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섬의 죽음' 고경빈 사진전, 서귀포 '예술공간 오이'서 18일 개막

전국 입력 2022-12-16 12:37:33 수정 2022-12-25 07:34:03 이재정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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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화산섬국제사진제 초청, 세 번째 개인전으로 열려

고경빈 사진전 엡 포스터[사진=이재정 기자]

[제주=이재정 기자] 찰칵하는 순간, 사진 속에 존재하던 현재는 어둠 같은 과거 속으로 사라진다. 시간이 다하면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찾아오는 인생의 속성과 닮았다.


삶과 죽음을 다루는, 그러나 무겁지만은 않은 고경빈 사진전이 오는 18일 제주 서귀포 예술공간 '오이'에서 열린다. 


이번 사진전은 3년 만에 돌아온 2022 화산섬국제사진제에 초대되는 형식으로 준비된다. 


2022 화산섬국제사진제 1차 전시는 지난 5일부터 16일까지 제주시 돌담갤러리와 예술공간 산지등대 갤러리, 상향평준화에서 열렸다. 


18일부터 24일까지 서귀포시 예술공간 오이에서 열리는 2차전시는 제주에서 낳고 자란 제주작가 고경빈 초대전, 한림 문화공간 책한모금, 만화천국에서 순회전 형식으로 진행된다.  


해석과 부재를 주제로 마련되는 이번 전시는 난개발로 흔들리는 제주생태를 조명한다. 이번 전시 역시 제주 생태, 제주 쓰레기, 제주 신화 등을 주제로 국내외 5개국 30여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작가들은 제주 생태보호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이미지를 담아낸 사진 60여 점을 도내 지역 예술 거점 공간에서 선보였다.


국내 작가로는 남준, 라인석, 박영희, 변성진, 성남훈, 양한모, 이수철, 이영희, 장영진 작가가 초청됐고, 제주 작가로는 고경빈, 김미경, 김미옥, 김수오, 김희선, 김희중, 박훈일, 안정래, 엄문희, 이재정, 이창훈, 한진오 등이 참여했다. 


해외 초청 작가로는 일본의 마코토 사이토(Makoto Saito), 슬로베니아의 마야 시베닉(Maja Šive), 크로아티아의 슬라브카 파비치(Slavka Pavić), Vlasta Stalekar, Zoran Kolaric, Mary C_Pilas, Ivana Palescak, Dorde Bojanic, Hrvoje_Mahovic, Vera_Juric, Bozo_Kasal, Vesna_Spoljar, 러시아의 일리나 라티포바(Alina Latypova)가 참여했다.


고경빈 작가는 “열여섯의 칠월 입어본 하얀 적삼과 노란 배치마는 고왔다. 물 한 모금 겨우 넘기고 흙으로 돌아가신 할머니처럼. 화산섬 어머니 품에 안겨 있는 무덤은 나의 놀이터요, 정원으로 아귀다툼이 없는 그 공간은 고요가 흐르는 ‘헤테로토피아’”라고 회상했다.


또한 “생에 영혼의 종기를 키우다 육신은 소멸되어 세평의 흔적으로 잠시 머무는 경계에서 그들의 영혼의 안식과 회귀를 염원하며 간극의 공간을 유랑한다. 우로보로스 ‘꼬리를 삼키는 자’(처음과 마지막이 묶인 원, 탄생과 죽음의 결합, 처음과 끝을 동시에 가진 존재)를 떠올린다”고 말했다. 


고 작가는 “섬의 경계사이 트멍에서 돌아갈 곳과 돌아올 곳을 기리면서 삶과 죽음은 하나임을 알아간다. 무중력의 교차점에서 누르는 셔터(shutter)음은 살아있음을 알게 해주는 소리, 들숨의 소리요, 날숨의 소리이다. 나는 무엇으로 살아내고 있을까?”라고 작품 세계를 소개했다.


작가는 제주 곳곳에 있는 오름과 사찰, 무덤 등을 찾아다니며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사진 속 공간의 느낌’, ‘혹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극대화하기 위해 색을 배제한 채 모든 작품은 흑백이 주조를 이룬다.


편견과 혐오를 질펀하게 드러낼 수도 있었지만, 최대한 자제시킨 점은 놀랍다. ​이렇게 나누어진 여섯 개의 작은 미장센은 다소 작위적이지만 색상과 정보를 삭제한 표현력에 지역 사진계는 주목하고 있다. 


대신 퍼즐처럼 연결해 시공간은 서로 연결했다. ​​미장센에서 시간의 불완전함과 물질의 힘을 죽여 상호 간 끌어당길 수 있도록 연출했다. 미학적 충돌도 소멸시켰다. 원래 죽음은 그러하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정 메시지나 대표적 서사를 지닌 화산섬 특정 공간을 위치시키고 나서야 자신을 대입시킨다. 실존하지 않는 캐릭터를 포착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조금은 미숙하지만, 액자 밖 공간까지 개방시켜 영혼이 맴돌게 연출해야만 한다. 


다만 이미지 해석과 이해에 방해되는 오래된 이야기, 익숙함이나 생동하지 않고 부유하는 과잉들은 덜어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midaily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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