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정치워치] 미일 그린(green) 외교

글로벌 입력 2020-12-30 09:24:14 뉴스룸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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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동환 박사

재일미군 주둔경비를 일본측이 일부 부담하는 배려예산(いやり予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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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마다 협상을 통해 금액을 정하는데 2021 3월 기한이 만료되지만 일본 정부의 부담을 대폭 증가시키려는 트럼프 정권은 현재 교섭을 중단하면서 올해 합의를 보류했다. 동맹관계 재구축을 내 건 바이든 차기 정권과의 교섭이 더 원만하게 진행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의 4배 이상인 80억 달러( 8320억엔) 부담이라는 금액을 제시했고, 일본 측이 응하지 않을 경우 재일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카드로 일본을 압박했다. 교섭은 외무, 방위 당국의 실무자가 전문적 견지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마지막 단계에서 정치적 판단으로 결정되어 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협박에 가까운 교섭술은 사실 일본이 처음 경험한 것은 아니다.
 

1990 12, 당시 일본 카이후 정권은 부시 정권의 요청을 받아, 미군 주둔 경비의 일본 측 부담을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상해 나갈 방침을 정했다. 당시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위기상황이었고, 중동에 함정을 파견해야 할 필요성으로 인해 재일미군이 집적기지 역할을 했는데, 이 부담을 일본 측이 해 달라는 미국의 요구였던 것이다. 여기서 강경한 태도를 취한 것은 미 의회였다. 상하 양원은 재일미군의 주둔경비 전액을 부담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재일미군의 단계적 철수라는 합동결의를 채택했다.

걸프전 발생 이후, 미 정권은 일본 정부에 자위대에 의한 미군 수송지원을 타진하기도 했다. 헌법상의 제약이 있어 일본이 응하지 않았고 새로운 법 제정에 의한 자위대 지원도 국내여론의 반대로 단념해야 했다. 당시 주일 미국 대사는 일본의 대응을 실수라고 볼 수 없다면서도 냉전 후 국제질서 구축에 대한 일본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주목해야 할 점은 30년 전과 지금은 국제환경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냉전 후 팍스 아메리카나시대와 비교해 볼 때, 현재 미중 신냉전 상황은 오히려 군사적 긴장이 더 높다. 게다가 민주당 바이든 차기 대통령이 동맹국을 중시한다 해도 현재의 미국은 동맹국을 결속시킬 만큼의 구심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또한 민주당 내에는 군사비 삭감을 요구하는 의견이 있어 동맹국은 그만큼 부담을 강요 받게 된다. 동맹은 중요하지만 외교는 자선사업이 아니라는 입장인 것이다.
 

한편, 일본의 보수파는 미국 공화당에 비해 민주당이 미일관계를 경시해 왔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클린턴 정권의 일본패싱(passing)을 기억하는 이들도 있고, 아시아 중시정책을 내 건 오바마 정권에 대한 실망을 기억하는 이들도 있다. 30년 전 재일미군철수 결의 역시 주도 세력은 상하 양원에서 다수를 점하고 있던 미국 민주당이었다. 이 때문에 바이든이 당선되었다고 해도 일본은 낙관할 수 없는 것이다이러한 상황에서 바이든 차기 정권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 일본 스가 정권은 지구온난화 대책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스가 총리는 지난 12 4, 회견을 통해 "전례 없는 2조엔의 기금을 창설하고 야심적 혁신에 도전하는 기업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는 2050년까지 온실효과가스 배출을 실질적 제로 수치로 하는 목표실현에 대한 자금 지출이다이를 지렛대로 한 '그린(green)외교'로 미국과의 연계를 노린 것이 스가 총리의 복안인 것이다. 현재 스가 정권은 바이든 차기 정권이 2021년 봄 미국에서 개최할 것으로 예상하는 '기후 세계 정상회의' 참가와 적극적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 바이든 차기 대통령은 오바마 정권에서 국무장관을 역임한 민주당 중진 존 케리 씨를 각료급인 기후변동문제담당 대통령특사로 지명한 상태이며, '핵 없는 세계'를 내 건 오바마 정권의 핵안보정상회의와 같은 성과를 내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신조 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관계 강화에 부심한 반면, 정책을 축으로 미국과의 연계를 꾀하고자 하는 스가 총리는 실무형 리더임이 외교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동환 박사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정책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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