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포커스> 공공기관 자회사 설립, 정규직 전환 해법인가 꼼수인가

경제·사회 입력 2018-04-13 18:46:00 수정 2018-04-13 19:06:08 정창신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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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10일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결정인원이 10만명을 넘었다고 밝혔습니다. 오는 2020년까지 예상 전환규모는 20만5,000명인데요. 벌써 절반가량이 정규직 전환을 확정했단 얘기입니다. 정부가 지난해 7월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일부 기관들은 노사 갈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요. 자세한 얘기 경제산업부 정창신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정 기자. 최근 정규직 전환 문제로 노사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잡월드란 곳을 다녀왔죠. 어떤 곳인가요.

[기자]
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을 했거나 하고 있는 곳은 총 850여개에 달합니다.
이 중 지난주 자회사 설립을 통해 용역직원을 정규직화 하기로 결정한 한국잡월드를 최근 찾았는데요.
잡월드는 지난 2012년 5월 설립된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입니다. 직업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직업 관련 정보를 전시하거나 제공하고 있는 곳입니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다양한 직업체험을 통해 적성을 찾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앵커]
지난주 자회사를 만들어 정규직화하기로 했다고요. 그런데 어떤 문제가 있는 겁니까.

[기자]
잡월드는 설립된 지 6년가량 됐습니다. 그동안은 이 기관이 용역회사와 2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용역회사 소속의 직원들이 일을 해 왔습니다.
용역 직원들은 2년마다 소속 회사가 바뀌니까 고용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이곳엔 시설, 경비, 청소, 주차, 전산, 체험관 강사 등 7개의 용역업체가 들어와 있는데요. 용역직원이 338명입니다. 반면 잡월드에 직접 고용된 정규직은 50명에 불과합니다.
용역 직원 중 대부분인 275명은 서울랜드 소속인데요. 어린이 체험관 강사가 116명이고, 청소년 체험관 강사가 103명 그리고 기타 직업세계관 강사가 56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잡월드 특성상 체험관 강사수가 가장 많을 수밖에 없는데요.
문제는 서울랜드 소속 용역 직원들이 잡월드에서 직접 고용 해주길 바란다는 겁니다. 자회사에 정규직으로 소속돼 있어봤자 하청업체 마냥 시키는 일이나 할 수밖에 없단 겁니다.
용역 직원들은 이달 초 노조를 만들고 민주노총에 가입했습니다. 정규직화 문제를 본격적으로 풀어가기 위함인데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잡월드 분회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을 위해 노사전문가 협의회를 만들고 지난해 8월부터 10차례 회의를 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직접 고용을 요구했지만 자회사 설립을 원한 사측과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 분회측은 공공기관에서 자회사를 설립하는 건 또 다른 용역회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관계자는 직접고용 이유에 대해 “지금도 강사수가 부족해 어린이 안전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자회사 소속이면 우리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모회사 정규직보다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한국잡월드가 직접고용을 않고 자회사를 만드려 하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한국잡월드 사측 관계자는 “자회사가 지속 발전가능한 모델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이 관계자는 “직접 고용을 하게 되면 기재부에서 인건비 통제만 받는게 아니라 정원 통제도 받게 된다”면서 “현재 잡월드 정원은 50명인데 용역은 인원의 개념이 아니라 사업비의 개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쉽게 말해 기재부에서 이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얼마의 돈이 필요한가를 심의하는데, 사업비를 받으면 그 돈으로 용역 직원을 뽑는다는 겁니다.
잡월드 관계자는 “자회사를 만들면 예산 확보만 하면 돼 사업비로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에게 용역 노조가 불안해하는 의사소통이 안되는 문제와 고용불안 문제에 대해 물어봤는데요.
그는 “잡월드는 또다른 용역업체가 되지 않기 위해 모회사와 자회사가 발전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채용이나 보수, 보상 문제 같은 부분에 대해 근로자들의 의견을 담기 위해 소통채널을 열어 놓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사측 말대로 만 되면 아무 문제없을 텐데요. 노조에게 확신을 주지는 못하고 있나 봅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

[기자]
우선, 잡월드 용역 직원들은 정규직 전환문제에 대해 정부가 나서줄 것을 원하는 눈치였습니다.
노사전문가 협의체를 통해 정규직 전환 문제를 풀고는 있지만 회의 과정에서 의견이 무시당하거나 협의체에서도 강사 수에 맞지 않는 근로자 대표단 구성 등이 문제라는 겁니다.
실제로 이 회사 노사전문가 협의회 구성을 살펴보니 근로자대표 9명, 기관대표 7명, 잡월드 정규직 노조 2명 등 총 18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근로자 대표 9명은 7개 용역회사에서 각 1명씩 배정한 건데, 서울랜드 소속 용역 직원이 275명으로 다수인 만큼 2명 더 배정한 겁니다. 기관대표와 이 회사 정규직 노조를 합한 9명은 50명인 사측을 대표하고 있는 겁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직고용이나 자회사냐는 노사전문가 협의체에서 결정할 문제다”고 못박았습니다. 그는 “정규직 전환하는 공공기관이 많은데 정부에서 개별 기관별로 깊숙이 개입해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관계자에게 지금까지 정규직 전환을 결정한 공공부분에서 직접 고용이나 자회사 설립을 한 비율을 물어봤는데요. 그는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아직 전환 과정이 진행되고 있어 파악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공공부문 정규직화 문제의 주된 갈등은 직접고용이냐, 자회사 설립이냐 인데 정부는 아직 실태파악 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겁니다.
아까 말한 대로 아직도 정규직 전환을 결정해야 하는 공공기관들이 남아있습니다. 잡월드 사례처럼 이들도 자회사 설립에 반대하면서 노사 갈등이 계속 일어날 것으로 관측되는데요. 이 문제에 대해 또 다른 고용부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문제는 각 기관별로 노사전문가 협의체를 통해 해결하게 돼 있다”면서 “자회사와 관련해서 바람직한 자회사 설립방안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시점을 밝힌 순 없지만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 공공기관에 배포하고 계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창신기자 csj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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