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키테넌트’ 유니클로의 몰락

오피니언 입력 2019-08-20 15:08:52 수정 2019-08-25 14:30:08 이아라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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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물주 위에 건물주’
 

그런데 건물주보다 더 대접받는 존재가 있다. 바로 ‘키테넌트’(핵심 점포)다. 손님이 많이 찾는 건물일수록 호가가 뛰기 때문에, 건물주들은 앞다투어 키테넌트를 모셔오기 바쁘다. 손님을 몰고 올 수 있는 키테넌트는 무료로 입점시켜주기도 한다. 건물주가 돈을 내고 “제 건물에 들어와 주세요”, 말 그대로 모셔오는 거다.
 

과거에는 영화관이나 아쿠아리움, 그리고 서점 등이 키테넌트 역할을 했다. 코엑스와 63빌딩, 영등포 타임스퀘어, 용산 아이파크몰이 주요 모임 장소가 됐던 이유다. 몇 년 전부터는 유니클로나 자라, H&M 등 글로벌 SPA 의류 브랜드들이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유니클로는 죽은 상권도 살려주는 키테넌트 중 하나로 꼽혔다. 2011년 11월 11일, 유니클로 명동중앙점이 ‘아시아 최대 규모’ 타이틀로 문을 열었다. 오픈 첫날에만 13억원 매출을 올리는 대박을 터뜨렸다.
 

2010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한때 잘나갔던 명동역 앞 상권은 옛 명성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유행 따라 ‘00길’이 여럿 생겼고, 명동역을 찾는 발길이 뜸해진 때였다. ‘하이해리엇’이란 이름의 쇼핑몰이 크게 들어섰지만, 상가를 찾는 이는 없었다. 그런데 유니클로가 1층부터 4층까지 들어서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몇 시간이고 기다려 유니클로의 옷을 사겠다는 사람들로 건물 앞은 북적였다. 상권은 살아났다.
 

키테넌트로 최고의 주가를 인정받았던 유니클로. 그러나 요즘은 찬밥신세다. 최근 유니클로는 종로3가점과 구로점에 이어 월계점까지 폐점한다고 밝혔다. 종로3가점의 경우 같은 자리를 10년째 지켜왔던 매장이었다.
 

‘리뉴얼 중’이라며 셔터를 내려놓은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이나 용산 아이파크몰점도 있다. 셔터 위엔 9월 재오픈 계획이 적혀 있다. 그러나 한 달 만에 매출이 70%나 급감한 상황에서, 매장 투자 목적으로 리뉴얼이 진행되는 것인지 폐점 수순을 밟는 것인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건물주들이 모셔가던 키테넌트 유니클로, 죽은 상가도 살린다던 유니클로는 오간 데 없다. 최근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깎아달라고 사정하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아 문을 닫게 된 매장도 있다. 매출이 줄자 매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고, 지출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임대료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을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단가가 높아지는 가을·겨울 시즌까지 불매운동이 이어진다면 매출은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 유통업계에 번진 불매운동 영향이 부동산 상권 지도까지 흔들어 놓고 있다. /이아라기자 ar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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