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남양유업 매각 파국…'눈물 사과' 잊고 ‘네 탓’

산업·IT 입력 2021-09-01 21:57:58 문다애 기자 0개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사진=서울경제TV]

[서울경제TV=문다애 기자]

[앵커]

불가리스 사태로 촉발된 남양유업 매각이 결국 엎어졌습니다.

대국민 사과를 통해 경영권 포기를 선언했던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오늘 한앤컴퍼니에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는데요.

애초에 홍 회장에게 매각의지가 있었는지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경제산업부 문다애 기자 연결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문 기자. 남양유업 매각 결국 엎어졌네요?

 

[기자]

남양유업은 오늘 홍원식 회장 등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와 체결한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공시했습니다. 홍 회장 측은 어제 자정 주식 양도 계약의 내용이 이행되지 않았다며 한앤컴퍼니에 계약 해제를 통보했는데요.

 

홍 회장이 남양유업 경영권을 매각하려고 했던 것은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며 과장 광고를 했고 이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며 세종공장 가동이 중단될 우려가 제기되자, 회사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면서 약속했던 일입니다.

 

이에 홍 회장은 지난 5월 홍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를 한앤컴퍼니에 3,107억원에 매각하겠다고 계약을 맺었습니다. 어제(31)가 대금지급 기일이었는데요. 홍 회장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고, 오늘 계약을 체결한 지 3개월 만에 사실상 매각 철회를 공식화 한 겁니다.

 

[앵커]

매각이 결렬된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홍 회장 측에서는 계약을 깬 이유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나요?

 

[기자]

홍 회장 측이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한 주된 이유는 약정 위반입니다. 한앤컴퍼니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태도를 바꿔 사전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을 거부했다는 건데요. 또한 비밀유지의무 위반과 부당한 사전 경영 간섭 등도 이유로 들었습니다. 여기에 매도인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등 기본적인 신뢰 관계를 무너뜨렸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홍 회장 측은 "한앤컴퍼니가 거래종결 이전부터 인사 개입 등으로 남양유업의 주인 행세를 했다"고 말했는데요. 이를 미뤄보면, 홍 회장과 두 아들의 회사 내 거취 문제가 갈등의 요인이 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그러나 홍 회장이 돌연 마음을 바꾼 실질적인 주된 이유로는 매각가가 헐값으로 책정됐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매각이 소비자의 불매운동에 쫓기며 진행된 탓에 매각가는 3,107억원에 그쳤는데, 시장에선 계약 체결액이 남양유업이 보유한 유형자산의 순장부가액인 3,693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헐값 매각이라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매각 계약 체결 후 남양유업 주가도 크게 올랐는데요. 홍 회장이 한앤코와 지분매매계약(PSA)을 체결하던 지난 512일 남양유업의 주가는 주당 36만원선이었으나, 지분 매각 발표 후 70만원대를 넘어섰고, 71일엔 81만원대까지 올랐습니다. 여기에 남양유업 세종공장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이 과징금 82.000만원으로 경감되는 등 호재가 잇따르자 이런 계약 조건들이 홍 회장의 눈높이에 맞지 않아 돌연 입장을 바꿨단 겁니다.

 

[앵커]

남양유업 매각은 불가리스 사태 이후 홍 회장이 소비자, 또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일 아닙니까? 결렬 배경을 떠나 눈물까지 보였던 대국민 사과의 진정성은 의심받을 수 밖에 없어보이는데요?

 

[기자]

, 남양유업 안팎에서는 홍 회장이 애초에 경영 쇄신과 매각 의지가 있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홍 회장이 쇄신을 위해 공언한 회장직 사퇴와 회사 매각 모두 지금까지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먼저, 홍 회장은 지난 5월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해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하며 회장직 사퇴와 함께 자식들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도 약속했습니다. 당시 영상 보시죠.

 

[싱크]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저는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또한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홍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밝혔던 것과 달리, 회장직을 버젓이 유지하며 상반기 보수액으로만 8억원을 넘게 수령했고, 두 아들을 복직 또는 승진시켰습니다. 지난 4월 회삿돈을 유용했다는 의혹으로 보직 해임된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석 상무는 기자회견 후 20일여 일 만이자, 매각 발표 하루 전인 526일 전략기획 담당 상무로 슬그머니 복직했고, 같은 날 차남인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은 미등기 임원(상무보)으로 승진했습니다.

 

게다가 일방적으로 지난 730일 예정한 경영권 매각을 위한 남양유업 임시 주주총회를 홍 회장이 돌연 이달 14일로 연기했는데요. 홍 회장은 '준비 부족'을 이유로 임시주총을 6주나 미뤘는데, 거래 종결 기한인 831일을 훌쩍 넘겨 통보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초 30일 임시주총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이 모두 회사 매각을 염두에 둔 오너의 행보로는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결국 논란을 잠시 피하기 위해 악어의 눈물로 급한 위기를 모면한 뒤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린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그렇다면 매수자인 한앤컴퍼니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홍 회장 측이 주식 매매 계약 해제를 통보했지만 한앤컴퍼니 측은 아직 계약이 유효하다는 입장입니다.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에 대한 당사의 인수 의지에는 변화가 없다""언제든 매도인 측에서 계약 이행을 다시 결심하기만 한다면 그 즉시 거래종결이 이루어지고 위 소송도 실질적으로 자동 종료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한앤컴퍼니는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주식 매도 계약 의무 이행을 촉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한앤코 측은 입장문을 통해 "사태를 방치할 경우 나쁜 선례로 남아 앞으로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생명과도 같은 계약과 약속을 경시하는 풍조가 생길 것"이라며 소송을 통해 시비를 가린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한편, 홍 회장 측도 LBK앤파트너스를 법률대리인으로 선정해 법정 다툼에 준비해왔고, 한앤코에 계약 해제를 통보하며 결국 양사는 법정 공방을 통해 시비를 가리게 됐습니다.

 

[앵커]

이른바 '불가리스 사태'에서 촉발된 남양유업 매각 작업이 3개월 만에 원점으로 돌아간 건데요. 앞으로 어떻게 되나요?

 

[기자]

일단 홍 회장은 법적 공방이 끝날 때까지 한앤컴퍼니 제외한 다른 매수자엔 회사를 매각할 수 없게 됐습니다.

 

한앤컴퍼니는 주식 매도 계약 의무 이행과 함께 홍 회장과 부인 이운경 고문이 보유한 남양유업 주식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도 냈는데, 오늘 법원이 한앤컴퍼니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손을 들어줬기 때문입니다.

 

한편, 매각 무산으로 비난 여론이 일자 홍 회장은 오늘 입장문을 통해 해당 분쟁이 종결되는 즉시 재매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매각 추진에 대한 입장을 재차 밝혔지만, 이전과 같이 선언만 있을 뿐 그 시점과 방식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향후 이행 방안과 추진 계획 등이 담겨 있지 않아 여론은 싸늘합니다.

 

결국 법적 공방이 본격화되면서 남양유업은 기업간 거래 신뢰도와 이미지 추락은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또 다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을 맞을 가능성도 커지며, 이에 따른 실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주 갑질 사태 이후, 올해 4월 불가리스 코로나 마케팅 이후 불매운동으로 큰 타격을 입은 바 있습니다.

 

[앵커]

결국 소비자들은 또 다시 남양유업에 속았다는 생각이 들겠네요. 앞으로 남양유업 매각은 어떻게 전개될 지 계속 지켜봐야 할 듯 합니다. 지금까지 경제산업부 문다애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dalove@sedaily.com

 

[영상편집 강현규]

[ⓒ 서울경제TV(www.sentv.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관련뉴스

0/250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