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로그램의 '몰락'

경제·사회 입력 2015-06-16 20:48:18 박호현 기자 0개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예능과 시청률에 밀렸나, 공익성 결여와 자기검열에 무너졌나.'

사회비리를 고발하고, 권력의 오남용을 비판하던 지상파의 시사 프로그램이 무너졌다. 실시간 시청률은 반토막 났고, 방송 후에 주문형비디오(VOD)를 찾아 보는 시청자도 급감했다.

시사프로그램의 심각한 부진은 대내외적 악재가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급변하는 환경 적응에 실패했다. 미디어를 둘러싼 상황이 매일매일 진화하는 현실에서 시사프로그램의 포맷은 1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시청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예능과 드라마가 새로운 시도와 무모한 변신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시사 프로그램은 생존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또 공정성과 공익성을 무기로 성역 없는 비판, 사회비리와 권력에 대한 고발 등에 앞장서야 할 시사프로그램이 대내외적 압박으로 기본이 흔들렸다.

시사 프로그램의 시청률 하락 추세가 심상치 않다. 16일 시청률 리서치 업체 TNMS에 따르면 KBS의 대표 시사프로그램인 '추적60분'은 지난 10년 동안 시청률이 67%나 하락했다. 2005년 평균 10.3%였던 시청률은 꾸준히 낮아지면서 지난 5월엔 3.8%로 주저앉았다. MBC의 간판 시사프로그램인 'PD수첩'도 2005년 평균 6.4%에서 지난 5월엔 3.8%로 40%나 빠졌다.

이 같은 급락세는 지상파 방송 전체의 시청률 감소 속도보다 빠르다. 지난 11년 동안 KBS2와 MBC의 전체 시청률이 각각 1.8%포인트, 0.8%포인트 줄어든 반면, '추적60분'과 'PD수첩'은 각각 2.6%포인트, 7%포인트 가량 감소했다. 다른 시사프로그램인 '100분 토론', '그것이 알고 싶다'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낮은 관심은 인터넷 검색 결과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구글 트랜드 분석 자료를 보면 추적60분, PD수첩, 시사매거진2580 등 인기 시사프로그램의 검색량은 2010년부터 올 초까지 40~70% 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무한도전', '슈퍼스타K' 같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20~60%가량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KBS의 한 관계자는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나오는 '삼둥이'가 KBS를 먹여 살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KBS 프로그램이 전체적으로 고전하는 상황에서 시사프로그램이 이대로 가다가는 설 자리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시사프로그램이 공정성과 공익성을 잃은 것도 몰락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회 부조리와 부패 권력에 대한 뉴스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정작 시사 프로그램은 입을 다물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시사프로그램 제작자들은 "제작에 대한 제약이 많아졌다"고 주장한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방송에 청와대 관련 내용과 사진을 넣으려고 했다가, 상부의 '자기검열'로 내용이 빠졌다"며 "방송사 안팎에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시사프로그램에 간섭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시사프로그램이 시청자로부터 멀어졌다"고 분석했다.

시청자들이 직접 선택하는 VOD 시장에서 시사프로그램이 외면받고 있다. KT의 인터넷TV(IPTV) 서비스인 올레tv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50위 인기 VOD 중 시사교양 관련 프로그램은 '그것이 알고 싶다' 하나 뿐이었다. 나머지 49개는 모두 예능과 드라마가 차지했다. 이처럼 시사프로그램이 몰락하면서 방송의 공공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박종민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시사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지만,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며 "건강한 방송 환경을 위해선 공익적 시사프로그램이 더 많아져야 하고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co.kr

[ⓒ 한국미디어네트워크(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0/250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