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유가 고공행진…항공·해운·화학 ‘비상’

산업·IT 입력 2022-02-09 21:32:38 수정 2022-02-10 10:03:21 문다애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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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경제TV]

​[서울경제TV=문다애 기자]

​[앵커]

기름값이 고공행진하고 있습니다. 국제유가와 환율이 동반 상승한 영향인데요. 유가 상승으로 항공과 해운, 화학, 철강 등 산업계 전반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여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경제산업부 문다애 기자와 유가 상승에 따른 산업계 영향 알아보겠습니다.

문 기자. 유가 현재 얼마나 오른 상황인가요?


[기자]

작년 말 유류세 인하 조치로 안정세를 보이던 기름값은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7년 만에 최고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2월 첫째주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전주 보다 165.2원 오른 1667.6원으로 3주 연속 올랐습니다. 오늘 전국 평균 기름값은 리터당 1,693.29원입니다. 서울 평균 가격 역시 1,764.75원으로 조만간 1,800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최근 기름값 급등은 국제 유가와 환율이 같이 뛰어오른 영향인데요. 국제유가는 통상 2~3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됩니다. 어제 기준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9.36달러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7일엔 91.32달러로 집계됐는데요. WTI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넘은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입니다. 브렌트유 가격도 배럴당 90.78달러를 보였고, 두바이유 가격도 9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국제유가는 계속 오를 전망입니다. 최근 석유제품 수요 증가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배럴당 120달러 정도까지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데요. 물론 어제(8일)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재개 소식에 국제유가가 소폭 하락했지만 국내 유가에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인 상황입니다.


여기에 고환율도 문제입니다. 원유는 달러를 주고 사 오는데 원화가 약세라 부담이 더 커지는 건데요. 유가가 올라도 원화가 강세면 고유가를 덜 체감하는데, 원화마저 약세를 보이면 고유가 여파가 더 크게 다가오는 겁니다. 문제는 환율이 1,200원을 오르내리며 국내 기름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어, 체감 유가는 사실상 100달러대에 진입했습니다. 


[앵커]

먼저 국제유가 상승으로 우리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부터 짚어주시죠.


[기자]

국제유가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온다면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어제(8일) 보고서를 통해 내놓은 전망인데요.


연구원은 “사상 세 번째의 배럴당 100달러 시대로의 진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가 되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또한 경상수지 흑자는 305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한국의 원유 의존도가 높기 때문인데요. 지난 2020년 기준 한국 경제의 원유의존도는 5.70배럴로 OECD 37개 회원국 중 1위였습니다. 특히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유, 철강, 화학, 전력·가스·증기, 도로운송, 항공운송 등 부문에서 비용 상승 압력이 급증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특히 정유산업의 원가 상승률은 23.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이 갈 거란 건데요. 구체적으로 어느 산업계가 어떤 직접적인 피해를 볼지 짚어주시죠.


[기자]

유가 고공행진으로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곳은 항공업계입니다. 통상 유가가 올라가면 항공유가도 상승하기 때문인데요. 국제항공운송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105.7달러였습니다. 한 달 전 보다 27.3%, 작년 보다 89% 급등했습니다.


특히 항공업계는 고정비용 중 유류비가 최대 30%를 차지해 유가 상승은 곧 비용 증가로 인한 손실로 이어집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여객 침체에다 유가급등에 따른 항공유 가격 상승까지 겹치며 비용부담은 커지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의 경우 항공유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3,000만달러, 우리돈 약 360억원의 손실이 발생합니다. 작년 대한항공 연료비는 총 1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4.3% 늘었는데요. 물론 항공사들이 고정비 지출을 줄이고 미리 항공유를 비축해 일정부분 헤지(위험회피)하고 있지만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하면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저비용항공사의 우려는 더 깊습니다. 그나마 대형항공사는 화물 사업을 통해 유류비를 부담하고 있지만 여객이 주력인 LCC에게는 부담인 상황입니다.


