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브랜드는 있는가] <4> 코리안드림을 만들자

경제·사회 입력 2015-10-28 18:42:33 최수문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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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폐허 뚫고 성장·민주화 달성… 다종교 공존 등 모범적 사례 많아

받은것 이상으로 해외원조 늘려 외국 노동자 껴안고 문화도 전파

세계인이 공감할 비전·전략 제시… 국가 브랜드·이미지 강화 계기로


국가 비전의 시대다. 각국은 자신만의 국가 브랜드·이미지를 내세우며 경쟁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중궈멍(中國夢)'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유라시아를 넘어 아프리카까지를 묶는 초경제 블록인 일대일로 정책을 비롯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면서 중국의 부흥을 알리고 있다. 국가 비전의 원조는 미국의 '아메리칸드림'이라고 할 수 있다. 최대한의 개인적 자유, 이를 통한 개방된 정치체제와 경제적 번영을 추구하는 논리다.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처지가 샌드위치 또는 새우 신세라는 소극적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매력적인 비전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 비전은 바로 '코리안드림'이다. 성공적인 경제개발과 함께 전통이 살아 숨쉬는 한국문화의 장점을 알리는 것이다. 재물은 많지만 꿈(재패니스드림)은 없는 일본이 반면교사다.

◇한국은 세계의 모범이 될 수 있다="이 나라가 전쟁의 폐허에서 회복되는 데는 100년 이상 걸릴 것이다." 유엔군 사령관을 지낸 더글러스 맥아더가 지난 1953년 7월 정전협정이 조인된 직후 한국에 대해 했다는 말이다. 그렇게 봤을 수도 있겠다. 이 미국인에게 당시의 한국은 소말리아와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틀렸다. 그리고 그것은 무슨 기적이 아니었다.

역시 미국 출신으로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의 저자인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한국명 이만열) 경희대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당시 한국에는 지하자원이 부족했지만 수천년 동안 내려온 위대한 학구열과 학자 존중 전통이 있었다. 구호식량을 타기 위해 줄 선 사람 중에는 화학이나 기계공학 전문가가 있었고 국가전략을 세울 지식인도 있었다." 1960년대 이후 경제개발의 배후에는 오랫동안 지속되고 다듬어진 지적 전통이 있었다는 얘기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11위, 수출 7위로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한국은 다른 주요국들과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제국주의 대외 침략·지배 역사가 없는 유일한 선진국이라는 점이다. 미국이나 유럽·일본 등 강대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은 주변 국가나 지역에 위협이 된 적이 있다. 중국은 현재도 동남아 국가들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그런 '악몽'을 갖고 있지 않다. 민주화·경제성장의 동시 달성과 불교·기독교·이슬람교 등 다종교의 평화공존은 다른 개발도상국들이 한국의 경험을 보다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다. 여기에 한류로 대표되는 문화적 파급력은 한국의 강점을 더욱 키운다.

◇선진국의 책무…해외원조 더 늘려야=우리가 받았던 지원을 적극적으로 되돌려줄 필요가 있다. 그동안 체득한 경험과 함께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국토가 폐허가 된 상황에서 해외로부터의 공적개발원조(ODA)는 큰 도움이 됐다.

1945년부터 1999년까지 한국은 총 127억달러의 ODA를 받은 것으로 집계된다. 한국은 1977년부터 원조를 하는 역할도 떠맡아 활동을 늘려갔다. 2010년에는 선진 공여국 간 협의체인 경제협력개발기구 개발원조위원회(OECD DAC)에 가입했다. 원조를 받던 나라가 주는 나라로 탈바꿈한 것은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다만 선진국의 책무인 해외원조 규모에서는 다소 부족한 것이 아쉽다. 우리나라의 ODA 규모는 2013년 17억5,500만달러로 전체 DAC 27개 국가 가운데 16위에 그쳤다. 특히 중요한 국민총소득(GNI) 대비 ODA 규모는 0.13%로 DAC 평균인 0.30%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영국이 0.71%인 반면 일본은 0.23%, 미국은 0.18%였다.

선진국의 책무로서 코리안드림은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코리안드림은 해외 노동자 입장에서 이 두 번째 의미가 강했다. 해외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산업연수생제도를 도입한 1993년을 전후로 동남아나 중국 등에서 한국을 찾았고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늘었다.

결국 진정한 의미의 코리안드림은 세계인과 공존하고 공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나라에 우리의 경제와 정치·사회체제와 문화를 전파하는 것과 함께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자유롭게 자아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정체성 인식은 변화의 계기가 될 것=전문가들은 한국의 정체성인 '한국다움'을 인식한다는 것은 바로 우리 스스로가 변화하는 계기라고 설명한다.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알아야 행동을 바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은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밖으로는 초강대국인 미국·중국 또는 일본·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혹은 새우 콤플렉스가 있다. 안으로는 잠재성장률의 하락, 빈부격차, 저출산, 이념대립 등이 문제다.

아메리칸드림이 과거 미국 고도성장의 토대가 됐듯 코리안드림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 세계인이 공감하는 비전과 전략을 제시함으로써 그들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이 같은 맥락에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 브랜드 사업은 한국인들이 자신을 새롭게 인식하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 이윤경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산업연구실장은 "세계 각국은 이미 자국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국민통합 과정 중에 있다"며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가치에 상응하는 국가 브랜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수문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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