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증편향 버려야 국가·시장 산다

오피니언 입력 2020-02-21 16:01:44 수정 2020-02-21 16:31:40 정창신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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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지역, 전매제한·담보대출 비율 축소

땜질식 처방, 풍선효과 계속될수밖에 없어

부동산 매매활동, '투기꾼' 프레임은 잘못

이진우 오비스트 대표. [사진=오비스트]

확증편향이란 말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은 인간의 오류를 말한다. 인간은 대부분 그러하다. 특히 이론적으로만 함양된 지식이라면 그 몰입도는 더하다.


하지만 부동산은 다르다. 특히 정책을 입안하는 높은 위치에 있는 분들은 그러면 안 된다. 부동산이란 재화가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말이다. 예를 들어 보겠다. 공급 측면이다.


공식적으로 정의된 개념은 없지만, ‘주택 노후도’란, 건물이 준공된 지 30년이 지난 상태를 말한다. 우리나라 아파트의 재건축 기준이 준공 후 30년이므로, 주택노후도 역시 이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우리나라 주택 노후도는 전체 주택을 기준으로 18%에 달한다. 전체주택 중 18%인 267만 호가 준공된 지 30년이 넘었다는 이야기다. 


30년을 초과한 주택 뿐 아니라 20~30년 된 주택들도 역시 노후가 임박한 것이어서, 준공된 지만 20년 이상 된 주택 수는 총 1,637만 호 중 716만 호로 44%에 해당한다. 


만약에 노후 주택의 개념을 30년이 지난 아파트로만 본다면 별 문제 아니다. 즉 우리나라 전체 아파트 980만 호 중 30년 이상 된 아파트는 50만호 정도로, 전체 아파트의 5.1%이니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2015년 기준). 


그런데 곧 노후화될 20~30년 사이의 아파트는 276만 호로, 약 5배나 증가하여 전체 아파트의 28.2%를 자치한다. 즉, 20년 이상 된 아파트는 전체 326만 호이고 이는 전체 아파트 수의 33.3%에 달한다. 아파트 세 채 중 한 채는 노후화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주택의 생애주기가 이토록 짧은 것은 물리적 수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회적 수명이 다 된 것이 더 큰 문제다.  


우리나라는 도시화와 산업 발전이 급격히 진행 되면서, 가족의 구성도 과거에는 대가족에서 4인 가족, 3인 가족으로 변화했고, 지금은 1인 가구의 비중이 높다. 이렇게 변하는 데 50년도 걸리지 않았다.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에서 20~30년 된 아파트 평면은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다. 1999년 이전에 준공된 집은 사용 측면만 보더라도, 방 크기가 과하게 크고 수납공간이 충분하지 않고, 보일러, 방범 시설 등 비효율적인 부분과 기능 측면에서 현대식 아파트의 구조와 기능을 따라가지 못한다.


정부는 20일 19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 놓았다. 수원, 성남 등 수도권 서남부 5곳을 규제강도가 가장 높은 ‘1지역’으로 지정해 모든 조정대상지역에서 전매제한과 담보대출 비율을 축소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부동산 정책이나 변수중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정부의 근본적인 치유책이 없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정부가 그토록 싫어하는 ‘풍선효과’는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 시장은 그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수원과 성남을 규제하니 이제는 자금의 흐름이 어디로 또 이동하여 신조어를 만들까? 오동택(오산·동탄·평택)일까. 인천·안산·산본 등 얘기도 나온다. 이럴 바에는 수도권 전체를 규제강도가 가장 높은 ‘1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이 정부가 생각하는 소기의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에서 시장의 잉여 자금이 미래가치를 평가받지 못했던, 또는 평가가 절하됐던, 여기에 규제가 없는 지역을 찾아 물 흐르듯 흘러다니는 자연스러운 경제활동의 모습을 무조건 ‘투기꾼’ 프레임으로 모는 것은 일부 정책 입안자들의 지독한 ‘확증편향’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단지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일 것이다.


내가 살 집이, 살 아파트의 구조가 다양하고, 마트나 문화 시설의 접근성이 좋고, 교통이 편리해서 아이들의 학교나 자식들의 직장 접근성이 편한 위치에 있는 것을 원하고 있는 것이 무조건 잘못된 ‘투기’라고 생각하는 높은 분들이 정책을 입안하는 한 부동산 정책은 성공할 수 없을 것 같다.


흔히 국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인 부동산과 교육이라고 한다. 부동산과 교육 정책은 만드는 분들이 치우치면 안된다. 확증편향을 버려야 국가가 살고 시장이 산다. /pnr2014@daum.net


이진우 / 오비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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