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직원처럼 일했는데, 개인사업자 취급" 참존, 국내 최다 집단소송

탐사 입력 2019-11-13 14:44:24 수정 2020-02-04 08:32:39 문다애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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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다 근로자 지위 확인 집단소송

1차 부도 이전에 발급한 재직증명서. 직위란에 중간관리 '사원'이라 표기돼있다.[사진=제보자]

[서울경제TV=문다애 기자] 참존글로벌워크(이하 참존)에서 재직증명서를 발급받으며 사실상 근로자로 근무해온 중간관리자 105명이 참존을 상대로 근로자 지위를 인정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중간관리자의 근로자 지위 확인을 요구하는 소송으로는 국내 최다 인원이다. 참존은 이들이 계약상으로 근로자가 아니라며 수십억원에 달하는 임치금, 퇴직금 등의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 참존, 중간관리자 보증금, 미지급 임금 등 거부


13일 참존 중간관리자 다수에 따르면 참존은 중간관리자들의 보증금, 퇴직금, 미지급 입금의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중간관리자란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대형 유통점에 입점한 브랜드에서 제품 판매와 매장관리 등을 수행하는 직원을 말한다. 피해를 입은 중간관리자들은 "우리는 독립적인 일반 사업자가 아니라 사실상 참존에 종속된 근로자이지만 불공정한 계약으로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사업자도 아닌데 근로자도 아니라고 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호소했다. 현재 소송에 참여한 인원은 105명에 달하며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인원까지 합하면 피해자는 220여명으로 집계된다. 인당 평균 1000만원의 보증금을 지급 받지 못했고, 소송 금액만 20억원에 달한다.
 

이번 집단 소송은 참존 부도에서 시작됐다. 참존은 중간관리자들과 계약 시 이들에게 평균 1000만원 상당의 보증금을 낼 것을 요구했다. 한 중간관리자는 “이 자체로 문제이며 패션업계의 오래된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참존이 부도 후 이들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며 수십억에 달하는 보증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기업회생개시 결정 시 근로자의 임치금, 퇴직금, 임금은 공익채권으로서 최우선순위로 변제돼야 하지만 중간관리자들의 경우 일반적인 회생 채권으로 취급돼 지급이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간관리자들이 분개하고 있는 것은 부도 전에는 중간관리자들을 사실상 근로자로서 인정해온 참존이 부도 이후 계약서 조항 변경을 근거로 이들이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 재직증명서 발급받고 '사원'으로 표기
 

부도 전 참존은 중간관리자들을 실질적으로 근로자로서 인정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참존은 중간관리자들에게 재직증명서를 발급했고 직위란에 중간관리 ‘사원’이라 기재했다. 일부에게 퇴직금도 지급했으며 이들 중 우수사원을 선정해 상훈도 제공했다. 개인사업자등록도 요구하지 않았다. 특히 부도 당시 중간관리자들이 참존에 보증금 등을 요구하자 참존 대표이사는 “이를 공익채권으로서 모두 변제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주원 임현철 변호사는 “참존이 중간관리자들의 보증금이 ‘근로자’의 보수, 퇴직금, 임치금 등에 해당함을 인지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도 이후 참존은 계약 조항을 대거 변경하며 중간관리자들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부도 이전 중간관리자들의 계약서를 살펴보면 용역에 대한 대가로 ‘보수’가 지급된다고 나와 있고 보수를 지급하며 이를 ‘급여’라 표현했다. 그러나 부도 이후 “회사 직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및 제반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와 ”어떠한 경우에도 고용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추가됐고 목적 조항에서 ‘용역을 제공하고’라는 문구가 삭제됐다. 중간관리자에 대한 재직증명서 발급형태도 ‘계약근무 확인서’에서 ‘위수탁계약확인서’로 변경됐다. 
 

중간관리자들은 자신들이 실질적으로 참존에 종속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업무는 부도 이전이나 이후나 동일했고 참존의 지휘·감독을 받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근거다. 중간관리자들은 “우리는 참존이 정한 근무 시간과 장소에서 일했고 참존의 지휘·감독에 따라야만 했다”며 “휴가도 개인사업자와 달리 참존이 지정한 기간만 가능했다. 복무규정을 적용 받았고 참존이 지시하는 각종 행사와 교육에 참여했다. 심지어 참존의 지시에 따라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인증사진을 찍어 등록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중간관리자들이 다른 업무를 해 추가적인 소득을 올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중간관리자들은 매장 리뉴얼 시 참존과 협의해야 했다. 독립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던 것이 아니라 참존의 지휘·감독 아래 참존의 계산으로 매장이 운영됐다는 얘기다. 더불어 중간관리자들 중 일부는 매출에 관계없이 정해진 기본급을 받았다. 계약서에는 참존의 지시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당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다.
 
◆ 실질적으로 참존의 지휘·감독받았는지가 관건


중간관리자들은 “우리의 근로자 여부는 계약서의 명칭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참존의 지휘·감독을 받았는지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법원은 “근로자에 해당 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달려있다”고 판례를 내린 바 있다. 법원이 종속적인 관계에 대한 기준으로 내세운 것은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는지,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등이다. 상당 부분 참존 중간관리자들의 계약서 조항과 일치한다.
 
임현철 변호사는 “중간관리자들은 참존의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이들의 보증금과 퇴직금, 미지급 임금은 공익채권으로서 최우선순위로 변제돼야 한다”며 “이는 참존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다수의 기업들이 중간관리자에게 불리한 계약을 맺게 해 중간관리자들은 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유통점의 중간관리자들의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정책적·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다애 기자 da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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