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신안산선 개통에 지역 상인들 ‘울상’

부동산 입력 2019-09-10 15:26:19 수정 2019-09-10 20:04:12 이아라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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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경제TV

[앵커]

어제(9일) 신안산선 착공식이 있었습니다. 2003년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이후 16년 만에 삽을 뜬 건데요. 지역 주민들이 오래 염원했던 철도망인 만큼 관심도 뜨거웠습니다. 그런데 일부에선 안산과 시흥 지역에 고속 전철이 들어오는 걸 반기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교통이 좋아지는데 싫어할 이유가 있을까요. 현장을 다녀온 이아라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기자, 수도권 지역에서 광역 철도망 유치를 원하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한마디로 말해, 광역교통망 유치는 지역 주민들에게 ‘더 살기 좋은 도시’가 되는 필요충분조건입니다.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아지면, 지역 주민들의 생활 편의성이 높아지고, 이 장점이 집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안산의 경우, 매번 시장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이 내걸었던 게 ‘신안산선 유치’일만큼 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중요한 사업이었습니다. 강남으로 가는 버스를 제외하면 서울로 접근할 수 있는 대중교통이 지하철 4호선 하나뿐이었거든요. 인근 지역인 수원의 경우 서울 각지로 향하는 버스 노선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고, 인천의 경우 버스 노선뿐만 아니라 급행열차까지 운행 중인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죠. 이런 이유로 안산 지역 주민들에게 신안산선 유치는 더 간절했습니다.

이제 막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죠. 송도에서 여의도, 청량리를 27분에 주파하는 GTX-B 노선을 예정대로 착공시키기 위해 관련 시·도 단체장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도 같습니다.
 

[앵커]
그렇죠. 제가 주민이라도 서울 도심으로 가는 교통망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 같아요. 말씀해주신 대로, 수도권 지역 정치인들이 가장 힘 쓰는 일 중의 하나가 교통망 확충이잖아요. 서울 접근성이 좋아지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니까 이렇게 열심히 교통망을 유치하려고 힘쓰는 거 아닌가요.
 

[기자]
우선 주민 입장에서는 서울과의 접근성이 높아지는 건 분명 좋은 일입니다. 대중교통이 없는 것보다는, 다양하게 있는 게 아무래도 좋고. 무엇보다 서울과의 접근성이 집값에도 큰 영향을 끼치거든요. 그런데 이걸 바꿔말하면, 서울과의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이 도시의 핵심 상권은 주목을 받지 못한다는 말이 됩니다. 상대적으로 보고 즐길 거리가 다양한 서울로 가서 시간을 보내기가 쉬워지기 때문인데요. 전문가의 얘길 들어보시죠.
 

[인터뷰] 송승현 / 도시와경제 대표
“(서울 접근성 좋아지면) 대도시로 인구가 흡수되는 ‘빨대 현상’을 나타내며 지역 경제를 악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판교 같은 경우도 대형 백화점이 들어서기 전까지 상가 공실이 많았던 이유도 이런 현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렇게 생각해보면, 먼저 말씀해주신 인천이나 수원 그리고 GTX 유치 이슈가 있는 파주나 의정부 등도 해당 되는 일일 텐데. 유독 안산을 꼽아서 이야기해 주신 데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기자]
네. 인천이나 수원, 파주, 의정부 지역과 안산은 약간 경우가 다릅니다. 신안산선이 들어서는 안산과 목감, 그러니까 시흥 지역은 과거부터 견고하게 자급자족 도시의 성격을 이어왔습니다. 반월공단, 시화공단이 있기 때문인데요. 알짜 중소기업들이 대거 입주해있기 때문에 도시 안에 일자리가 많습니다.


안산과 시흥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곳 공단으로 출퇴근을 하죠.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은 일산이나 과천, 김포하고는 성격이 다른 도시입니다. 주민들은 도시 안에서 돈을 벌고, 도시 안에서 소비를 하고 있는 거죠. 종합해보면, 안산과 시흥지역은 베드타운과 거리가 먼 도시인 겁니다.


[앵커]
‘신안산선 유치’ 말이 나오기 시작한 건 사실 20년가량 됐다고 하더라고요. 부동산 경기는 선반영 되는 게 맞지만 이렇게 오래 끌어온 사업이기 때문에, 실제로 삽을 뜬다는 말이 나오면서 부동산에 변화도 좀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신안산선이 지나가는 안산과 시흥 목감 지역에 거주하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려는 수요가 있나요.
 

