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논란의 ‘탄력근로제’...‘단위기간’ 공방 속 ‘팩트’는?

경제·사회 입력 2018-07-10 19:02:00 수정 2018-07-10 19:06:11 고현정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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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노동계 핫 이슈인 ‘탄력근로제’를 놓고 말이 많습니다. 현장에서는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따른 보완책으로 일감이 몰릴때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탄력근로제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요. 이에 경제 사령탑인 김동연 부총리는 탄력근로제 확대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정작 주무부처인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아니다며 엇박자를 놓고 있습니다.
대체 탄력근로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가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현정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고 기자,먼저 탄력근로제가 뭔지부터 말씀해 주시죠.

[기자]
사실 탄력근로제는 새로 나온게 아니라 근로기준법에 원래 있던 제도입니다. 말 그대로 일감이 몰릴때 왕창 일하는 대신에 일감이 적을때 평소보다 적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일이 많은 어떤 주에는 길게 일하고, 일이 없는 주에는 덜 일해서 3개월 평균을 냈을 때, 주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을 합한 주 52시간으로 맞추도록 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업계는 왜 탄력근로제 기간을 더 늘려달라고 하는 겁니까.

[기자]
이번 달부터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낮추는 근로단축이 시행되면서 불거졌습니다. 업계는 근로시간이 법적으로 단축되는 대신 탄력근로제를 확대 운영해 인력 운용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는 겁니다. 3개월로는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건설 공기를 맞추기 위해 3개월 내리 빡세게 일해야 하는데 어떻게 3개월안에 주 52시간 근로를 맞출 수 있냐는 겁니다. 그러니까 최소 6개월 이상으로 탄력근로제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업계의 주장이 나름 합리적으로 들리는데요. 업계의 주장대로 선진국은 탄력근로제 기간을 이미 1년으로 하고 있다고요. 우리 정부는 우리보다 앞서 근로시간 단축과 노동 선진화의 길을 갔던 외국 사례를 몰랐던 겁니까.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 외국의 산 경험은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텐데...어떻게 된 겁니까.

[기자]
이게 정말 아쉬운 부분인데요. 정작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뒤늦게 외국 사례를 검토하고 고민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사실 탄력근로제 기간 3개월은 이번에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기 이전에도 있던 법조항인데요. 이번에 선진국처럼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면서 선진국의 사례를 검토해 탄력근로기간 확대를 고민했어야 마땅했었습니다. 제가 고용노동부 주무 국장에게 선진국 사례를 물었더니 잘 모른다는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선 기자에게 오히려 외국은 어떻게 하고 있냐고 되물었습니다.

[인터뷰] 황효정 / 고용노동부 근로기준혁신추진팀장
“거의 (자료가) 없는 상태에요. 되게 간단한 정도만 있고 지금 저희가 갖고 있는 이 자료도 이게 도대체 언제 업데이트 된 건지 그런 것도 없어요. 몇 개 나라에 대한 것을 저희가 갖고 있긴 한데 저희가 전반적으로 업데이트를 했다거나 그렇게 자신이 없어서…”

[앵커]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엄청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는데 정부가 옛날 근로기준법 조항을 버젓이 들이댔다는게 정말 답답하군요. 그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에 대한 선진국 사례는 어떻습니까.

[기자]
우리가 3개월인 반면 프랑스와 독일, 영국 등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실시하고 있는 거의 대다수의 유럽 국가의 경우 대체로 1년입니다. 프랑스와 독일이 1년이며 영국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은 13주, 핀란드의 경우 52주, 즉 13개월을 단위기간으로 할 수 있습니다.

[앵커]
가뜩이나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노동시장 연착륙이 필요한데 우리도 그럼 유럽 다른 나라처럼 단위기간을 늘려야 되는 거 아닌가요?

