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잠실5단지 재건축 지연, “늑장 행정” vs “집값 안정”

부동산 입력 2019-07-16 17:17:10 수정 2019-10-28 10:46:10 이아라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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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5단지에서 한 조합원이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경제TV]

[앵커]

서울 송파구의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인 ‘잠실주공5단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주 조합원 800여명이 모여 서울시에 재건축 인허가 절차를 빨리 추진해 줄 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고, 일부 조합원은 옥상에다 철제 망루를 설치해 고공 농성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오늘 이슈플러스에선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 관계자들과 무엇이 쟁점인지 직접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상우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자문단장, 이춘란 오비스트 총괄본부장 그리고 부동산팀 이아라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앵커]
우선 김상우 단장님. 정비사업은 절차가 까다롭잖아요. 현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 어느 단계까지 와있습니까?
 

[김상우 단장]
박원순 서울시장이 국제설계공모를 하면 바로 승인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재건축의 첫 단계인 정비계획심의 단계에서 아직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조합원 수 백 여명이 집단시위에 나서고, 아파트 옥상에 10m 높이 철제 망루를 설치해 고공농성을 벌일 만큼 상황이 심각한가요? 직접 행동에 나서게 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상우 단장]
잠실5단지는 2013년 5월, 박원순 시장님이 조합에 재건축정비계획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재건축을 하려면 이 가이드라인대로 하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조합에서는 수년에 걸쳐 정비계획을 수립하여 서울시 심의를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에서는 서울시장이 제시한 가이드라인대로 심의를 신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승인해주지 않아서 조합장과 서울시장이 지역국회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면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면담 자리에서 박원순 시장은 국제설계공모를 하면 인허가절차를 간소화하여 건축심의까지 바로 통과시켜 주겠다고 약속을 하면서 국제설계공모를 강요했습니다. 조합은 이미 설계업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허가권자인 서울시장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사업의 지연을 우려해 국제설계공모 비용보다 사업을 앞당기는 것이 중요하므로 서울시장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비용은 조합에서 부담하고 업체선정은 서울시에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사업 지연으로 인해 우리 조합원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 가운데 진행된 국제공모이므로 사업이 늦어진 만큼 국제공모를 하면 정말 좋은 그림이 나와서 늦어진 만큼의 가치를 충분히 상쇄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에서 업체선정을 하면서 발주처인 조합관계자들을 심사장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출입을 금지시킨 가운데 외국업체들을 다 배제하고 1, 2, 3등을 모두 한국업체로 선정하였습니다. 외국업체든 한국업체든 좋은 설계안이 선정되면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만 작품이 공개된 후 난리가 났습니다. 일곱 개의 설계안 중 조합원들이 생각한 설계안은 등수안에 들지도 못하고 당선작으로는 재건축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내홍을 겪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참여업체 작품을 검토해 보시면 충분히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좋습니다. 그 지경까지 만들어놨으면 약속대로 통과라도 시켜주면 됐을 텐데 시장님이 약속한 지 2년 3개월 지났고, 국제공모를 한 지 1년 3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통과는 고사하고 심의조차 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서울시의회에서 시의원이 “왜 약속을 해놓고 지키지 않느냐”고 박원순 시장에게 묻자, 박원순 시장은 “해 주려고 했는데 정복문 조합장이 구속돼서 못 해줬다”는 답변을 하셨습니다. 구속된 사실도 없고 시장님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8개월 동안이나 시청 앞에서 1인시위를 하면서 지나가던 시장님과 악수도 하고 이야기도 나눴으면서도 구속돼서 못 해줬다는 어이없는 답변을 했습니다.


