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정책, 현실 못따라가" 박원순 시장 "밤새서라도 의견 들을 것"

경제·사회 입력 2015-07-15 19:54:05 수정 2015-07-15 23:23:21 양사록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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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조나 금형 등 뿌리산업은 제조업의 핵심 경쟁력인데, 국내 인력은 점점 고령화되고 있어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뿌리산업 종사자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명장을 선정해 체육연금과 같이 연금혜택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면 어떨까요. 그러면 젊은이들도 뿌리산업으로 몰릴 것입니다 "(송공석 와토스코리아 사장)

"벤처캐피털 뿐만 아니라 위험을 무릅쓰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개인이나 기업들도 많습니다. 투자를 받는 입장에서는 투자자들에게 뭔가라도 해 주고 싶은데 이들에 대한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고민해 주면 좋겠습니다."(박동현 하이코어 대표)

15일 중구 소공로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원순씨, 경제인 100인에게 듣는다' 행사에서는 서울형 창조경제 모델 실현을 위한 기업인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이 100분간 쉴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서울시와 서울경제가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는 서울형 창조경제 모델 실현을 위해 경제인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참석한 기업대표와 임원 등 100여명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경영 현장의 애로사항과 개선점, 그리고 서울형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갖가지 제안들을 허심탄회하게 제시했다. 박 시장은 다양한 제안들이 나올 때마다 일일이 메모해 가며 "소중한 의견들을 반드시 정책에 반영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앞으로 이런 자리를 자주 마련하고, 밤을 새서라도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시 정책 너무 느리다" 현장 애로 솔직히 털어놔=이날 행사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현장에서 몸으로 느낀 애로사항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서울시의 정책지원을 요청했다. 허제 엔피프틴(N15) 대표는 "하드웨어 스타트업 기업의 경우 제품 제작 및 테스트 비용이 너무 크다"며 "하드웨어 스타트업 발전을 위해 자금조달 등 적극적 지원책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장순옥 장수산업 대표는 "서울시와 박 시장이 잠재력 있는 강소기업들의 홍보마케팅을 직접 지원해 주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조준희 이노시뮬레이션 대표는 "서울시의 지원 정책은 창업 및 초기기업 육성에만 치중해 있다"며 "기존 기업들 중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기업들을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기존 기업에 대한 지원확대를 요구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개인이나 기업에 대해서도 세제 혜택 방안을 제안했다. 쏟아내는 정책에 비해 서울시의 느린 실행력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경환 홍합밸리 이사장은 "서울시가 홍대·합정밸리에 대학생 스타트업을 위한 인프라시설을 추진해 주기로 한 게 1년이 됐지만, 지금까지 나온 결과물은 하나도 없다"며 "정책이 현실을 뒤따라 가지 못하는 것 같은데, 스타트업 젊은이들과 호흡하려면 정책이 더 빨리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시장은 "죄송하다. 공기관이 좀 굼뜨다"며 "홍대역 인근 개발로 시에 기부채납되는 부지가 3,000평 정도 되는데, 이곳에 대학생 스타트업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서울 관광발전 위한 마스터플랜 만들자" 이색 제안도=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서울의 관광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관광 활성화를 위한 이색 아이디어들도 나왔다. 뉴욕에 본사를 둔 컨설팅회사인 올리버와이만의 백상현 전무는 "관광도시 서울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공중위생과 도로질서 수준의 제고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서울 시내 모든 요식업소와 공공시설 화장실에 거품 비누와 1회용 전기수건 구비를 의무화하고 도로질서 확립을 위해 교통규칙위반 범칙금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안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내게 권한이 있으면 백 전무를 경찰청장에 임명할 것"이라며 웃음을 유도한 뒤 "도로질서와 관련해서는 서울시의 권한이 별로 없지만, 제안한 내용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병주 플래닝코리아 회장은 "서울을 전 세계인이 한 번은 꼭 와 보아야 하는 문화와 예술, 감성 경제가 어우러진 신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기존 자원에 더해 태양광, 탄소, 수소 세계청정에너지거래소를 서울에 설치할 것 등 깜짝 제안을 해 눈길을 끌었다.

◇침체 산업 활성화 키워드는 '콘텐츠'=사회적 약자인 노인층과 장애인의 자립을 위해서는 공예산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참신한 제안들도 이어졌다. 박선우 한국 공예연구소 소장은 "침체를 겪고 있는 공예산업과 사회문제로 대두된 노인 문제를 연계해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노인을 위해 공예교실을 만들어 이곳에서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서울공예 명품을 제작하게 함으로써 노인과 장애아들을 위한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장난감, 캐릭터 피규어 등 수만 점의 캐릭터를 모아서 전시하는 박물관인 토이키노 뮤지엄의 손원경 대표는 창신동 約??거리를 활성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어른들을 위한 키덜트(kidult) 산업은 미래 유망 산업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며 "창신동 장난감 거리를 단순히 장난감 제작과 판매만 하는 장소가 아니라 장난감을 통해 여가를 즐기고 지적 욕구도 충족시킬 수 있는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각각의 제안에 대해 세심하게 들은 후 소관부처 실무자에게 직접 검토 지시를 내리겠다며 화답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참석 경제인들과 1시간이 넘는 만찬을 이어가며 다양한 제안을 청취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제시된 다양한 제안들은 실무부서의 검토를 거쳐 서울형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정책으로 만들어 질 것"이라며 "이번 행사가 마지막이 아니라 경제인들의 의견청취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특히 "경우에 따라서는 밤을 새서라도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며 즉석에서 실무진에게 "새로 날짜를 잡아달라"고 주문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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