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 다시 뛰는 대한민국] <하> 반기업 정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

경제·사회 입력 2015-08-30 18:30:47 김영필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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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국민은행 앞. 이곳에는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의 불매운동을 펼치자'는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었다. "동네슈퍼를 이용해야 우리 경제가 살아난다"는 주장도 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주도하고 있는 것인데 롯데그룹이 경영권 분쟁으로 몸살을 앓자 반기업 정서를 등에 업고 롯데를 공격하는 것이다. 특정 단체의 이익을 위해 정치적으로 반기업 정서를 이용하는 사례다.

반기업 정서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으면서 이제는 정치적으로까지 이용되고 있다. 중국 경기를 비롯해 대내외 경제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반기업 정서에 대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대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반기업 정서 확산→정치권 각종 규제양산→투자위축→경제활력 감소'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긴다. 지난해 '땅콩 회항' 사건이 터지고 기업인 사면이 불거지자 오너 경영의 장점 자체를 부정하고 사업권마저 회수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왔다. 정치권도 이를 틈타 포퓰리즘적 정책을 양산하는 데 바쁘다. 롯데 사태만 해도 대기업 지배구조가 문제되자 정치권에서 기존 순환출자 해소 방안이 검토됐다.

엘리엇 사태로 문제가 된 경영권 방어제도 논의는 반대로 정치권의 여론 눈치 보기에 잠잠해졌다. 다음달 열릴 국정감사에서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삼성그룹과 '땅콩 회항' 사건, 현대자동차의 노사 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차원의 논의과정은 중요하지만 기업 길들이기와 대국민 홍보용이라는 우려가 쏟아진다.

물론 '땅콩 회항' 사건과 롯데 사태는 기업들이 반기업 정서를 스스로 만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황제식 경영과 후진적 의사결정 체계가 국민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그럼에도 반기업 정서는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몫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기업 정서는 기업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투자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 지난 6월 청년실업률은 10%를 넘었다.

특히 반기업 정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롯데그룹 불매운동이나 한진그룹의 호텔 건설 포기, 기존 순환출자 해소 추진처럼 표심을 노린 정치권이 어깃장을 놓고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집값이 올라가면서 돈을 벌고 노후대비도 할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경제가 나빠지면서 취업도 어렵다"며 "국민들 사이에 근본적인 허탈감이 있고 이로 인해 반기업 정서가 확산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16.6%를, 10%가 45%를 차지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소득편중이 심하다.

기업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본주의의 역사가 짧고 압축성장을 한 특수성이 있지만 기업의 제1 목적은 이윤추구와 주주이익 극대화에 있다는 것을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우리나라 대기업은 창업주들이 '사업보국'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시업을 해왔고 국민들도 이를 기업의 목적이라고 알고 있다"며 "이 경우 사회공헌이나 부의 배분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마치 기업이 제 역할을 안 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다"고 했다.

기업이 사회적 신뢰자본을 충분히 쌓아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업들이 특혜 없이 꾸준히 이익을 내면서 일자리와 투자를 늘리는 모습을 보여줘 신뢰자본을 쌓아야 한다"고 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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