약속을 했으면 약속한 사람이 그 약속을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약속을 어겼으면 사과하고 후속 조치를 하는 것은 평범한 일반인들에게도 당연한 겁니다. 그런데 아무리 만나자고 공문을 보내고 요구를 해도 아무런 답변이 없어서 집회를 통해 우리가 하고 싶은 의사를 전달하고 있는 것입니다. 서울시 집회와 청와대 앞에서 집회하면서 요구를 해도 약속을 지키지 않자 조합원들 중에는 이대로는 안 된다면서 시위를 하면서 몸에 시너를 뿌려 죽겠다는 분도 계시고 옥상에서 뛰어내리겠다는 분도 계셔서 조합원들의 제안으로 비장한 마음으로 망루를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조합 측에선 서울시에 어떤 요구사항을 전달한 겁니까? 또 박원순 시장에게 촉구하는 점은 뭔가요?
 

[김상우 단장]
저희는 정치인이시며 서울시장이신 박원순시장님께 시장님이 약속하신 그 약속을 지키라는 것입니다. 국제공모를 우리가 제안한 것도 아니고 박원순 시장이 먼저 제안하셨습니다. 국제공모하면 통과시켜준다는 말도 박원순시장이 하셨습니다.


박원순시장이 제안한 국제공모 때문에 잠실5단지는 사업이 지연되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걸려서 우리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재건축부담금이 1조원 가까이 부담해야 할뿐 아니라 서울시장이 법에도 없는 과외로 요구한 국제공모비용도 36억원을 앞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이렇게 박원순시장님이 잠실5단지 4,000여 조합원, 2만여 조합원 가족에게 엄청난 피해를 줬으면 피해당사자인 5단지 조합원들에게 사과하고 정치인으로서 한 약속을 지켜주실 것을 5단지 조합원들은 목숨걸고 촉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잠실5단지 조합원들의 75%가 60세 이상이고, 70세 이상이, 35% 1,400명입니다. 70세 이상이 부부 숫자로는 2,700여명입니다. 재건축하여 하루라도 살고 싶다는 분들이 최근 한분씩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원주민이 돌아가셔서 입주를 하지 못하거나 기다리다 못해 지쳐 팔고 쫓겨 나가 입주도 하지 못하는 재건축이 올바른 재건축사업은 아닐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민의 안전과 시민의 건강과 시민의 재산 보호를 위해 시장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잠실5단지 조합원들도 서울시에 세금을 내는 보호받아야 할 선량한 서울시민입니다. 평생 피땀 흘려 집 한 채가 전부인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은퇴 후에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세금으로 고통받고 있고 서울시민으로서, 녹물 먹지 않고 깨끗한 물 마시고 싶고 깨끗한 물에 샤워하고 싶습니다.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가는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고 싶습니다. 정치인의 생명은 약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서울 다른 재건축 단지 이야기도 해보죠. 이 기자. 강남권이나 여의도 쪽 상황은 좀 어떤가요?
 

[이아라 기자]
강남권에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 ‘대장주’로 꼽히는 단지는 잠실주공5단지와 대치동 은마아파트인데요. 은마아파트도 잠실주공5단지와 상황은 같습니다. 79년에 준공됐으니까, 지어진 지 40년 됐는데요. 지난 2003년 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지 16년이 지났지만, 재작년 서울시 도계위에서 미심의 조치를 받는 등 사실상 사업 진척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황입니다.


올해로 준공 48년째인 여의도 시범아파트도 마찬가지입니다. 2008년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설립됐지만, 박원순 시장 당선 이후 여의도 전략정비구역 통합개발 계획이 2011년에 폐기되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이후 2017년 재건축 사업시행자로 한국자산신탁을 선정하고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려 했지만, 지난해 집값 급등의 여파로 도계위 정비사업 계획 관련 심의에서 연달아 보류 판정을 받았습니다.


[앵커]
서울 지역 재건축 단지 사업 현황도 짚어봤습니다. 이춘란 본부장님. 최근 민간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임박하면서 정비사업에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요. 시장 반응 어떻습니까?
 

