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개혁 시급한데 발목 잡는 고용부

산업·IT 입력 2018-05-18 18:35:33 고현정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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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성장, 고령화로 노후 대비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직장인들의 노후 대비 제도인 퇴직연금 시장이 매년 20조 원 넘게 늘어나며 160조 원에 이르고 있는데요. 하지만 수익률이 1%대로 2% 전후인 물가상승률도 못 따라가고 있습니다. 노후 준비는커녕 실질 가치로 볼 때 직장인이 쌓아놓은 원금도 까먹고 있는 지경입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추진되던 퇴직연금 운용 개선방안이 정부 부처 간 엇박자로 무기한 표류하고 있습니다.
고현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고용노동부와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 자산운용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퇴직연금감독규정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습니다.
퇴직연금을 노후 대비 펀드인 TDF(타깃 데이트 펀드)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 해외주식 투자대상국을 늘리겠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퇴직연금 상품 중 하나인 TDF는 Target Date Fund의 줄임말로, 은퇴 시점을 설정한 뒤에 생애 주기에 따라 자산 배분을 조정하는 펀드입니다.
즉 자산을 공격적으로 축적해야 하는 투자 초반에는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의 비중을 높게 설정하고,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채권펀드 등 안전자산의 비중을 점차 높이는 방식을 통해 은퇴 자산을 불려 나가는 겁니다.
그러나 발표를 하루 앞두고 고용노동부가 제동을 걸어 보류됐습니다.

[인터뷰] 서병윤 /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
“고용부에서 조금 의문을 제기하신 부분이 있어 가지고. TDF 전체를 (100%까지 투자하도록) 다 그렇게 해도 괜찮나 하는 생각을 하신 것 같더라고요. 빨리 내고 싶은데 고용부에서 협의를 해주시면 바로라도 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보도자료가 나올 때가 되면 나올 텐데 그때 확인해보면 되지 않냐”는 말만 한 달 가까이 반복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무엇인지, 정책 방향이 무엇인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마냥 검토할 게 있다는 메아리만 되풀이하고 있는 겁니다.
이에 퇴직연금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책임과 소통을 회피하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터뷰] 민광제 / 고용노동부 퇴직연금복지과
“(왜 더 검토하시는 거에요?) 여러 가지로 검토할 게 있어서요. 아직 그렇게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고요. 기자님 제가 그 부분은, 더이상…”

우리나라 퇴직연금 운용 실태를 보면, 원리금 보장형이 93%로 퇴직연금의 지난해 수익률이 1.88%에 불과합니다.
이는 예금 금리보다도 낮고 물가 상승률보다도 낮아 노후 대비로는 사실상 아무런 기능도 못 하고 있습니다.
퇴직연금이 장기 투자라는 점을 잘 살려 주식형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복리 효과를 활용해 은퇴자산을 불려가는 미국의 상황과는 크게 비교되는 겁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고령화·저금리 시대에 투자자 및 정책 실무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인터뷰] 김후정 / 유안타증권
“실무 담당자들의 인식도 전환이 돼야 되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이게 저금리 상황에서 이게 불리한 거다라는 인지를 가지고 좀 더 약간 공격적으로. 그런 인식의 제고가 좀 더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일단 제도적으로도 마련이 되는 게 첫 번째 우선순위니까 방향은 잘 잡힌 건데 그거랑 함께 투자자들도 좀 변해야 되는 거죠.”

이처럼 고령화 저성장 시대를 맞아 노후 대비 패러다임은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는데, 정부가 선제적인 정책 개혁 없이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고현정기자 go8382@sedaily.com

[영상편집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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