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후배인데 잘 챙겨줘라”…수상한 석유코인 수사

탐사 입력 2020-01-23 20:14:15 수정 2020-02-04 15:25:12 전혁수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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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커스체인 피고발인, 前분당경찰서장과 친분 과시

[사진=서울경제TV]

[앵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가 자신들이 개발한 ‘로커스체인’으로 원유거래를 할 것이라며 코인을 판매한 블룸테크놀로지의 석유코인 사건. 서울경제TV는 지난해 10월부터 이 사건을 지속적으로 심층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업총판 시그널에셋의 수사에서 수상한 점이 발견됐다는 레포트 방금 보셨을 겁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석유코인 사건을 취재 중인 전혁수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전 기자 어서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석유코인 사건, 저희가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간단한 사전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요.


[기자]
네, 앵커께서 앞서 말씀하셨다시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를 언급하며 코인을 판매한 사건이고요. 사우디아라비아 뿐만 아니라, 인도 카나라뱅크를 통해 1조원대의 자산보증이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로커스체인 투자자들은 영업총판의 말을 믿고 적게는 150원, 많게는 1,000원대에 로커스체인을 구매했습니다. 제가 취재한 바로는 2,000원이 넘는 가격에 코인을 구매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블룸테크놀로지가 아람코와 계약을 한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요, 인도 카나라뱅크 자산보증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현재 로커스체인 가격은 10원 내외를 전전하고 있습니다.


로커스체인 투자자는 약 1,000여명, 투자자들로부터 끌어모은 투자금은 최소 300억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따라서 수백억원대의 평가손실이 발생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현재 45명의 투자자들이 블룸테크놀로지와 영업총판 시그널에셋, 코인지니어스를 사기, 유사수신행위 등의 혐의로 형사고소한 상태입니다.


[앵커]
수백억원대의 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업체라는 건데요. 과거 블룸테크놀로지의 영업총판 시그널에셋에 대한 고소가 한차례 이뤄졌는데, 무혐의가 나왔어요. 그런데 투자자들은 이 수사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앞서 레포트에서 보셨듯이 수사 과정에서 증거자료로 제출했던 USB 자료가 소실되는 등의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혹시 수사 과정에서 부당한 개입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하는 것입니다. 수원지검에서 무혐의 처분이 났고, 수사 실무는 화성서부경찰서에서 했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 지역의 수사기관을 믿지 못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일단 개시를 해서 3개월 정도가 지나면 어느 정도 수사가 진척이 됐기 때문에 수사기관을 이관하지 않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이 수사는 2018년 12월에 강동경찰서에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는데, 2019년 5월에 이관이 됐습니다. 이례적인 상황이고요.


심지어는 피고소인인 시그널에셋 관계자들은 실제 하남에 거주하면서 주소지를 화성으로 옮겼습니다. 위장전입이죠. 이들이 옮긴 주소지는 시그널에셋 채모씨의 지인인 천모씨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천씨 역시 평소 경찰과의 친분을 과시한 바 있고요, 채씨와 한 투자자의 통화녹취에서는 천모씨의 라인을 가동한다는 내용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다만 과시나 일방의 주장인지 실제로 인맥이 있는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고요. 이런 이유로 지난 12월 블룸테크놀로지와 시그널에셋 등을 고소할 당시에 서울중앙지검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앵커]
그러면 중앙지검에서 직접 수사를 하는 건가요?


[기자]
아닙니다. 사건이 1월 초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이관이 됐습니다. 사실 블룸테크놀로지가 경기 성남에 사무실이 있기 때문에 이관이 부자연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다만 투자자들은 앞으로 진행될 수사에 대해 상당한 불안감을 표시하고 있는데요, 여기에는 다른 이유가 또 있습니다.


[앵커]
어떤 이유에선가요?


