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3억이냐 10억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오피니언 입력 2020-10-23 08:49:46 수정 2020-10-23 11:23:27 이소연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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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TV=이소연기자] 대주주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연일 시끄럽다.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는 질의가 다수 이어졌고, 정치권은 시행령의 상위법인 법안을 상정하고 나섰다. 시장의 목소리도 거세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서 23일 기준 ‘대주주 양도소득세는 이제는 폐기되어야 할 악법입니다’라는 청원은 21만 명이 넘게 서명을 했고, ‘홍남기 기재부 장관 해임을 강력히 요청합니다’라는 청원 또한 15만 명이 넘게 동의했다. 


사실 대주주 요건 완화는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상장주식 양도소득세를 매기는 대주주 기준을 특정 종목 보유주식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췄다. 개정안의 목적은 대주주 범위를 넓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의 실현이었다. 대주주 기준 안에 들면 주식을 팔아 번 돈에 양도소득세가 붙기 때문이다. 


3년 전 마련된 개정안이 지금 논란이 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새로운 기준이 두 달 여 뒤인 2021년부터 시행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동학개미운동’으로 인해 개인 투자자가 증가하며 이들의 목소리가 커진 탓이다. 실제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국정감사에서 “2년 반 전에 만들어진 개정안이 지금 왜 논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의에 개인투자자 영향을 이유로 들기도 했다. 


기재부는 개정안을 그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대주주 요건 강화에 대해 “일관성 있게 견지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언급한 데 이어, 22일 국정감사에서도 “2년 반 전 국회와 협의를 거쳐 시행령에 개정된 것이기 때문에 그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지난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대판 연좌제’ 논란을 빚은 가족 합산 부과 문제는 개인별 부과로 수정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정치권은 이미 합심해서 ‘10억원 유지’를 언급하고 나섰고, 시장 참여자들 또한 거센 반발을 하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대주주 요건을 피하기 위해 연말 주식을 매도하는 경우가 많아 시장 변동성만 커질 뿐 양도세 부과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그간의 통계를 종합해보면, 주식시장에서 평균적인 누적순매도가 가장 강한 시기는 12월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부의 융통성 있는 결단이 필요한 때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이번 대주주 요건 강화의 실익을 조금 더 고민했으면 한다. 정부는 이미 오는 2023년부터 주식 양도소득세를 전면 과세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즉, ‘대주주 3억원’의 효과는 길어야 2년이라는 소리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주식 양도소득세 확대 방침에 대해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 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주주 요건 강화를 앞두고 시장은 연말 변동성을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정부의 결단이 있기를 바란다. /wown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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