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ISSUE] 벤처투자촉진법의 조속한 처리를 바라며

이슈&피플 입력 2020-01-02 09:46:20 수정 2020-01-02 13:11:30 뉴스룸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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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정희 파트너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벤처캐피탈을 만들어서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벤처생태계에 기여하겠다는 풍운의 꿈을 가진 고객이 상담을 위해 찾아온다. 그런 분들에게 먼저 설명해야 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벤처캐피탈 제도가 어떻게 되어 있고, 고객의 선택이 어떤 것이 있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다. 알기 쉽게.

우리나라에서 흔한 벤처캐피탈 형태로는 중소기업창업지원법상의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이하 창투사”)와 여신전문금융업법상의 신기술사업금융회사(이하 신기사”)가 있습니다. 창투사는 20억원 이상의 납입자본금 및 인적 요건 등을 갖추고 중소벤처기업부에 등록하여야 하고, 신기사는 100억원 이상의 자본금과 인적 요건 등을 갖추고 금융위원회에 등록하면 됩니다. 창투사는 PEFGP로 참여 가능하지만 LP로는 참여가 어렵구요, 신기사는 PEFGPLP로 참여 가능합니다. 또한 창투사는 국내기업의 경우 중소, 벤처기업에만 투자해야 하고 해외기업 투자는 투자방식이 제한되지만 신기사는 중견기업이나 해외기업에 투자가 가능합니다. , 신기사는 창투사랑 달리 융자를 업무로 할 수 있구요. 비슷한 거 같은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나냐구요? 창투사는 중소벤처기업부 소관인데 신기사는 금융위원회 소관이거든요. 근거 법률도 다르구요. 이런 제도들 이외에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창업벤처전문 PEF의 업무집행사원으로 독립형 PE를 하거나 벤처지주회사 제도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는데 거기까지는 따로 설명 안 드리겠습니다. , 참고로 창업벤처전문PEF는 자본시장법에 근거가 있고 금융위원회 소관이구요, 벤처지주회사는 공정거래법에 근거가 있고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이에요. 좀 복잡하죠? 모태펀드나 위와 같은 창투사, 신기사가 설립할 수 있는 펀드에 대해서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관련 규정들이 있구요, 투자시의 세무혜택 등에 대해서는 조세특례제한법 등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이 정도로 설명하면 대략적인 개관은 설명한 셈이나, 설명을 듣고 있는 고객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지고, 벤처생태계에 기여하겠다는 고객의 꿈은 수많은 법률과 요건, 제한사항 안에서 갈 길을 잃으면서, 결국 메뉴가 수십가지인 음식점에 갔을 때의 손님처럼 다음의 질문을 던지기 마련이다.

 
가장 많이들 하는 게 뭔가요?”

이와 같은 우리나라의 벤처투자제도의 복잡성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인데, 이는 벤처투자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하나의 국가기관이 주도하여 통일적, 효율적으로 제도를 발전시켜 온 것이 아니라, 관련된 여러 국가기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각자 벤처투자제도를 만들고 추진해온 이유가 크다. 이와 같이 복잡한 벤처투자제도는 결국 처음 벤처투자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해할 수 없는 장벽으로 작용하여 왔고, 제도적으로는 만들어 놓고 쓰이지 않는 제도를 양산하는 비효율을 낳아 왔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벤처투자 산업을 종합적,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개별법에 따라 각각 운영되어 왔던 벤처투자에 관한 사항을 통합하여 규정하기 위해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벤처투자촉진법”)을 발의하였으나, 201811월에 제안된 이 법률은 1년이 지난 이제야 겨우 국회 본회의까지 올라와 있고, 그나마 국회에서의 여야 대립 속에 처리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 벤처투자촉진법은 창업투자조합과 한국벤처투자조합으로 이원화되었던 벤처조합을 벤처투자조합으로 일원화하고,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를 법정기관화하는 긍정적인 제도적 변화 이외에도, 선진국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위해 많이 활용하는 SAFE와 유사한 투자방식인 조건부지분인수계약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등 지금까지 전환/상환우선주 투자에 집중되었던 벤처투자방식을 다양화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벤처투자촉진법이 위와 같은 제도적 문제점들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도 아니고, 그러기엔 이미 제도의 복잡성이 임계점을 넘은 느낌도 있지만, 이 법은 정부가 위와 같은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시도의 첫 걸음을 뗀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부디 벤처투자촉진법이 국회에서 하루 빨리 통과되어, 우리나라의 벤처투자제도를 보다 단순화하고 효율적으로 개조하기 위한 초석이 되기 바란다.

<조정희 변호사 약력>
現 법무법인 세종(SHIN&KIM) 파트너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스타트업 규제혁신특별위원회 위원
대한변호사협회 블록체인 특별위원회 위원
사법시험 41회 합격
사법연수원 31기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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