[기자]
물론 선진국은 우리와 약간 전제가 다른데요. 우리는 탄력근로제 기간동안 평균 주 52시간을 맞춰야 하지만 프랑스 등 선진국은 주 48시간에 맞추도록 해 좀 더 엄격하긴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3개월은 너무 짧다는 게 지배적 의견입니다. 김동연 부총리나 여당의 홍영표 원내대표도 공개적으로 6개월 이상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하는 것도 이때문입니다.

[앵커]
아니 경제사령탑인 김동연 부총리도 탄력근로제 확대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정작 김영주 장관은 왜 반대하고 있는 겁니까.

[기자]
김 장관은 6개월 이상으로 확대하면 근로시간 단축이 제재로 지켜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안된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노사가 자율적으로 탄력근로제를 지킬 것이라고 믿지 못하겠다는 겁니다. 노동자가 약자인 을이기 때문에 사용주인 갑이 갑질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같이 가야 할 사용자 측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것이어서 사회 구성원의 합의와 구심 역할을 해야 할 장관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실 탄력근로제 기간도 문제지만 근로시간 단축제도에 있어 신진국과 우리는 근본적 차이가 있습니다.

[앵커]
근본적 차이요?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완전히 다르다는 건가요?

[기자]
네. 본질적으로 그렇습니다. 우리는 주 52시간으로 근로시간 상한을 법으로 못박고 있지만 외국은 노사합의에 따라 얼마든지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선진국마다 법정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같은 법 내에 노사합의에 따라 근로시간은 얼마든 늘리 수 있는 겁니다. 선진국은 법으로 근로시간을 강제하는게 아니라 노사 합의 문화를 통해 자율적으로 해결하고 있다는 겁니다. 법정 근로시간은 정부가 하나의 잣대를 제시하는 것일뿐 결정은 노사가 하는 거예요.

[앵커]
그런데 자율적 노사합의를 우리 기업들은 두려워하고 있다고요.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기자]
특히 대기업들이 그렇습니다. 귀족노조, 특권노조가 득세하다 보니 노사 신뢰가 없는 겁니다. 이러다 보니 대기업들은 정부가 아예 나서달라고 합니다.
300인 이상 기업인 H모 대기업 임원의 말입니다. 들어보시죠.

[인터뷰] 300인 이상 기업 임원
“노조하고 협의를 통해서 하라는 이런 이야기거든요? 근데 그 부분이 그렇게 하게 될 경우에는 급하게 그 일을 해야 되거나 또는 그렇게 담아놨는데 (노동)조합이 다른 이유로 그 부분을 용인을 안해버리면 그게 진행이 안되지 않겠어요? 그거를 왜 노조하고 협의를 꼭 해야 될 필요가 있는 것인지.”

[앵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아예 노조 자체가 없잖아요. 대기업은 귀족 노조가 판치고... 참 안타까운 양극화 현상입니다.

[기자]
네. 맞습니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노조가 사실상 없다시피하는 기업에 대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인터뷰] 김근주 /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탄력근로시간제를 도입하는 절차 관련해서 거기에서는 산별, 산업별로 시행하는 경우도 있고 사업장별로 시행하는 경우에서도 상시적인 조직인 예컨대, 사업장위원회나 이런 데가 결정을 하게 하는 구조라서 그것들이 악용될 여지가 적고요. 노사가 진정으로 합의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시행될 확률이 높아서. 우리는 사용자가 탄력적근로시간제를 원하잖아요? 다만 절차가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라는 불명확한 절차로 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악용할 여지가 많은 거죠.”

[앵커]
탄력근로제 얘기로 돌아가서... 김 장관은 계속 3개월 단위기간을 고집하겠다는 겁니까.

[기자]
올 하반기 실태조사부터 마무리한 뒤에 확대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는 입장입니다. 앞서 말했듯 담당 공무원들이 아직 해외법제에 대한 검토는 제대로 시작조차 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앵커]
현장의 목소리와 선진국의 사례를 잘 검토해 탄력근로제 이슈가 정리되길 기대해 봅니다. 탄력근로제 논란에 대해 고현정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

[기자]
고맙습니다./고현정기자 go8382@sedaily.com

[영상편집 이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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