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추진' 문화행사서 식순 가로챈 여야 의원들 '빈축'

전국 입력 2022-03-03 14:01:48 신홍관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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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천보존회 2대 이사장 취임 행사장

여야 국회의원 본행사 앞서 '식순 뒤집기'

두 의원 나란히 '축사 아닌 축사' 후 퇴장

㈔수제천보존회 관계자가 지난 2일 열린 행사에서 수제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읍=신홍관 기자] 전북 정읍의 문화단체 행사장에 참석한 여야 국회의원들이 행사 도중 식순을 무시하며 뒤집는 막무가내식 행동이 빈축을 사고 있다.


사단법인 수제천보존회는 지난 2일 전북 정읍시 연지아트홀에서 장기철 2대 이사장 취임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보존회 고문단, 자문위원 및 후원회 회원을 비롯, 여야 국회의원과 전·현직 단체장 및 지방의원 등 다수와 시민 1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본 행사에 앞서 예정 시간보다 10여분 늦게 연주단의 식전 축하공연으로 시작됐다. 이후에는 ▲내빈소개 ▲국민의례 ▲고문단 자문위원단 및 후원회 소개 ▲수제천 보존회 소개 ▲꽃다발 증정 및 신임 이사장 취임사 ▲축사 등이 계획돼 있었다.


하지만 식전 축하공연 후 식순에 따라 진행돼야 할 행사장 연단에 돌연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마이크를 잡으며 등장하자 장내 분위기가 갑자기 뒤숭숭해졌다.


윤준병 의원은 "바쁜 일정 때문에 갑자기 올라오게 됐다"고 양해를 구하며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윤 의원은 "정읍사(井邑詞)와 연계된 수제천을 정읍 문화의 자산이 될 수 있도록 힘을 아끼지 않겠다"며 지역민의 관심을 당부하고 "3월9일 꼭 투표하십시오"란 말을 덧붙이며 10여분 남짓 축사 아닌 축사를 하고 연단을 내려왔다.


갑작스런 행사 식순이 뒤집힌 상황이 연출되자 행사 참석자들은 큰 반발은 없었지만, 이날 행사의 주인공인 장기철 이사장은 연단에 오르지 않고 객석에서 일어나 참석자들을 향해 돌출 행동에 대해 윤 의원을 대신해 양해를 구했다.


이렇게 본행사가 진행되나 싶더니 이어 단상에 오른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의 모습이 나타나자 참석자들은 또 한번 불만을 삼켜야 했다.


정운천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이지만 고향이 (정읍과 같은 선구거인) 고창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말문을 열었다. 정 의원은 특히 "광주·전남에는 없는 전북에 하나있는 야당 의원이다"라고 하고 "예산을 따낼 때 등 언제나 균형을 이뤄야 한다"면서 이날 행사와 무관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서슴없이 과시하며 한술 더 떴다.


특히 정 의원은 행사 자체도 이해하지 못한 듯 연단 상단의 행사 명칭이 적힌 플레카드를 올려보며 "수제, 뭐?"라고 방청석을 향해 물은 후 참석자들이 "수제천"이라고 답하자 그제야 행사 명칭을 되뇌기도 해 핀잔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또 다시 10여 분이 흐른 후 앞서 등장한 윤준병 의원과 정운천 의원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행사장을 빠져 나갔다. 이도 모자라 이들은 행사장을 나서기 전에 객석의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하는 모습까지 포착됐다.


이들의 모습이 사라진 후 이날 본 행사는 비로소 차례대로 진행됐다. 정식 식순에 따라 내빈소개와 국민의례 애국가 제창이 시작된 시간은 행사 약속시간 30분이 다 지난 시점이었다.


내빈소개에서는 유진섭 정읍시장과 조상중 정읍시의회 의장 및 이상길 부의장, 김대중 전북도의회 의원과 정읍시의회 소속 5명의 의원들과 강광·김생기 전 정읍시장 등 지역 인사들이 소개됐고 이후에도 2시간여 남짓 지나서 행사가 마무리됐다.


장기철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정읍 문화의 자랑인 수제천을 무형문화재 지정은 물론,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와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날 두 국회의원의 행동에 대해 참석자들은 "세계문화유산 등재라는 포부를 안고 있는 문화 단체 행사와 무관한 정치 발언으로 행사가 퇴색되고 반감됐다"면서 "대선 선거운동이 그렇게 바쁘면 현장을 누비고 다니지 중요한 행사에 나와 자신들 맘대로 하면서, 이런 행동으로 표를 달라고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이미 정해진 식순을 무시하고 국민의례도 하기 전 5단계나 뛰어넘어 행사를 가로채는 행위를 볼 때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들의 권위만 행세하는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고 질타했다. /hknew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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