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정치워치] 아베 신조의 미중 등거리 외교

글로벌 입력 2020-01-21 09:20:21 뉴스룸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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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동환 박사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정책과학)

중일 양국은 세계 평화와 안정, 번영에 큰 책임이 있으며 이 책임을 다할 것을 국제사회로부터 요구받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9 12 9, 기자회견에서 2020년 봄으로 예정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국빈 방일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중일 양국은 세계 평화에 책임 있는 모습을 요구 받고 있다고도 했다. 이와 같은 아베 신조의 중국 접근은 미국 일변도로 인식되던 이전의 일본외교와는 다르다는 인상을 준다.

미중무역전쟁의 불씨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심기를 건드릴지 모를 일본 정부의 움직임은 결코 미국에 대한 감정적인 저항이 아니며, 명확한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펜스 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반복적으로 연설을 통해 표명하듯이, 미국은 중국공산당 그 자체를 악이라 간주하며, 체제에 대한 불신을 품고 있다. 경제분야의 대립 뿐만 아니라, 위그루 주민들에 대한 탄압과 홍콩에 대한 진압은 중국공산당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주는 행위라고 이해하는 것이다이러한 상황에서 아베정권은 미국의 가치관과 완벽하게 상이한 독재정권과 세계평화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미국의 엘리트들에게는 전전의 대일본제국이 나치 독일과 비밀리에 교섭을 진행하고 동맹을 맺은 악의 축을 상기시킬지도 모르겠다.

아베 총리의 외교방향 전환은 아직도 경제동물(economic animal)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본 경제계의 움직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세계를 시장으로 하는 소니와 샤프는 중국에 위그루족을 감시하는 안면인식시스템 부품을 수출해 왔다. 무인양품과 유니클로 제품에는 신흥 위그루 자치구에서 생산된 면화가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일본의 유명 맥주 브랜드들은 맥주의 원료인 홉을 위그루 자치구에서 재배하고 있기도 하다. 일본인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많은 제품들에도 강제수용시설에 갇혀 강제적으로 노동을 강요 받는 위그루 주민들의 피와 땀이 스며들어 있다.

경제적 이익만을 우선하는 일본 경제계는 중국에서의 이권을 포기하지 못한다. 때문에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기본적 이념을 버리고, 중국에 접근해 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경제계로부터 지지를 받아 아베노믹스를 성공시키고자 하는 아베정권은 동맹국인 미국을 배신하는 방향으로 외교정책을 전환시키고 있다.

국제질서와 민주주의 제도를 부정하는 중국에 대해 미국은 최근 스파이 행위를 한 중국인 외교관 두 명을 국외로 추방했으며, 스웨덴에서도 이와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파이 천국 도쿄에서는 중국 첩보관계자들이 활개를 치고, 중국계 비즈니스맨들이 자위대주둔기지 부근의 토지를 열심히 사대고 있지만, 일본 치안당국은 침묵할 뿐이다. 관료와 공무원들은 인사권을 가진 총리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2009
년 민주당 정권이 출범했을 때,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미중 등거리 외교를 주장했지만, 외교노선 전환의 결과는 미일관계 악화, 중국과의 영토분쟁이었다. 하토야마 총리는 1년도 넘기지 못하고 총리 자리에서 불명예 퇴진 했다. 그렇게도 신랄하게 민주당 정권의 실패를 주장했던 아베 총리가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당 정권의 외교를 답습하는 듯 하다.

안보는 공기와 같다. 지옥을 경험하지 못하는 한, 깨달을 수 없을 것이다.



김동환 박사 / kdhwan8070@naver.com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정책과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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