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검은대륙에 희망의 싹 틔운 '착한 자본주의'

경제·사회 입력 2015-10-30 17:23:40 박성규 기자 0개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한 빌 게이츠는 2008년 다보스세계경제포럼에서 '창조적 자본주의'라는 자신이 명명한 주제를 놓고 연설했다. 그는 기업들에게 경제적 사다리에서 가장 낮은 단계에 있는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 개발을 촉구하면서 자선만으로는 개발도상국 사람들이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프리카의 배터리 킹'은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의 식민지 중에서 가장 먼저 독립한 개발도상국인 가나에서 직접 창조적 자본주의를 실험한 형제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야기는 지난 2007년 말 저자의 동생 휘트 알렉산더가 가나에서 배터리 사업에 대한 구상을 하면서 시작된다. 아프리카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는 휘트 알렉산더는 아프리카에서도 사업을 진행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나 휘트는 단순히 영리를 추구하는 사업보다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엘리트들을 위한 사업 아이템은 얼마든지 있었지만, 저소득층도 구입할 수 있으면서 개인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저자 역시 개발도상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 가난한 사람들을 직접 돕는 것 이상의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그 나머지 사람들에게 더 잘사는 방법을 가르쳐 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동생의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기로 결심한다.

하루에 1달러도 벌기 힘든 이들이 많은 가나에서 없는 살림에 새로 돈을 쓰게 할 방법을 찾을 수는 없어 기존의 지출하고 있는 제품에 주목했다. 바로 건전지였다.

전기와 상하수도 같은 공공시설이 없는 시골에 사는 가나 사람들에게 건전지는 손전등과 라디오라는 두 가지 필수 기기를 작동시키는 도구다. 판매되고 있는 다른 회사의 건전지가 있었지만 품질이 좋지 않았고, 여러 번 교체할 경우 비용도 만만찮았다.

휘트는 가나의 여러 마을을 돌며 초록색 바탕에 검은 당나귀 로고가 찍혀 있는 '부로' 건전지의 장점을 설명했다. 동생이 창업한 회사 부로의 건전지는 몇 번이고 다시 충전할 후 있는 니켈-수소 AA건전지였다. 기존에 팔리는 건전지 하나 가격의 3배였지만, 부로는 한 번 사면 한달 동안 언제든지 에이전트에게 건전지를 가져오면 새것으로 교체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해줬다. 쉽게 말해 부로의 사업 모델은 건전지 임대 사업이었다.

원조에 익숙한 가나인들의 태도 등으로 어려움도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기본적으로 이들의 구매력이 낮다는 것이었다. 예상과 달리 이들은 조금만 궁핍해져도 건전지를 구매하지 않았다. 휘트는 체면을 중시하는 가나인들의 특성을 이해한 후 재계약을 하지 않는 고객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하기 보다는 계약 중지를 잠시 할 수 있도록 해줬다.

이런 노력 끝에 건전지 임대 사업으로 시작한 부로는 손전등, 휴대폰 충전기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현재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책은 형제의 무모한 도전기지만, 이들의 꿈이 현실화 하는 과정을 살펴보며 독자들은 아프리카 빈곤의 굴레를 끊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아울러 평소 쉽게 접하지 못했던 가나인들의 생활상을 엿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2만4,000원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co.kr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0/250

0/250