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핀테크 인재 금융권 꺼리는 이유는

금융 입력 2018-08-17 18:27:00 수정 2018-08-17 18:47:54 이아라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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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금융권에서 연일 강조하고 있는 단어, 바로 핀테크죠. 금융에 IT를 융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든다는 건데요. 이를 위해서는 첫번째로 중요한 게 인재죠. 금융권은 핀테크를 주도하기 위해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정작 취업을 앞둔 학생들은 금융권보다는 핀테크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지 금융증권부 이아라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이기자, 금융권이 핀테크를 주도하기 위해 채용 과정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면서요. 구체적으로 바뀌는 게 있나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기존 금융권 취업자를 보면 대부분이 상경계열 출신이었죠. 은행 서비스가 금융 지식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금융권의 관심이 컴퓨터공학이나 전자공학, 수학, 통계학 전공자들로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를 반영해 공채에도 IT·디지털 부문이 신설되기 시작했습니다. 애초 핀테크에 관심이 많았던 NH농협은 은행 출범 때인 2012년부터 따로 채용을 시작했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지난해부터 IT·디지털 부문을 별도 채용하기 시작했습니다. IBK기업은행 역시 올해 상반기부터 따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럼 이제 금융권도 핀테크를 바라보는 관점이 ‘금융’ 중심에서 ‘IT기술’ 중심으로 많이 옮겨갔다고 볼 수 있을까요?

[기자]
아직 그렇게 판단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겉으로는 IT 기술 분야로 많이 옮겨간 것처럼 보이긴 하는데요.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들을 보면 또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금융권에서 “인공지능 관련 서비스를 내놓았다” 하면, “금융권이 직접 개발하고 운영하는구나” 라고 생각하기가 쉬운데요.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사실 대다수입니다. 인공지능 관련해서 잘 하고 있는 스타트업에 외주를 주고, 그 기술만 잠깐 가져다 쓰는 방식을 많이 택하고 있습니다.

[앵커]
듣고 보니 기존 금융권에서는 IT를 강조해도 결국 금융이 주가 된다는 것 같은데요. 그래서인가요. 요즘 AI니 딥러닝이니 하는 최첨단 IT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금융권보다는 핀테크를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쪽에 더 관심을 보인다면서요.

[기자]
네. 핀테크 서비스, 그 중에서도 최근에 가장 핫한 AI, 딥러닝 관련 분야에 취업하고 싶어하는 인재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이제 졸업을 앞둔 학생들인 이들에게 왜 금융권이 아니라 스타트업을 선호하는지 물어봤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
기호건 AI 책임연구 인턴/ AI 인공지능 스타트업 콰라
“딥러닝 분야가 핀테크와 같이 금융에도 충분히 많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데, 기존 금융권 회사들은 아직 이걸 접목을 못시키고 있는 것 같았어요. 아무래도 기존에 사용하던 많은 연구들이 있고 펀드매니저들의 전문적 지식이 있다 보니까 딥러닝 분야를 신뢰를 덜 하는 것 같고...

[앵커]
금융당국이랑 금융권 수장들이 매일 강조하는 ‘핀테크 중심 산업’과는 좀 다른 이야기 같네요?

[기자]
네. 실제 AI나 핀테크 관련된 분야에 관심이 많은 인재들이 생각하는 현실은 이랬습니다. 그러니까 딥러닝을 기존 금융권이 아무리 강조한다고 해도, 중심은 여전히 금융에 있고 IT 기술은 금융을 도와주는, 그러니까 부수적인 업무로 보고 있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 새로운 기술이 나와도 빠르게 받아들여 발전시키려고 하는 게 아니라, 보수적인 관점에서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스타트업의 최고기술책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신정철 최고기술책임자/ AI 인공지능 스타트업 콰라
“(기존 금융권은) 금융전문가들에 의해서 연구방향이 결정되는 게 굉장히 많은데, 저희 같은 경우에는 AI 리서치 하는 쪽에서 먼저 (제안하면) 그쪽에서 1차적으로 연구 결과가 나오고 그거에 맞춰서 기능을 추가하는 계획을 잡고 있거든요.”

[앵커]
금융 중심이 아니라, AI 기술자 중심으로 업무가 진행되는 것 같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들이 처음에 금융권 취업에 관심을 보인 것은 ‘딥러닝 기술을 이용한 금융 서비스’를 연구하고 싶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이걸 하는 금융권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 스타트업은 정직원이 15명인 작은 업체인데, 여기에 13명의 대학생이 인턴을 하고 싶다고 자발적으로 지원했다고 합니다. 또 4개월 인턴 계약이 끝나기 전에 이 업체에서 인턴을 정직원으로 채용하고, 또 최고기술책임자의 자리까지 제안했다고 합니다. 4개월짜리 인턴이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기술책임자로 광속 승진하는 것은 기존 금융권에서는 사실 생각하기 어려운 케이스죠.

[앵커]
당국의 핀테크 관련된 조직개편 방식이랑도 많이 다른 것 같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금융권에 핀테크 열풍이 불면서, 그 금융권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당국도 급하게 조직 개편을 했는데요. 금융감독원이 지난 2월 내놓은 공모 조건을 보면 현실과 많이 동떨어져 있습니다. IT·핀테크전략국장을 공모하는데 IT 관련 업무에 15년 이상 근무한 경력을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15년 전이면 사실 스마트폰뱅킹이 나오기도 전인데요. AI, 딥러닝처럼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분야에 15년 경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거죠.

[앵커]
그렇네요. 금융권만 허울 좋게 핀테크를 앞세우는 줄 알았더니, 당국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네요. 금융권과 금융당국, 우리나라 핀테크 산업이 해외에 뒤처지고 있다는 한탄만 할 게 아니라, 내부의 조직운영을 먼저 혁신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기자]
고맙습니다.

이아라기자 ara@sedaily.com
[영상편집 이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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