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정치워치] 미국과 유럽, 그리고 중국

글로벌 입력 2021-03-03 08:12:11 뉴스룸 기자 0개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사진=김동환 위원

2월4일 바이든 미 대통령이 국무성에서 첫 외교연설을 했다.
"우리는 동맹관계를 회복하고 다시 세계에 관여한다. 우리는 팬데믹과 기후변동의 위기, 핵확산이라는 세계적 난제에 대응하여야 한다. 이러한 난제는 각국이 공동 대의를 갖고 협력하는 것에 의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
동맹관계를 경시해 온 트럼프 전 정권의 미국제일주의와 결별하고, 국제협조주의로의 회귀를 재차 표명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월 20일 취임 첫 날 15건의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WHO 탈퇴 철회, 연방시설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중지, 이슬람 국가로부터의 입국금지조치 해제, 거대 파이프라인 건설 허가 철회 등, 대부분이 트럼프 정권을 부정하는 내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7년 탈퇴를 표명하고 2020년 11월 정식 탈퇴한 파리협정(2015년12월 파리에서 체결된 기후변동억제에 관한 다국간 국제협정)에 복귀하기 위한 대통령령에도 서명했다. 기후변동 문제에 회의적이며, 미국 산업을 억제하는 환경규제를 무시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교해 볼 때, 바이든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에서도 파리협정 복귀를 공언했으며, 2050년 온실효과가스 배출 실질 제로를 공약으로 내 걸기도 했었다.


바이든 대통령 탄생과 미국의 파리협정 복귀를 누구보다 환영하는 것은 기후변동문제를 주도해 온 유럽 국가들이다. 널리 알려진대로 트럼프 외교는 유럽 국가에 대해 치밀하지 못했다. 파리협정을 짓밟았을 뿐만 아니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역시 가맹국 군사비지출 확대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도구로 활용하기에 급급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이 NATO 군사비를 부담한다는 사실에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었다. 애초에 NATO는 미소 냉전기에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여 서유럽 국가들과 결성한 군사동맹인데, 냉전이 종식된지 30년이 지난 지금은 군사비를 들이지 않아도 러시아와 큰 문제 없이 지낼 수 있으리라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리협정 복귀는 NATO가맹국에 대한 바이든 정권의 명확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

한편, 외교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가장 중요한 경쟁상대로 설정하고 있고, 미국의 번영과 안전보장, 민주적인 가치관에 대한 도전에 직접 대처하겠지만,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라면 중국정부와 협력할 용의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정권에서 새 국무장관에 취임한 안토니 블링켄은 오바마 정권에서 국가안전보장담당대통령보좌관과 국무부장관을 역임한 인물로, 상원 공청회에서 트럼프 정권의 중국 대응은 올바른 방향이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대중강경노선의 지속을 시사한다고 봐야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미중 관계는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군사이다.
현재 미국에게 있어 군사적 최대 위협은 중국이며, 실제 군사충돌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타이완해협이다. 중국은 타이완과 미함대에 대한 공격용 하이테크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배치하고 있다. 타이완 유사시 미국은 어떤 전략으로 얼마나 개입할 것인가. 타이완은 바이든 정권의 각오를 살펴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둘째, 무역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고용을 지켜내겠다고 밝히며 중국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지만, 고용은 전혀 회복되지 못했다. 오히려 중국산 수입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미국 소비자를 곤란하게 한 측면이 컸다. 세계 최적지에서 생산된 싸고 품질 좋은 제품들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글로벌 경제를 거부할 수는 없다. 미국은 중국으로부터의 수입품이 미국내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며, 인플레이션 억제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발상이 필요하다.

셋째, 패권이다.
중국은 2028년 GDP에서 미국을 능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 경제대국 중국이 노리는 것이 '세계 표준'이다. 각종 국제기관의 수장 자리에 중국인이 임명되고, 중국이 세계의 표준, 세계의 기준을 변화시켜 갈 수 있다. 일본의 JIS규격이나 미국의 ANSI(미국국가규격협회)를 대체하는 중국의 기술규격이 등장할 것이다.

이와 같이 세 가지 영역에서 중국은 강대국으로의 성장을 착실히 실현시켜 갈 것이다. 현재 미국은 이에 대항할 수 있는 국가비전과 전략이 없다. 바이든 대통령이 외교연설에서 중국의 경제 문제, 공격적이고 위압적인 태도, 인권과 지적 재산권, 국제기구에 대한 공세에 대항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트럼프 정권과 같은 압력을 중국에 가할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오바마 정권에서 보인 어설픈 대중국 외교가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앞선다.

 

김동환 위원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

[ⓒ 서울경제TV(www.sentv.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관련뉴스

0/250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