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의 재탄생
하지만 지금은 집의 기능에서 본말이 전도됐다. 삶의 거처로서 ‘살기 좋은 집‘보다는 ’팔기 좋은 집‘이라는 자산 개념이 주택구매의 결정 요소가 된 것이다. 집이 돈을 벌기 위한 욕망의 수단으로 전락했다. 물질과 욕망이 최고의 가치로 숭상되는 자본주의 시대에 집의 의미도 퇴행적으로 변한 것이다. 결국 요즘은 집을 삶의 안식처인 홈(home)이 아닌 투자재인 하우스(house)로 본다는 것이다. 집이 하우스가 되는 순간 집은 행복을 안겨주지 않는다. ‘제로섬 게임’이기 마련인 부동산 투자에는 성공한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실패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집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수단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행복을 거꾸로 찾았다. 이제라도 집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집에 대해서는 하우스보다 홈의 ‘비중’을 높여야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다. 그래야 또다시 집 때문에 삶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베이비 부머들이 겪은 비극도 반복되지 않는다. 하우스 푸어(House poor)는 있어도 홈 푸어(Home poor)는 없는 법이다. 집을 사고 파는 대상인 하우스로 보게 되면 하우스 푸어는 언제든지 다시 태어난다.
이제는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가격보다는 환경과 가치를 소비하는 삶이 되어야 한다. 아파트를 살까, 단독주택을 살까 혹은 재건축 아파트를 살까, 일반 아파트를 살까 하는 집 선택 고민의 기준은 재테크보다는 행복이어야 한다. 내 가족 모두 집에서 행복을 얻는 것, 그것이 집에서 얻는 최상의 가치가 아닌가 싶다. 그런 점에서 이제는 부동산시장에서 진정한 ‘가치 추구자’가 되어야 한다.
김윤영 장편소설의『내집 마련의 여왕』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에게 집이란 건, 삶과 연동된 작은 일부 일뿐, 우리 삶이 변하면 집의 가치도 변할 것이다.” 홈으로서 집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가 집을 재테크의 수단이 아니라 행복을 찾는 공간으로 바꿔나간다면 집의 가치도 달라질 것이다. ‘홈의 재탄생’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찌 보면 부동산 힐링은 부동산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를 바꾸는 것부터 출발할 지 모른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 박원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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