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연준의장 지명자, 트럼프 꼭두각시 우려 커져

경제·사회 입력 2017-11-24 17:54:00 수정 2017-11-24 17:56:06 이병관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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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8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차기 연준 의장 지명자에 대해 글로벌 금융시장은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트럼프의 독불장군식 성격상 연준이 앞으로 전통적으로 지켜왔던 통화 정책의 독립성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파월 지명자는 지난 4년간 미국 경제를 호황으로 이끌어온 재닛 옐런 의장과 맥을 같이하는 중도 성향의 비둘기파로 정책변화 없이 안정적으로 시장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한편으로 시장은 파월이 이끄는 연준에 드리운 ‘트럼프의 그림자’에 대한 불안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낮은 지지율을 경제성과로 만회하려는 대통령의 입김이 어느 때보다 강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파월이 연준의 독립성을 방어할 능력이 있을지, 파월 지명자는 시험대에 서 있다.
미국은 물론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은 해묵은 논란거리다. 특히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 발행을 관장하는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은 미국과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정치적 독립성이 어느 나라보다 중시된다. 대공황 발생 전인 1929년 3월, 허버트 후버 전 미 대통령은 과도한 유동성을 거두기 위해 금리를 올린 연준을 “침체의 책임은 모두 연준이 지라”며 압박한 바 있다. 후버 대통령의 요구에 순응해 통화를 푼 연준의 결정은 ‘연준 최악의 실수’로 꼽히며 ‘연준이 정치적 목적에 휘둘리면 경제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 수십년 뒤 닉슨 전 대통령과 번스 전 의장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위기를 거치며 확립된 연준의 독립성은 때로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역대 대통령들과 소신을 지키려는 연준 의장들 간 갈등을 초래하기도 했다. 연준 의장으로서 최장기간 재임했던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은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에게 “배신자”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금리를 인상했다.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 또한 재임 실패를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이 시행한 긴축정책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연준의 독립성이 확립된 데는 관행적·제도적 장치도 큰 몫을 했다. 전 정권과 현 정권에서 임명한 연준 위원이 조화롭게 구성될 수 있도록 한 인사제도가 대표적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상시 투표권을 갖는 이사(의장·부의장 포함)의 임기는 14년으로 미국 대통령은 4년의 임기 동안 보통 2명만 선임한다. 또 미 대통령들은 통화정책의 독립성과 연속성을 위해 연준 의장에게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연준 의장을 연임시켰다.
하지만 이 같은 장치는 트럼프 정권 들어 모두 무용지물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년의 전통을 깨고 옐런 의장 연임 대신 파월 이사를 새 의장으로 직접 뽑는 것을 선택했다. 여기에 집권 초기 이사들이 줄줄이 조기 사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이사는 총원의 절반이 넘는 4명으로 늘었다. 옐런 의장이 20일 이사직 사임 의사를 밝히는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면서 연준의 이사직 공석이 4석으로 늘자 미 경제전문 매체 마켓워치를 비롯한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재건축할 것”이라며 연준의 독립성 침해 가능성을 잇따라 지적했다. ‘경제성장률 3% 공약’을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색깔대로 연준 이사 자리를 채울 수 있게 되면서 사실상 초유의 ‘트럼프의 연준’이 꾸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병관기자 y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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