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동산정치가 아닌 부동산정책에 집중하라

오피니언 입력 2020-02-26 07:54:45 수정 2020-02-26 07:55:08 정창신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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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건설산업연구원]

정부가 부동산투기의 온상이라 여기는 서울 강남지역에서는 아직도 작년 말 12.16 대책의 위력이 쨍쨍한 데,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수원·용인·성남(수·용·성)을 비롯한 서울 인근 수도권 지역에서는 이른바 풍선효과로 아파트 가격이 단기간 내 급등하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동안 정부는 정치적 이해득실을 고려한 듯, 시장동향을 모니터링하는 중이라는 핑계로 수수방관하고만 있었다. 

이후 수도권의 비규제지역 전반으로 풍선효과가 확산되자, 마지못한 듯 부동산대책이라고 명명하기도 민망한 내용의 19번째 대책을 올해 2월 20일에 발표한 바 있다. 내용이라고 해봤자 이미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수원의 팔달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 그리고 안양 만안구와 의왕시를 조정대상지역에 추가하고 대출을 좀더 옥죄는 내용 정도를 담고 있을 뿐이다. 


그동안 헛다리짚듯 하는 많은 부동산대책을 이미 경험했던 터라 애당초 큰 기대감은 없었다. 이번 대책도 늘 그렇듯 풍선효과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고민 없이 그야말로 생색내기용 미봉책에 다름 아닌 것으로 보인다. 풍선효과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되기 쉽다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차 떠난 뒤 손 흔드는 것처럼 뒷북치기라는 비판도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게다가 다가올 총선을 감안하여 해당 지역 민심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하는 당국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는 의구심도 지울 수 없다. 대책 마련 과정에서 당·정·청 협의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불협화음이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어느 틈엔가 부동산정치로 대체 혹은 이미 변신한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아직도 서울 등 고가(?)주택 중심의 부동산시장에서는 직전의 18번째 ‘12.16 대책’으로 인한 압박감이 여전하다. 그 바탕에는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 시행에 가까운 매수자의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의무와 세무조사 강화 등 규제와 단속 위주의 마치 예비 범죄인 취급하듯 하는 분위기 조성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자금조달 과정 속에 개인 신상 털기에 가까운 불편함과 불안감은 주택매매 자체를 아예 기피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불과 한 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부동산거래가 대부분 투기적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부동산매매허가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언급이 있었던 적이 있다. 당시 하나의 해프닝으로 간주되었지만, 투기과열지구에서 자금조달계획서와 증빙서류의 제출이 의무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상의 준(準)허가제에 해당한다고 보아도 무방할 터이다. 


현재의 국내 부동산 시장은 몸살을 앓고 있다. 규제지역에서는 거래가 실종되다시피 해서 냉기가 감도는가 하면, 비규제지역에서는 가격급등과 거래과열 같은 풍선효과로 오히려 과열 양상이 초래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의 ‘2.20 대책’은 지역 민심을 지나치게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시장을 보는 정부의 시각에 정책적 관점보다 정치적 시각과 색채가 짙게 배여 있는 것처럼 비춰진다. 정부의 속내는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시장에 미칠 충격이나 거래질서의 왜곡 등은 도외시한 채 무엇보다 손쉽고 빠른 결과를 얻는 것과 동시에 지지기반의 민심을 자극시키지 않으려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 안에는 단기간에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시장경제원리를 내팽겨 치더라도 이해득실을 감안할 때 규제를 앞세우는 것이 손쉽고 이득이 된다는 정치적 계산도 물론 깔려있을 것이다. 


그동안 스무 번에 가까운 현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이어지고 앞으로도 추가될 것이라는 언급을 스스럼없이 하는 것을 보면, 정부 스스로도 아직 국내 부동산시장을 정상적이라고 보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논리의 모순이라고나 할까.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어쩌면 기존의 부동산대책이 무용지물이었다는 것을 인정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처럼 부동산정책의 실패 누적은 첫걸음부터 부동산시장에 대한 뒤틀린 시선으로 접근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부동산시장의 ‘안정’은 부동산정치의 관점에선 꽤쓸만한 가상 목표가 될 수 있었겠지만, 정책당국과 서민ㆍ국민들의 생각에 서로 상당한 괴리가 존재하고 있는 신기루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부분에서도, 정부가 아직 부동산시장의 근본적 문제점을 해소하기 보다는 정치적 지지기반의 민심 동향에 더욱 민감하게 반등하는 부동산정치를 하는 것으로 느껴지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각종 규제로 공급부족 우려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저금리 지속에 따른 시중의 풍부한 유동자금이 갈만한 대체 투자처도 마땅찮다. 이런 시장 상황 속에 다주택자만을 투기세력이라고만 단죄하듯 손가락질만 해대서야 어떻게 부동산시장의 안정과 균형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제 모호한 개념으로 국민 중 특정 계층만의 지지를 얻어내려는 화려한 정치적 기법은 공감대를 확보하기 어려우므로 삼갔으면 한다. 주택의 보유 여부, 재산의 다과 여부 등을 떠나 앞으로는 부동산시장의 ‘균형’을 맞추는 데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서민만이 아닌 국민의 주거 및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진정 바란다면 현실적 성과에 급급하기보다 부동산정치라는 길에서 나와 진정성을 가지고 제대로 된 부동산정책을 펼칠 때 그 성과는 어느 순간 이미 우리 곁에 다가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skdoo@cerik.re.kr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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