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브랜드는 있는가] <1> 대한민국 존재를 알려라

경제·사회 입력 2015-10-20 17:22:41 수정 2015-10-23 09:03:08 최수문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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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선진국 수준 불구 국가브랜드 평가 中에 뒤져

저평가 비율 9%달해 총수출액 기준 600억弗 손해

드라마·게임 외 스포츠·정치·전통 모두 아우르는

한국적 이미지 만들어 세계인 공감대 이끌어내야


해외에 한 번이라도 나가본 사람은 안다. 한국·한국인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외국인들은 보통 일본인인지 중국인인지 물어온다. 한국이라고 하면 북한(North)인지 남한(South)인지 궁금해 한다. 해외언론도 마찬가지다. 미국 CNN 홈페이지에서 최근 단어 'Korea'를 검색하면 가장 많은 것은 북한의 이야기다. 그다음은 프레지던츠컵 골프대회고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를 포함하는 한국 이야기는 일부에 그친다.

광복 70년을 맞는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경제적 측면에서는 선진국 수준에 들어섰다.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가이미지를 개선하고 국가브랜드를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정체성과 세계인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한국적 이미지 '한국다움'을 확인하고 이를 다른 나라와 차별화해 세계에 알려야 한다. 국가브랜드는 이미 수출을 포함하는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가치가 됐다. 국가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심각한 '코리아 디스카운트'=국가브랜드 평가와 관련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안홀트-GfK 국가브랜드지수(NBI)' 2014년 집계에 따르면 한국은 27위에 그쳤다. 일본(6위)은 물론이고 중국(23위)에도 뒤졌다. 상품 신뢰도를 반영하는 수출 부문에서 13위로 선방했지만 국민 친근감과 역량 부문이 34위로 쳐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이 수출 기준으로 세계 6위(6,055억달러), 국내총생산 13위(1,485조원)였던 것을 감안하면 지금 같은 국가브랜드 순위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문제는 세계인의 인식이 그렇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놀랄 정도다. 한국무역협회 평가에 따르면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저평가되는 디스카운트 비율은 9%나 된다. 총수출액을 기준으로 하면 600억달러에 가깝다. 우리 기업들이 받을 수 있는 이 돈을 덜 받는다는 얘기다.

외국인들은 삼성이나 현대는 알아도 한국은 잘 모른다. 우리 기업들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가와의 연계를 별로 중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냥 글로벌 브랜드로 인식되기를 원했고 이것이 성장에 더 유리한 것도 사실이었다. 프랑스의 석학 기 소르망은 "한국이 직면한 위기의 본질은 경제 문제가 아니라 세계에 내세울 만한 한국적 이미지가 없는 문화의 위기"라며 문제의 본질을 꼬집었다.

◇한국적인 이미지를 차별화해야=그동안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의 변방으로 취급됐다. 이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단순히 '작은' 나라가 '큰' 나라에 밀린다는 의미에서만은 아니다.

과거로부터 한국인이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에 집착해온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다. 전통시대에는 '중화가 곧 문명'이라는 의식에서 중국과 비슷해지려 했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미국·일본식 자유주의·자본주의를 표준으로 삼아왔다.

덕분에 빠른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한국만의 독자성을 내세우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K팝이나 드라마·게임 등에서 한류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것이 얼마나 한국적인 이미지를 다른 나라와 차별시키는지는 평가가 엇갈린다.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의 저자인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한국이름 이만열) 경희대 교수는 "세계인으로부터 프리미엄을 받기 위해서는 상품에 붙는 독특한 스토리가 필요한데 한국은 이것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문화가 프리미엄이다=광복 직후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우리를 해외에 알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수사와 함께 '동방의 조용한 나라' '은둔자의 나라'라는 이미지가 섞여서 존재했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국가이미지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02년 한일월드컵을 준비하면서다. 정부는 2001년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브랜드 슬로건인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를 발표했다.

다만 이 다이내믹 코리아는 월드컵이라는 체육행사에 맞춰 역동적인 면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한국다움'의 전체를 아우르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국가브랜드위원회를 만드는 등 새로운 슬로건 제정을 위한 시도가 있었지만 성과를 보지 못하고 '국가브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현재에 이르렀다.

경제성장과 함께 한류 등 문화, 스포츠, 정치와 사회, 전통을 모두 제시하는 국가이미지가 절실해지고 있다. 특히 한류의 폭발적이 인기는 이를 활용한 코리아 프리미엄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유행으로서의 한류 인기는 외국인들 사이에 부침이 심할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의 한류 분위기 둔화가 대표적이다. 개개의 콘텐츠가 아니라 한국 문화와 정체성을 알리는 차원의 전파와 교류가 필요한 것이다. 가구 업체 이케아가 건실한 북유럽 스웨덴 스타일로 인기를 끌고 일본의 아기자기함·기술력과 독일의 엄격함이 자국 기업들에 프리미엄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다움이 삼성과 현대 등 우리 상품에 가치를 더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적 자긍심을 높여야=국가나 개인이나 내외의 평가는 함께 간다. 한국·한국인에 대한 해외에서의 공감대 확산은 국내에서 우리 국가·국민의 정체성 확립으로 이어진다. 이는 자긍심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국민통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민의 자긍심은 해외의 인식을 새롭게 하기로 한다. 국가브랜드 구축과 지속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한 이유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새로운 국가브랜드가 안으로는 문화적 자긍심과 배려·신뢰 등 핵심가치를 회복하고 밖으로는 국가경쟁력에 걸맞은 코리아 프리미엄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문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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