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성의 날씨와 경제] 기후변화 대응, 선진국들의 ‘내로남불’

경제 입력 2022-11-15 08:08:30 수정 2022-11-15 08:14:09 정훈규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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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 10월에 동아프리카 국가들이 대형송유관 계획을 발표할 때 유럽연합이 크게 반발했음에도 이들은 강행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유럽은 탄소배출에 말을 얹을 자격 없다”는 감정 섞인 대응도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 볼 텐데요.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동아프리카 국가들이 유럽연합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이유 뭡니까?

 

[반기성 센터장]

유럽연합등 선진국들이 지금까지 엄청난 탄소배출을 하면서 경제성장을 해 왔는데, 가난한 나라들의 발전을 막는다는 것은 사실 옳지 못하지요.

 

따라서 최근에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국가들이 솔선수범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 기후협약의 딜레마라 할 수 있지요.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0월에 발표된 유엔기후변화협약 보고서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의 80%를 차지하는 주요 20개국(G20)이 앞장서서 줄이고 저개발국가에 대한 대폭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효과는 없는 듯 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온실가스 배출량 1위와 2위인 중국과 미국의 태도입니다. 이들 나라들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유엔에 제출조차 하지 않고 있거든요.

 

그런데도 가난한 나라들이 경제개발을 하려고 하면 반대하고 있는 것이지요.

 

지난번에 방송했던 ‘콩고의 열대우림이 사라진다’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열대우림은 기후변화 저지에 엄청난 기여를 합니다. 그래서 작년 26차 당사국총회에서 콩고의 열대우림을 보호하는 댓가로 선진국들이 콩고민주공화국에 6,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었는데요.

 

문제는 올해 들어와 곡물가격 급등과 함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가격 폭등이 심각해졌어요.

 

이로 인해 콩고공화국 인구의 75% 정도인 600만 명이 빈곤층에 빠질 정도로 경제위기가 심각해지자 콩고는 열대우림 지역에 매장돼 있는 석유매장지를 외국에 팔아 돈을 벌겠다고 나섰지요.

 

당시 유럽연합이나 국제기후단체들은 석유탐사를 대대적으로 반대했지만 콩고정부는 석유매장지를 개발하면 콩고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수준인 연간 약 42조 원 규모의 수입을 올릴 수 있기에 포기할 수 없다고 발표했지요.

 

[앵커]

기후변화를 저지한다는 대의적인 측면에서는 개발을 막는 것이 맞지만, 그 나라 국민들이 기아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하겠다는 것이 비판 받아서는 안될 것 같은데요.

 

[반기성 센터장]

그렇습니다. 올해 국토의 1/3이 물에 잠기는 대홍수의 피해를 입은 파키스탄 정부에서 주장 한 것이 자기들은 지금까지 전 지구 이산화탄소 배출의 0.4%밖에 배출하지 않았는데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자기들만 당한다면서 선진국들의 대폭적인 지원을 요구했던 적이 있었지요.

 

최근에 동아프리카에 위치한 탄자니아와 우간다가 유럽연합의 경고에 반발하면서 4조원대 송유관 건설 작업을 강행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들은 수백 년간 화석연료를 써온 유럽이 이제서야 환경 파괴를 우려하는 것은 매우 자기중심적이고 모순적이라면서 아프리카는 이에 개의치 않고 경제발전을 최우선 순위로 두겠다고 발표했는데요. 10월 24일에 탄자니아와 우간다는 몇 달 내로 대규모 송유관 건설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지요. 두 나라는 2020년 우간다에서 원유를 채굴해 탄자니아 해안까지 나르는 1,440km짜리 송유관 건설 협정에 서명한적이 있었습니다.

 

[앵커]

유럽의 입장에서는 화력발전이나 대규모 송유관 건설은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주고 환경파괴도 심각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가난한 나라 입장에서는 당장 살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요?

 

[반기성 센터장]

그렇습니다. 두 나라의 발표이후 국제에너지기구(IEA)와 환경단체들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선 새로운 화석연료 개발을 모두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유럽연합 의회는 결의안에서 동아프리카 원유 수송관 사업에 대한 환경·사회적 영향 평가가 정확히 이뤄지지 않았고, 자연보전지를 훼손하면서 생물 다양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지요.

 

이에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은 유럽연합 의회가 “너무 천박하고, 너무 이기적이다”라면서 유럽연합등 선진국들은 수백 년간 화석연료를 마구 사용해왔는데 왜 아프리카 국가들은 경제 부양을 위해 화석연료를 써서는 안 되느냐고 강력하게 비판했는데요. 사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의 3%밖에 되지 않습니다.

 

[앵커]

현재 기아 위험국가에 속해 있는 두 나라 입장에서는 경제개발이 매우 시급해 보이는데 이 두 나라가 개발하면서 얻게 될 경제적 이익은 어느 정도인가요?

 

[반기성 센터장]

탄자니아 정부는 송유관 건설 과정에서 약 1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송유관이 지나는 지역의 경제발전도 가능하다고 주장하는데요.

 

예상에 따르면 2025년 석유 채굴이 시작되면 우간다는 해당 송유관으로 원유를 매일 적어도 23만배럴씩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통해 연간 최대 세수의 75%인 4900억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요.

 

탄자니아 역시 배럴당 최소 12달러를 받아 해마다 약 1400억원 규모의 수익을 거둘 것이라고 하니 가난한 이 두 나라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저도 기후변화를 저지해야 한다는 방송을 하곤 있지만 가난한 나라들의 생존문제에 직면하게 되면 이런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자연환경 훼손을 막고 기후변화 저지를 이루기 위해선 선진국들의 대대적인 자금공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11월 6일에 개막한 27차유엔당사국총회의 첫 의제가 선진국들이 가난한 나라들에 대한 실질적인 금전지원 문제이거든요. 이번 당사국총회에서 이런 의제가 꼭 합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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