리는 단 한마디도 돌아오지 않고 제주 토벌 초토화라는 해무 낀 언어만 주둔지를 애워 쌌다." 라며….
 

여순 동백의 노래는 4년전 여순사건 70주기를 맞아 여수 이순신광장에서 발표한 '평화선언문'과 함께 <여순동백의 언어>란 노래로 선보였다. 당시 우동식 시인이 직접 낭송하고 안철 가수가 노래로 세상에 알렸다. /hknews@sedaily.com 

[ⓒ 서울경제TV(www.sentv.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전체보기

기자 프로필 사진

신홍관 기자 보도본부

hknews@sedaily.com 02) 3153-2610

이 기자의 기사를 구독하시려면 구독 신청 버튼을 눌러주세요.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관련뉴스

0/250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