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상속세 폐지하고 자본이득세 도입해야”

경제 입력 2020-11-05 17:00:55 정훈규 기자 0개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경제TV=정훈규기자] 경영권 승계를 불확실하게 하는 높은 세율의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본이득세는 상속 시 과세하지 않고, 상속받은 자산을 추후 유상으로 처분할 때 피상속인(사망자)과 상속인 보유기간 동안의 자본이득을 합산해 ‘양도소득’으로 과세하는 방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5일 ‘기업승계시 과도한 상속세 부과의 문제점’ 보고서를 통해 “징벌적 상속세율이 기업가 정신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OECD 국가들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은 2위이지만, 기업승계 시 주식가치에 최대주주할증평가(20% 할증)를 적용하면 최고세율 60%를 적용받아 사실상 가장 높은 수준이라 설명했다. 


임동원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과도한 상속세 부담이 기업승계 시 조세장벽을 발생시키고, 획일적인 최대주주 할증평가로 인해서 상속세율이 60%까지 적용될 수 있는 점은 더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면서, 이는 “상속재산의 감소뿐만 아니라 경영권 승계도 불확실하게 해서 기업가 정신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쓰리세븐(손톱깎이 생산업체, 당시 세계 1위)은 지난 2008년 상속세로 인해 지분을 전량 매각한 후 적자기업으로 전락했고, 유니더스(콘돔 생산업체, 세계 1위)는 상속세 때문에 2017년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넘겼으며, 락앤락(밀폐용기 제조업체, 국내 1위)은 생전 상속세 부담을 고려해 2017년말 홍콩계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하는 등, 과도한 상속세로 인해 기업승계를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OECD 국가들의 ‘소득세’와 ‘상속세’ 최고세율 합계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일본(100%)에 이은 2위(92%)이며, 최대주주할증평가를 적용하면 102%로 OECD 회원국 중 1위로 소득세와 상속세 부담이 가장 크게 나타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임동원 부연구위원은 “이미 소득세가 과세된 세후소득이 상속세 과세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상속세가 높으면 소득세가 낮든지 또는 그 반대여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높은 상속세 최고세율(2위)을 유지하면서 소득세 최고세율(14위)은 계속 올리고 있어 전체적인 세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신설되는 10억원 초과구간의 소득세 최고세율이 45%(현행 42%)로 인상돼 소득세율 순위도 7위로 높아질 전망이다.


보고서는 또 18조 2,000억원 어치의 상장주식을 상속하게 되는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상속세를 OECD 주요국들과 비교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상속세 실효세율이 58.2%로 가장 높고, 일본(55.0%), 미국(39.9%), 독일(30.0%), 영국(20.0%) 순으로 나타났다. 자본이득세 과세국가 중 캐나다는 상속 시 16.5%의 실효세율을 부담하고, 호주와 스웨덴은 상속받은 자산을 추후 처분할 때까지 과세가 이연되는 자본이득세(승계취득과세) 체계를 적용하고 있어 상속 시 과세되지 않는다.


임 부연구위원은 “위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 상속세 부담이 주요국보다 46~253% 높은데, 미국 46%, 독일 94%, 영국 191%, 캐나다 253% 만큼 각각 더 높아 우리나라는 현재 징벌적인 상속세가 기업에게 사망선고처럼 과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기업승계가 단순한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기업의 존속 및 일자리 유지를 통해 국가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기업승계가 기업과 국가경제 지속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관련 상속세제는 개편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동원 부연구위원은 “기업승계 시 ‘징벌적 상속세’라는 장애요인을 제거할 수 있도록 단기적으로 상속세율을 인하하고, 추후 기업승계에 한정하여 자본이득과세가 도입된다면 기업승계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중소·중견기업의 활성화 및 대기업으로의 성장이라는 선순환을 위해 우선 국제적으로 높은 상속세율(50%)을 OECD 회원국 평균인 25%까지 인하하고, 최대주주할증과세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이미 주식가격에 포함돼 있어 실질과세원칙에 위배되므로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기적인 대안으로 기업승계의 장애요인인 상속세를 폐지하고 동시에 조세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자본이득세(승계취득가액 과세)의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추후 상속자산 처분 시 사망자와 상속인 모두의 자본이득에 과세하기 때문에 조세형평성도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argo29@sedaily.com

[ⓒ 서울경제TV(www.sentv.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전체보기

기자 프로필 사진

정훈규 기자 산업2부

cargo29@sedaily.com 02) 3153-2610

이 기자의 기사를 구독하시려면 구독 신청 버튼을 눌러주세요.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0/250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