[기자]
제가 석유코인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접촉한 투자자 가운데는 블룸테크놀로지 대표 이모씨의 지인을 취재할 일이 있었습니다. 이 투자자는 시그널에셋 대표 채모씨와 연인관계였던 것으로 확인이 됐는데요, 채씨가 경기지역 경찰과의 인맥을 과시해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근거가 있나요?


[기자]
일단 채씨가 이 투자자와 수차례 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경찰들을 ‘선배’라고 부르면서 자신이 누구랑 친하다, 누구랑 알고 지낸다는 식의 발언을 많이 했던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내용의 녹취록 수건을 저희 취재진에 제공을 했고요.


[앵커]
그런데 채씨 일방의 주장이나 허풍일 가능성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저도 보고요. 다만 이 투자자가 채씨와 함께 분당경찰서를 방문했던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 투자자는 2018년 7월 초 분당경찰서를 방문해 서장 유모씨를 만났다고 합니다. 유씨는 박근혜 정부 시절 경찰청 대변인을 했던 인물인데요, 이 자리에서 유씨가 이 투자자를 ‘제수씨’라고 호칭했다고 합니다. 수사 일선과장들을 서장실로 불러 ‘채씨가 우리 관내에서 사업을 하는 후배인데 잘 챙겨줘라’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함바 비리 사건을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요, 브로커 유상봉씨가 함바 운영권을 미끼로 경찰 간부, 건설사 임원들에게 뒷돈을 건넸던 사건입니다. 이 투자자가 채씨와 함께 만난 전 분당서장은 ‘함바 비리’ 사건 브로커 유상봉씨로부터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던 인물입니다.


저희가 사실관계 확인을 하려고 유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는데요,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유씨는 메시지는 확인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러면 지금 사건이 성남지청에 있다고 했잖아요. 블룸테크놀로지의 주소지대로 배정이 된다고 하면 분당경찰서로 수사지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닌가요?


[기자]
불행 중 다행인 건 분당서로 수사지휘가 되지는 않았고요, 일단 이번 주에 사건이 경기 광주경찰서로 수사지휘가 내려갔습니다. 그래도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데요, 경찰 인사 구조를 아실 필요가 있습니다. 통상 경찰 인사는 광역단체 규모에서 희망자를 먼저 받아 인사를 하고요, 대부분의 인사는 권역 안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시그널에셋에 대한 불기소의견을 냈던 화성서부경찰서, 유착 의혹이 제기되는 분당경찰서, 이번에 수사를 맡게 된 광주경찰서는 모두 경기남부경찰청 권역에 포함되는 곳들입니다. 그래서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호소하는 겁니다.


[앵커]
투자자들이 불안해 하는 게 이해가 되네요. 그렇다면 투자자들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나요?


[기자]
일단 투자자들은 검찰 직접 수사를 원하고 있습니다. 로커스체인피해자모임은 공정한 수사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의 계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수사 과정에서 불합리한 일이 발생하거나 의심되는 정황이 나오는 경우 기피 제도를 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기피 제도는 조금 생소한데요, 어떤 제도인지 잠깐 설명해주실까요.


[기자]
경찰청 범죄수사규칙 제8조는 기피와 회피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요, 규칙 제8조의2 1항 2호는 ”경찰관이 사건 청탁, 인권 침해, 방어권 침해, 사건 방치 등 불공정한 수사를 하였거나, 불공정한 수사를 할 염려가 있다고 볼만한 객관적·구체적 사정이 있는 때“ 경찰관의 기피를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기피 신청 접수일부터 수용 여부 결정일까지 사건의 수사는 중지되고요, 수사부서의 장이 기피 신청을 이유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기피 신청 사실을 통보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사건 담당 경찰관을 재지정해 소속 경찰관서 내 감사부서의 장에게 해당 사실을 전달해야 합니다.


[앵커]
기피 제도를 활용하면 투자자들이 조금은 마음을 놓을 수 있겠네요.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봤을 때는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게 사실이네요. 공정한 수사가 이뤄져서 하루빨리 투자자들이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좋겠네요. 지금까지 전혁수 기자였습니다. /wjsgurt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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