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정치워치] 라쿠텐과 아마존

글로벌 입력 2020-02-25 09:20:55 수정 2020-02-25 11:03:55 뉴스룸 기자 0개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사진=김동환 박사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정책과학)

라쿠텐이 동요하고 있다. 일본의 인터넷 쇼핑 사이트 라쿠텐은 올해 3월부터 배송료 무료화를 실시한다는 방침을 발표했으나, 판매자에게 그 부담을 지게 하려는 움직임에 일부 판매자들이 격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금지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며 조사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라쿠텐의 창업자인 미키타니 히로시(三木谷浩史) 회장은 배송료 무료화에 관해 이전부터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상당히 비판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라쿠텐의 수익구조를 살펴보면 배송료 무료화 방침은 미키타니 회장의 생각대로 전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라쿠텐은 경쟁기업인 아마존과 자주 비교된다. 라쿠텐과 아마존은 유사한 기업인 듯 하나, 사업구조는 크게 다르다. 라쿠텐은 일부 상품을 제외하고, 소비자에게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구조가 아니며, 라쿠텐 시장에 매장을 설치하는 판매자로부터 임대료를 받는다. 라쿠텐의 고객은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아닌, 임대료를 지불하는 판매자이며, 이로 인해 임대료로 이윤을 내는 부동산업이나 백화점과 비슷한 사업 구조를 갖는 것이다.

이에 비해 아마존은 대부분의 상품을​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순수한 소매점이며, 소비자가 고객이 되는 셈이다. 물론 라쿠텐 역시 소비자가 라쿠텐 시장에서 상품을 구매하지 않으면 매장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소비자도 고객이라 할 수 있으나, 사업구조상 '누구로부터 돈을 받는가'라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아마존은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것이 이윤 확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소비자의 편의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경영자원의 대부분을 투입해 왔다. 한편, 라쿠텐은 상품 판매를 기본적으로 매장 운영자에게 위임하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과 내용이 매장마다 다른 것이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모든 상품의 배송예정일을 알수 있으나, 라쿠텐은 판매자에 따라 배송방침이 다르기 때문에 배송예정일 서비스를 실행할 수 없는 것이다. 상품의 판매, 배송을 판매자에게 위임하고 있기 때문에 라쿠텐은 사이트 운영에 전념하는 방식으로 경영을 해 왔다. 이러한 경영방식이 초기에는 유효하였으나, 인터넷 쇼핑시장이 확대되면서 서비스 질이 중요해지고, 이로 인해 임대료를 받는 사업구조가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면서 점진적으로 물류망을 구축해 온 아마존이 경쟁에서 우위에 서게 된 것이다.

미키타니 회장은 아마존에 뒤지고 있는 이유를 배송료로 꼽고 있으나, 정확한 인식이라 보기는 어렵다. 인터넷 쇼핑 이용 편의에 맞춰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지, 배송료의 문제라 볼 수 없다. 만약 배송료가 경영전략 중 중요한 요소가 된다면 이는 라쿠텐이 지접 부담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일본의 대표 기업가인 미키타니 회장이 모를 리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송료 무료화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 이상의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은 아닐까?


김동환 박사 / kdhwan8070@naver.com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정책과학 박사


[ⓒ 서울경제TV(www.sentv.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관련뉴스

0/250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