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부동산] 건설사 비현실 공약 넘치는 한남3구역

부동산 입력 2019-10-29 14:34:59 수정 2019-11-18 21:56:29 이아라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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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경제TV]

[서울경제TV=이아라기자]

[앵커]

서울 한남 3구역 재개발 사업을 놓고 건설사들의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입니다. 사업비가 7조원에 달하는 데다 후속 구역인 한남 2·4·5구역 수주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사정이 이렇자 건설사들은 조합원들에게 분양가 보장이나 임대아파트 제로, LTV 70% 등 비현실적인 조건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불법이 없는지 조사에 나섰는데요. 부동산팀 이아라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이기자. 건설사들이 내놓은 조건에 불법 소지가 많아서 국토부가 조사에 들어갔다고 하던데요. 건설사들이 어떤 조건을 내걸었길래 이런 말이 나오는 건가요.
 

[기자]
네. 세 개 대형건설사는 저마다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GS건설은 일반분양가를 3.3㎡당 7,200만 원까지 보장하겠다고 밝혔고, 현대건설은 조합원 분양가를 대폭 할인해주겠다고 했습니다. 대림산업은 임대아파트를 아예 없애겠다고 사업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세 건설사 모두 이주비를 LTV 70% 이상 지원해 주겠다고도 했습니다.


이미 서울은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등 각종 규제로 묶여 있는 탓에 LTV가 40%로 제한돼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LTV 70% 넘는 공약이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특히 GS건설은 다른 건설사들과 달리 기자간담회를 열며 수주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아직 수주된 상태도 아니고, 입찰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기자간담회를 여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죠. 업계의 눈총을 감수하고서라도, 한남3구역 조합원들의 눈에 들어오고 싶다는 의지를 보인 겁니다.
 

[앵커]
주변 눈치를 안 보고 경쟁에 뛰어들 만큼 각 건설사가 한남3구역 수주가 간절해 보이는 상황입니다. 조합도 원하고 건설사도 원하는 사업이면 양쪽에 다 좋은 일이겠지만,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조건인가요.
 

[기자]
바로 그 점이 문제입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조건이거나,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는 조건도 있습니다. 국토부는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이런 와중에 GS건설은 이번 수주전에서 일반분양가를 3.3㎡당 최저 7,200만원까지 보장하겠다고 했습니다. ‘분양가상한제 미시행 시’라고 조건을 달긴 했지만, 분양가상한제를 차치하고 생각하더라도 조합원의 이익을 약속하는 분양가는 현행법 위반이라는 게 국토부의 입장입니다.


도시정비법 위반을 피해간다고 해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공약입니다. HUG의 분양가 규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HUG는 고분양가 관리지역의 분양가 상한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서울은 고분양가 관리지역에 들어가죠. HUG는 분양 보증을 독점적으로 발급하는 공기업이죠, 그렇기 때문에 HUG의 분양 보증이 있어야 금융권의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건설사가 “분양가를 이렇게 하겠다” 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GS건설 관계자에 사실관계를 물었더니 “선언적 의미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안될 걸 알면서도 공약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앵커]
국토부와 서울시가 특별 점검까지 나섰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각 건설사의 제안서에서 현행법 위반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따져보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시는 건축 설계 변경이 포함된 건설사 제안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5월 ‘공공관리 시공사 선정 기준’을 개정했습니다. 과도한 설계 변경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경미한 설계변경만 허용하기로 한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이번 수주전에서 현대건설을 제외한 GS건설과 대림산업은 중대한 변경 내용을 담은 혁신 설계안을 제출했습니다.


특히 GS건설은 혁신설계시 인허가를 책임보장하겠다며, 조합원 분담금 감소를 보장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런 시공사의 건축 설계 변경이 경미한 설계변경을 넘어선다는 입장이라, 건설사의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건설사가 판단해서 “해주겠다”고 공약할 사항이 아니라는 겁니다. 서울시가 지난 5월 이 같은 방침을 다시 한 번 더 강조한 상황에서, 이것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듯한 GS건설과 대림산업의 혁신설계안이 통과될 확률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앵커]
국토부까지 특별관리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렇게까지 뜨거운 수주전이 펼쳐지고 있는 한남3구역 조합원들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네 현장에 가보니, 조합원들은 말을 아끼면서도 한편에선 건설사의 과열 경쟁에 따른 후유증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경쟁사를 깎아내리는 비방전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 대한 피로감도 있었습니다. 건설사들이 저마다 이것저것 해준다고는 하는데,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건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령의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불법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일부 건설사들에 대한 반감도 드러냈습니다.


특정 건설사의 어떤 제안이 마음에 들어서 뽑았는데, 나중에 가서 “실현 불가능하다”고 결론이 나버리면 조합 입장에서는 해결 방법이 없습니다. 시공사 선정 전에는 홍보요원까지 불법 동원해 일대일로 조합원들을 설득하지만, 시공사가 선정되고 난 후에는 조합원을 일대일로 만나주기는커녕 조합의 공식 입장도 전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불만입니다. 이렇게 되면 조합 입장에서는 공사가 지연될 수도 있고 집값에 영향을 주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입장을 내기가 조심스러워집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물론 조합의 의견을 다 들어줄 수 없는 건설사의 입장도 있고, 사실 조합과 합의된 내용으로 시공만 하면 법적 문제는 없는 게 사실입니다.

다만 한남3구역 수주전이 치열해지면서 시공사들이 입찰 전에 지키지 못할 약속인 것을 알면서도 공수표를 던져놓고, 시공사 선정 후에 말을 바꾸는 일은 반복되서는 안된다는게 조합원들의 바람입니다.
 

[앵커]
조합과 건설사간 분쟁은 흔한 일이 돼버렸죠. 한남3구역의 지금 상황은 쉽게 생각하면 집주인이 집을 지어줄 목수를 찾는 일을 하는 건데, 단순히 하나의 집이 아닌 조 단위의 큰 사업이라 여러 이해관계가 섞일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시공사가 선정되고 공사가 진행되고 나서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지킬 수 있는 약속과 지킬 수 없는 공수표가 명확히 구분돼서 재개발 사업에 혼란이 없도록 이른 시일 내에 정리돼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기자]
감사합니다. /ara@sedaily.com
 

[영상취재 김서진/ 영상편집 강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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