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포커스] 보험설계사도 정규직으로 해야 하나

경제·사회 입력 2017-05-30 18:55:31 정훈규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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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특수 고용직 기본권 보장’에 대한 보험업계의 관심이 새삼 높아지고 있습니다.
매번 대선 때마다 선심성 공약으로 나왔다가 슬그머니 사라져 현실화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많았는데요.
최근 공공은 물론 민간기업까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빠르게 추진되는 등 새 정부의 노동정책이 현실화되면서, 특수 고용직에 대한 처우문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정훈규기자 나와있습니다.

[앵커]
Q. 정기자, 우선 특수 고용직은 뭐고, 보험업계가 유독 관련된 이유는 뭡니까
[기자]
네, 특수 고용직은 사용자와 노동계약이 아닌 용역이나 위탁, 위임계약 등을 맺고 일하는 근로자로, 말 그대로 특수한 형태로 고용된 노동자를 말합니다.
사업주에게 노동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노동자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형식상 개인 사업자로 등록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계약을 통해 특정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 설계사들인데요.
이들은 현재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사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노동조합을 설립해 목소리를 낼 수도 없습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이들에게 정규직 수준의 처우를 약속한 것인데요.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보험사 전속 설계사는 약 21만명이고 보험대리점(GA)의 설계사까지 합하면 51만명이 넘습니다.

[앵커]
Q.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바람이 특수 고용직에까지 옮겨 붙은 셈인데요. 보험업계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문재인 대통령이 특수 고용직의 노동 기본권 보장을 공약하면서 고용·산재보험 의무화도 약속했는데요.
보험사들이 난색을 표하는 것은 결국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 때문입니다.
노동 기본권이 보장되면 기존에 없던 고용·산재보험 부담은 물론, 기존 직원 노조와 별도의 설계사 노조가 설립되면서 노무 비용도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업계에서는 비용이 증가하면 보험업 일자리도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요.
안 그래도 전 금융권의 영업 트렌드가 저비용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굳이 고비용, 특히 앞으로 더 부담이 커진다면 설계사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특히 설계사는 다른 직업과 병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출퇴근이 불규칙한 이들 모두에게 근로자 지위를 인정해 줄 경우 매일 회사에 올인하고 있는 다른 직원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됩니다.

[앵커]
Q. 비용이 늘어나고, 그럼 사람을 덜 쓸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들리는데, 반대로 설계사들은 문 대통령 공약에 고무된 상태일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네, 설계사들은 거대한 회사를 1대1로 상대하는 개인사업자 형태인 만큼 보험사의 일방적인 부당 행위를 막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인데요.
세부적으로 보면 고용·산재보험 의무화 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립니다.
임금 노동자와 달리 설계사들은 같은 일을 하더라도 수입 차이가 워낙 크고, 본업으로 하느냐, 부업으로 하느냐에 따라 사회보험의 필요성이 다 다르기 때문인데요.
실적이 저조한 설계사들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반면에 스타 보험설계사들의 경우 실업급여를 받을 일이 없는데도 보험료만 많이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Q. 막상 수혜 대상인 설계사들의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못하는 상황이군요?
[기자]
네, 지난 정부 때 강하게 밀어 붙였던 금융권 성과주의 도입 과정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지금은 사실상 무산되는 양상이지만, 성과주의도 도입 취지만 놓고 보면 이견이 없었습니다.
다만 정부가 이사회를 통한 제도 도입을 부추기고, 각 회사 사정에 대한 고려 없이 획일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등, 일방적인 추진 방식이 노조의 불안과 불만을 키웠는데요.
하나의 기준을 가지고 넓은 영역에 도입하다 보니 현실에 맞지 않아 강한 저항을 받았던 겁니다.
새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를 다루는 것을 보면, 내용은 다르지만 획일적이고 빠르게 추진하는 모습은 성과주의 때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비정규직은 나쁜 것이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없애려고 덤빌 것이 아니라 세심하게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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