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진욱의 반도체 교실]③ 반도체 실리콘

오피니언 입력 2022-09-29 08:36:38 enews2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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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반도체공학회 고문. [사진=서강대학교]

우리 주변에 흔하지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은 받으면 우리는 망설이지 않고 공기와 물을 이야기 할 것이다. 공기와 물은 흔하고 값싸게 주어지지만 우리 가장 중요하고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물질이다. 또 흔한 물질 중에는 흙이나 돌이 있는데 흙이 없으면 농업생산물이 불가능하므로, 이 역시 우리 생활에 역시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경관 역시 흙이 주는 선물이다. 

 

(암석)은 지구표면에서 물과 공기보다도 가장 흔한 물질이다. 지구에서 가장 흔한 원소를 살펴보면, 지구 전체에서는 철이 가장 많은 원소이나, 지구표면만을 보면 가장 많은 원소는 산소, 실리콘(규소), 알루미늄 순이다. 산소와 실리콘(규소)은 지구 상에 흔한 암석인 석영, 장석에 모두 포함이 되어 있으니 가장 흔한 물질은 흙(암석)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 흔한 암석이 가장 대표적인 반도체인 실리콘의 원재료이다. 이렇게 흔하다 보니 실리콘반도체와 연관된 상품이 주변에 많은데, 유리는 산화규소(산화실리콘·SiO2)이며, 실리콘수지, 실리콘 접착제 등 실리콘은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이름이다. 그 덕분에 석유나 다른 자원은 고갈될 걱정을 하지만, 반도체원료인 실리콘은 절대 고갈될 염려가 없다. 혹시 고갈이 될 것 같으면 앞마당의 흙을 재료로 사용하면 되니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던가. 이렇게 흔한 실리콘이지만, 반도체 제작이 가능하게 하려면 당연히 가공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반도체 시대를 처음으로 연 트랜지스터는 1947년 벨연구소에서 윌리엄 쇼클리, 월터 브래튼, 존 바딘에 의해 발명이 될 때 실리콘이 아닌 게르마늄을 이용하여 제작이 되었다.

 

이 세 사람은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공로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았고 특히 이 중 존 바딘은 이론물리학자로 그 후 초전도체 현상을 설명하여 또 다른 하나의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게르마늄은 실리콘과 같은 반도체 물질 중 하나인데, 녹는점이 낮아서 당시 기술로 가공하기가 쉬었다. 다만 게르마늄은 실리콘 만큼 풍부한 양으로 얻어 질 수 있는 물질이 아니어서, 가격이 높았다.

 

최초로 제작된 반도체 트랜지스터의 경우 당시 대세였던 진공관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쌌고 따라서 실용성도 당연히 없었으며 기대도 낮았다. 이렇게 가망이 없던 반도체 진영에 실리콘이 합류하게 되면서 세상이 바뀌게 되었다. 기술의 발달에 따라 실리콘을 쉽게 가공할 수 있게 되면서, 가격이 싸고 성능도 좋은 실리콘이 만들어졌고, 이에 따라 반도체의 주도권이 실리콘으로 자연스럽게 넘어오게 되었다.

 

재료가 풍부한 것과 더불어 실리콘이 반도체의 대표로 성공하게 된 중요한 특성 중 하나는 실리콘(Si)을 산소와 반응하여 산화시키면(녹이 슬면) 산화규소(산화실리콘·SiO2)가 생성이 되어 내부 실리콘을 잘 보호한다는데 있다. 마치 유리막을 보호되어 매끈한 표면을 갖는 조각 작품이나 은은한 비취색을 자랑하는 고려청자처럼 산화규소(산화실리콘)는 실리콘 표면에 대단히 좋은 보호막을 형성하여 내부 실리콘을 보호한다.

 

산화실리콘은 유리이고 유리가 전기를 통하지 않은 부도체인데 전기가 통하는 실리콘 표면 위에 거울 같은 매끈한 부도체를 쉽게 만들 수 있는데, 이는 다른 반도체 물질에서는 쉽게 구현이 되지 않는 특성이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여 산화실리콘으로 실리콘을 보호하고 이 경계면에 흐르는 전기를 제어하는 모스트랜지스터(MOS Transistor)1959년 벨연구소에서 한국인 강대원 박사와 모하메드 아탈라에 의해 발명되었으며, 현대 사회에 쓰이는 반도체로 발전하였다.

 

산업이나 사회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해 보면, 강대원 박사의 발명이 1947년의 트랜지스터 발명에 비해 훨씬 큰 의미가 있는데, 1956년에 이미 트랜지스터로 노벨상을 수여되었기에 또 다른 노벨상을 비슷한 주제에 주기가 꺼려졌을까? 우리나라 노벨상 수상자가 일찍 나올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과 더불어 우리나라가 반도체에 오래 전부터 기여하였다는 자부심을 같이 느낄 수 있게 하는 강대원 박사는 우리의 자랑이다.

 

지금까지 반도체 실리콘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다른 여러 반도체 물질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실리콘은 여러 도전을 이겨낸 챔피언으로 왕좌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앞으로 반도체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현재 3nm 수준의 공정기술이 더 미세화되고 집적도는 높아질 것이다. 실리콘은 다른 반도체로 대체될 수도 있을까? 우리는 최고의 기술이 승리하여 우리 생활을 편하게 해주기를 우리는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면 되지 않을까. 마치 실리콘(바위)과 나무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정경을 감상하는 것처럼 말이다.

 

범진욱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반도체공학회 고문

 

범진욱 교수는...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

현 반도체공학회 고문

반도체공학회 전임 회장

ISCAS 2021 조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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