[앵커]

항공뿐 아니라 해운업계도 유가 상승에 따른 피해를 본다면서요?


[기자]

해운업계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유가가 계속 오르면 연료비 부담이 커지게 되는데요. 현재는 운임이 크게 올라 연료비 증가분을 상쇄하고 있지만, 고유가 기조가 계속된다면 유가상승분 일부는 자신들이 부담해야 해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실제로 HMM의 연료 사용 규모는 2020년 기준 5,000억원인데, 유가가 오르며 작년 3분기 비용은 6,800억원까지 올랐습니다.


[앵커]

이번엔 석유화학업계에 대한 전망도 짚어보겠습니다. 우려가 클 것 같은데 어떤가요?


[기자]

석유화학업계도 우려가 큽니다. 유가가 오르면 석유화학제품의 기초가 되는 나프타 가격도 오르기 때문입니다. 나프타는 석유화학 핵심 원자재로, 석유화학 제조원가의 70%가량을 차지합니다.


어제(8일) 나프타의 가격은 1톤당 837.63달러를 보였습니다. 전 거래일보다 3.96% 증가한 건데요. 특히 지난해 1월말 511달러와 비교하면 60% 넘게 상승한 것으로, 최근 1년간 최고 가격입니다.


나프타 가격 상승은 원가 상승으로 직결돼, 제품 가격이 원가 상승폭만큼 오르지 못할 경우 석유화학사들의 수익성은 악화됩니다. 문제는 최근 우리나라 화학업계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올림픽을 이유로 설비 가동률을 낮춰 제품 수요가 줄어들어, 제품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나프타 가격 상승을 부추긴 러시아-우크라이나 긴장 관계가 쉽게 해소되기 어려워 보이는 점도 문제입니다.


이에 주요 석유화학사들이 나프타를 정유회사와 쿼터 또는 연간단위 물량 계약을 맺어 래깅효과(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를 최소화하고 있고, 나프타 대신 액화석유가스(LPG) 사용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요. 문제는 단기간에는 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상승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점입니다.


[앵커]

철강업계도 유가 상승에 따른 우려가 크다면서요?


[기자]

유가 상승에 철강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연료비 연동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제도에 따라 유가 상승 시 고정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철광석 가격까지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 우려는 심화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철광석 가격은 톤당 89.83달러까지 떨어졌으나, 12월 중순 오르기 시작해 이달 4일 기준 톤당 146.78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철강 제품의 가격 인상은 조선과 건설 등 전방산업에 도미노식 가격 인상 피해도 우려됩니다.


[앵커]

유가가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아 산업계 전반이 긴장 하고 있는데요. 이에 우리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에 나선다면서요?


[기자]

국제 유가가 치솟자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습니다. 오늘 산업통상자원부는 대한석유협회, 정유 4사,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공사 등과 함께 회의를 열고 비상시 석유수급 대응계획을 점검하면서 이 같은 방침을 밝혔는데요. 이 계획에는 긴급할당관세 도입 등 세제 지원과 함께, 민간 원유 재고가 적정 수준에 미달되면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비축유를 방출하는 방안도 포함됐습니다.


정유업계는 국내 물량 중 약 5.6%를 러시아에서 들여오고 있지만 아직 국내 석유 수급에 차질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위기 발생 시 대체 수입처 발굴 등을 통해 대응한다는 방침입니다. 또한 석유공사는 비상시 정부 비축유 방출 태세를 항시 확립하고 있다면서, 유사시 해외 생산원유를 도입하는 등 추가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산업부는 정유사에 국내 석유제품 가격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고, 유가 급등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협조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더불어 만일에 대비해 국내 석유수급 모니터링을 보다 철저히 진행하고, 유사시 정부 비축유 방출 등을 통해 적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앵커]

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방안까지 알아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dalove@sedaily.com

[영상편집 이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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