[기자]
네. 제가 안산 일대 부동산을 돌아봤는데요. 생각보다 서울에 직장을 두고 있는 분들이 안산 지역에 들어서는 새 아파트에 입주하려는 수요가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여의도까지 25분 걸리니까 집에서 나와서 직장까지 넉넉하게 잡아도 1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서울까지 출퇴근이 편리한데 집값은 저렴하니까 이런 수요가 몰리는 모양새입니다. 실제로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은 안양이나 평촌 등은 이런 이유로 거주 수요가 많았고, 집값도 안산이나 시흥 지역보다 훨씬 비싼 지역으로 꼽혔습니다. 인근 공인중개사 이야기 들어보시죠.
 

[인터뷰] 안산시 A 공인중개업소 대표
“(서울 직장 둔 사람, 안산 아파트 수요 있나) 많이 오죠 그거는. (서울 아파트 들어가기엔) 돈이 안 되니까. 그래도 전철 타면 시간 많이 안 들고, 시간에 비해서 금액이 워낙 싸니까 오는 분들이 많죠.”
 

신축 아파트로 따져봐도 30평대가 5억이 안 됐습니다. 서울 아파트값으로 생각해보면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이죠. 저렴한 가격과 신안산선 유치로 좋아진 서울과의 접근성이 수요를 끌어들이는 모양새인데요. 실제로 3년 정도 전부터 신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한 목감 지역 일부 단지는 이런 이유로 1억원가량 집값이 뛰기도 했습니다. 이 신안산선이 목감 지역을 지나가거든요. 형성된 지 20년가량 된 안산 신도시보다는 아직 편의 시설이 갖춰지진 않은 상태지만, 서울과의 접근성이 안산보다 더 좋기 때문에 일부 부동산중개인들은 높은 평가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곳 주민과 중개업소의 얘길 들어보시죠.
 

[인터뷰] 목감 주민
“(서울 출퇴근하는 주민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신안산선 보고 입주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희 아파트 카페에 올라온 것만 해도, 한 30% 정도는 될 거예요.”
 

[인터뷰] 안산 B 공인중개업소 대표
“목감이 훨씬 비싸요. 목감은 피가 한 1억5,000정도 뛰었고. 분양가는 (안산 신축이나 목감 신축이나) 별 차이가 없었는데. 오히려 안산이 더 비쌌는데, 지금은 최하 1억 정도 (올랐고) 비싼 데는 1억 5,000까지…”
 

[앵커]
그렇군요. 교통망 확충이 지역 경제 입장에서는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게 의외이긴 한데요. 이기자, 실제 상인들 반응도 들어봤죠.
 

[기자]
네. 신안산선 역이 들어서는 한양대역과 호수, 중앙역 인근 상권을 돌면서 상인들 이야기를 들어봤는데요. 신안산선 유치 목표가 2024년도라 아직 5년가량 남은 일이라고 선을 긋긴 했지만, 안산과 시흥 지역이 베드타운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지역 시민이 늘면 상인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아져 집값이 뛰고 덩달아 상권 임대료가 올라갈 텐데 따져보면 상인 입장에서 치러야 할 비용에 비해 손님 유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습니다. 이 지역 상인의 얘길 들어보시죠.
 

[인터뷰] 신안산선 역 인근 A 상인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서) 돈을 안 쓰는 거야. 저녁 장사가 잘 안되죠. 그게 타격이야.”
 

[인터뷰] 신안산선 역 인근 B 상인
“(손님들이 주말에는 외곽으로 빠지나요?) 그런 것 같아요. 뷰를 볼 수 있는 곳. 바다, 강, 산이 있는 쪽으로 빠지는 것 같아요.”
 

서울에서 아침·점심·저녁까지 해결하고 안산으로 돌아와 잠만 자고 다시 출근하는 시민들이 느는 게 상권에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게다가 주말엔 아예 남양주나 안산의 경우 월곶이나 대부도 등 외곽 지역으로 나들이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안산선 유치로 안산 일대 상권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크게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아라기자 ara@sedaily.com

[영상취재 김경진/ 영상편집 강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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