[이춘란 본부장]
폭풍전야라는 표현이 적당한 것 같습니다. 재건축, 재개발(도시정비법에 의한 주택개발)은 주택 소유주들이 조합원들의 동의만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정비법령에 맞추어 추진위원회 설립부터 조합설립, 건축 심사,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 이주 멸실, 건축, 준공의 긴 여정을 거치고 단계마다 정비법과 관계법안을 통과하고 수백 명의 주민들 의견을 조율해가서 새 주택이 만들어지는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조합원들 몇몇이 하고 싶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적법한 절차가 중요하죠. 더군다나 관리처분인가가 난 단지들까지 입주공고 때부터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다는 설도 나오고 있기 때문에 서울시 재개발, 재건축 단지들은 숨죽이고 과연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모두 정부의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앵커]
사업 속도가 늦어지면, 서울에 새 아파트 공급에도 영향을 줄까요? 업계에선 어떻게 내다보고 있나요?
 

[이춘란 본부장]
서울 인구는 집 주소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 와서 생활하는 생활인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빅테이터를 인용해보면 서울의 생활인구는 주중 평균 1,100만이 넘고 최고치를 보면 약 1,200만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서울에 일하고 관광하고 학업, 의료혜택을 받으려고 온다고 볼 수 있고 90일 이상 비즈니스를 위해 체류하는 인구도 평균 20만입니다. 결국 수도권은 베드타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서울에 마지막 택지공급이 고덕 강일지구만 남아 있는 상태이고 3기 신도시발표가 났지만 2기 신도시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어서인지 3기 신도시 발표가 곧 공급될 수 있는 상황도 아닌 것을 서울시민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분들이 알다 보니 3기 신도시 발표날 서울과 접근성이 좋은 광명 재개발, 서울재개발, 재건축이 매물 품귀현상을 빚고 가격이 올라가고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앵커]
최근 이슈로 떠오른 분양가상한제가 결국 새 아파트 공급을 옥죌 것이란 말씀 해주셨는데요. 이 기자. 반면 민간 분양가상한제 도입이 아파트 공급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있잖아요. 이건 무슨 말인가요.
 

[이아라 기자]
시장의 우려는 건설사가 수익성 악화를 걱정해 주택공급을 중단할 것이라는 겁니다. 공급 부족은 집값 상승으로 이어져 주택시장이 더 불안해질 수 있다는 논리인데요.


그러나 장기적으로 집값이 안정되면, 공급 불안은 잦아들 것이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정부가 이미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 요건을 강화했고, 안전진단을 통과했더라도 각종 인허가를 틀어쥐며 공급을 막아놓은 상태기 때문에 분양가상한제를 한다고 추가로 공급 감소 효과가 나타날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겁니다. 2007년 이후 서울 공급 물량이 줄었던 건, 미국발 금융위기로 서울에 미분양이 속출하던 시기라 상한제의 영향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이 기자. 최근 아파트값 지표를 보면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죠.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 공언하고 있고. 서울시도 정부 정책에 발맞춰 가려는 모습인데요. 복잡해지는 잠실주공5단지 문제. 서울시 입장은 뭡니까?
 

[이아라 기자]
행정적인 측면에서 서울시가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는 조합 측 입장도 일정 부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집값을 안정시켜야 하는 정부와 서울시 입장에서는 딜레마이긴 합니다.


집값을 잡으려는 문 정부 철학이 있고, 그에 맞춰 여러 규제 정책이 나오는 상황이죠. 대권을 노리고 있는 박원순 시장도 이런 문 정부의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재건축과 관련해 이런 고육지책을 내세울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거죠.
 

[인터뷰] 서울시 관계자
“정부에서도 이야기하듯이 주택안정에 굉장히 정부도 노력하고 있고 저희 서울시에서도 굉장히 노력하고 있거든요. 조금 안정이 되면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이) 진행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장님께서도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잠실주공5단지 주민들에게) 조금만 참아주셨으면 좋겠다. (집값이) 안정되면 수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5년 만에 꺼내 들었는데도 여전히 서울 집값은 오르고 상승폭도 확대됐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추가 대책 예고에도 이처럼 집값 상승이 계속된다면, 향후 추가 규제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잠실주공5단지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이아라기자 ara@sedaily.com
 

[영상편집 이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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